바야흐로 '괴수 영화'의 계절고지라… 괴물… 프랑켄슈타인…인간의 통제할 수 없는 '과도한 욕망'그리고 마음속에 숨어 있는 '광기'그것들이 '진짜 괴물'이 아닐까
원효대교 어디쯤 서식하는 괴수 영화 '괴물'은 오프닝 신이 특이하다. 먹구름 짙은 하늘을 뒤로 다리 어디쯤에서 막 한 남자가 투신자살하는 장면이 풀 샷으로 잡힌다. 봉준호 감독은 한강이 괴수의 거대한 아가리와 같다는 얘기를 하려 했던 것일까.아니나 다를까. '괴수=한강=거대한 자본주의'는 물 속에서 튀어나와 보기에도 끔찍한 긴 혀를 날름거리며 사람들을 착착 잡아 먹는다. 괴물은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서 살다가,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 영화를 보다 보면 괴물이 오래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미처 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괴수(怪獸)영화. 일명 몬스터 필름이 다루는 얘기는 대개 변이 생물체가 갑자기 나타나 사회를 공황 상태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공할 폭력의 변종들은 모두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인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생화학 실험을 자행하고 있으며 그 실험은 종종 공포스러운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괴수영화에서 등장하는 괴물의 이미지는 우리들 마음 속 공포심을 외연화한 것이다. 괴수영화는 결국 '인간들의 통제할 수 없는 과도한 욕망'이야말로 '괴물스러운 것'임을 역설하는 작품들이다.
괴수영화의 원조급 영화로 불리는 일본 도호(東寶)영화사의 '고지라' 시리즈 속 괴수는 핵실험 과정에서 누출된 방사능이 만들어 낸 변종이다. 1편이 만들어진 1954년은 강대국들이 경쟁하듯 핵무기로 무장하며 바야흐로 냉전시대를 연 시기다.
- ▲ 40여년 동안 일본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괴수영화‘고지라’. / 조선일보 DB
하지만 미국과 계속 원수로 지낼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편의 대대적 흥행을 등에 업고 이듬해부터 나오기 시작한 2편, 3편 등 계속된 속편에서는 이 '고지라'가 사람들을 돕는 착한 캐릭터가 돼서 나쁜 '고지라들'을 해치운다.
'미국과 손을 잡고 당시 소련, 중공 등 공산권과는 대척하려 했던 일본의 외교적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면 확대해석일까. 이 '고지라' 시리즈는 1990년대 중반까지 30편 가까이 만들어지며 일본의 대표 영화로 대우받았다. 그 인기가 오죽했으면 할리우드가 1998년 고지라의 캐릭터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 '고질라'를 만들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과도한 욕망은 영화 속 괴물의 크기와 그 비주얼에 집착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놓친 꼴이 됐다.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 빚어낸 공포에 대해 얘기하는 괴수영화 자체가 욕망의 대상이 된 아이러니한 결과다.
할리우드가 빚어 낸 괴수의 전형은 '프랑켄슈타인'이다. 1931년 제임스 웨일 감독이 만든 '프랑켄슈타인'에서 감독 겸 배우인 케네스 브래너가 만든 1994년판까지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한 미친 과학자가 자초한 비극을 즐겨 만들어 왔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조물주가 되려 한다. 그가 창조한 괴물은 결국 그의 분신(alter-ego)이자 박사 안의 또 다른 박사를 의미한다. 이 영화도 우리들 마음속에 담겨진 광기(狂氣)를 얘기하는 작품이다.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자신들이 너무 많이 담겨 있다.
할리우드가 빚어낸 전설의 명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에일리언'은 외계의 괴수를 다룬다. 1979년 리들리 스콧이 만든 1편부터 1986년 제임스 카메론의 2편, 1992년 데이빗 핀처의 3편과 1997년 장 피에르 주네의 4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수작(秀作)이다. 스웨덴의 H R 기거가 만들어 낸 이 영화 속 외계 괴수의 이미지는 나 아닌 타자(他者)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근원적인가를 보여준다.
- ▲ 2007년 개봉해 국내에서만 840만 관객을 모은 심형래 감독의‘디워’. / 조선일보 DB
최근 발표된 신정원 감독의 '차우'는 지금껏 소개된 국내외산 괴수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발칙하고 도발적으로 비틀고 뒤집었다. 괴수영화 보러 왔는데 코미디를 보고 나간다며 툴툴대는 관객이 적지 않지만 '차우'는 종래의 괴수영화가 갖는 진지함을 털어내고 의도적으로 가볍게, 한 편의 좌충우돌 소동극으로 변환시켰다.
그래 봐야 괴물 한 마리쯤 아니냐는 듯, 우리 스스로가 불러들인 환상의 괴물일 뿐이라는 듯, 그러니 너무 무서워 말고 한바탕 즐기라는 듯 영화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그 웃음이 허접스러운 것 아니냐고? 사실은 그 안에 세상사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걸 알아채느냐 아니냐는, 늘 그렇듯이, 보는 사람들 각자의 몫이다.
첫댓글 나의 내면에 이렇게 거대한 괴물들이 언제 분출될 줄도 모르게 숨어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내요.....나를 잘 이끌어 내어야 할 것 같습니다.....어떤 모습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송두리째 삼켜 버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