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에 <레 미제라블> 원작을 읽고 있다. 좀 많아서 정신없긴 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가 프랑스에서 1789년, 1830년, 1848년 역사 얘기가 나와서 약간 헷갈려서 검색하다보니
나름 의미있는 글이 있어 출력하고 여기에 싣고자 한다.
이글은 ⓒ 디트뉴스24(http://www.dtnews24.com)에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
# 레미제라블, 다양한 해석을 낳은 위대한 원작의 힘
한숭동 전 대덕대총장 |
올해초 세계적으로 영화 레미제라블 열풍이 불었다. 그동안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 적은 무려 30여 차례나 된다. 이 영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는 긴 상영 시간 동안, 대사 없이 노래로만 연결되는 송스루(Song Through) 방식의 뮤지컬 영화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불어로‘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 우리나라에서는 《장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명작 소설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소설 가운데 하나다.
레미제라블은 미완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야기다. 혁명을 했는데도 민중의 삶의 질은 근본적인 변화가 오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레미제라블은 1832년 프랑스의 6월 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위고는 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삶을 반추해 보며‘인간의 죄와 구원에 대한 실천적 해법은 과연 무엇인가?’에 답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완독한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축약이나 각색이 아닌 무삭제판 레미제라블을 접한 사람은 두 번 놀란다. 첫째 그 방대한 양에 놀라고, 둘째 그 유명한 줄거리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장발장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 3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3분의 2는 19세기 초 프랑스 사회와 풍습, 그리고 다양한 문제에 관한 위고의 견해가 서술됐기 때문이다
위고는 주인공 장발장이라는 사람을 통해 법률·관습·풍속 때문에 사회적 처벌이 생겨나고, 이 처벌에 의해 문명의 한복판에 인공적인 지옥이 만들어져, 신이 만들어야 할 숙명이 인간이 만드는 운명에 의해 헝클어지고 있다고 꾸짖었다.
<사진1>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
# 민주화 이후 불평등 심화된 한국 현실과 비교
지난 겨울 한국인은 레미제라블,‘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 푹 빠졌다. 레미제라블 열풍의 이유로 대혁명 이후에도 여전히 빈곤과 불평등이 팽배했던 19세기 프랑스 사회와, 80년대 민주화 이후에도 빈부 격차와 경제적인 불평등은 해소될 기미가 없는 지금 한국 사회와의 유사점을 꼽는다.
혁명의 열기가 식은 뒤 보수화된 19C 프랑스는 민주화 운동이후 불평등이 더 심화된 우리 현실과 닮은꼴이다. 인간의 본성을 깊이 있게 파고든 원작의 힘과 메시지에 잘 녹아든 음악도 흥행을 거들었다. 때맞춰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는 정치에 대한 기대도 한몫 했다.
전문가들은 불쌍하고 억울한 사람들, 소명심이 강한 원칙주의자 등 다양한 인간군상과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정직하고 리얼하게 펼쳐 보인 힘이 레미제라블 흥행의 원동력이라 평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레미제라블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고 위로를 얻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영화 레미제라블이 진정한‘힐링무비’라고 토로했다.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국한되지 않는 깊고 넓은 휴머니즘 덕분에 사람들은 저마다 처지에 따라 위안거리를 얻을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었다.
원작 소설은 인간 존재의 본성을 잔인하리만큼 노골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가슴에서 나오는 인본주의가 깔려 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 저지르는 악을 고발하고자 장발장이라는 인간을 통해 악에 대항하는 양심의 각성과 성숙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사진2>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
# 나의 꿈은 뮤지컬 '님을 위한 행진곡'이다
1980년대 이후 대표적 민중가요로 널리 불려온‘님을 위한 행진곡’이 지난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공식기념식에서 부르느냐 마느냐를 두고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작곡자인 김종률 前소니뮤직코리아 대표에 따르면, 이 곡은 원래‘넋풀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30분짜리 노래극의 마지막에 나오는 합창곡이다. 이 노래극은 광주 도청을 지키다가 숨진 윤상원씨와 야학을 하다가 숨진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만들어진 일종의 미니 뮤지컬로써 부제는‘빛의 결혼식’이다.
김 전대표의 꿈은‘님을 위한 행진곡’을‘레미제라블’처럼 뮤지컬로 만드는 거다. 그는 순전히 뮤지컬이란 관점에서만 보아도‘님을 위한 행진곡’은‘레미제라블’에 비해 소재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장엄한 역사적 사실과 두 남녀의 생명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동양적인 색채로 가득한 영혼결혼식 등등 모든 요소가 뮤지컬에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이 곡이 마치‘빨갱이들이 부르는 노래’라든가 ‘애국가를 대신하는 노래’라고 양극단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노래의 진정한 의미는 민주와 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분들의 용기에 대한 존경이며, 그들 속에서 피어난 사랑에 대한 찬사이고, 미래에 올 수 있는 불의에 대한 각오라는 견해다.
김 전대표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교과서에 한 줄로‘박제화된 역사’가 아니라 매일 밤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뮤지컬로 살아나는‘오늘의 역사’이기를 꿈꾼다.
<사진3> 영화 화려한 휴가 |
# 영화 ‘레미제라블’ 과 화려한 휴가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학생과 시민이 중심 세력이 되어 일으킨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인 1960년 4·19 혁명이 시발점이다. 이후 1980년 서울의 봄, 5·18 광주 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 등을 통해 일정한 수준에서 민주화가 됐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레미제라블’과 묘하게 교차되는 영화는‘화려한 휴가’다. 김지훈 감독 작품으로 2007년 7월 개봉했다. 영화‘화려한 휴가’는 1980년 5월의 열흘간을 그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7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겨울 '레미제라블' 개봉시기에 맞춰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상경이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영화를 언급하면서 새삼 화제를 모았다. 역사적 배경이 우리의 참담했던 그 날과 닮은 점을 지적해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레미제라블' 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화려한 휴가’가 재조명 받게 된 것이다. 그로인해 개봉된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영화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5.18 민주항쟁을 되새겨 보는, 비극의 그 날을 다시 상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극중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역사적 배경이 우리나라 격동의 80년대와 닮아있어 공감대 형성과 함께 깊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레미제라블'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청년들은 민중을 착취하는 정권을 뒤엎겠다며 혁명을 준비한다. 하지만 군인들의 총에 맥없이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갔다. 비록 어리지만 도둑질로 삶을 이어나가던 거지 아이 가브로쉬가 자유와 평등을 위해 죽는 그 순간까지 혁명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 관객들은 깊은 공감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마치 1980년 5월 27일 밤, 5.18 광주민중항쟁에서 도청을 사수하던 전남, 광주 시민들을 떠 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레미제라블’의 흥행에 불을 지핀 요소는 정치·사회적인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부의 실패한 혁명에 대한 메시지가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와 맞물리며 일명‘48%를 위한 힐링무비’라는 정치적인 해석을 낳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에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펼쳐지며 합창곡으로 울려 퍼지는‘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왕정복고에 의한 반동과 1830년 7월 혁명의 실패, 1848년 2월 혁명을 통해 1875년 프랑스가 끝내 공화정으로 가는 지난한 과정의 한 부분을 담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연상시켰다는 평가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나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의 대규모 시위 등을 떠올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 경제적인 양극화와 정치적인 무력감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와 오버랩 됐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레미제라블에 감정이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우리의 현실과 빗대어 볼 수 있는 최대공약수였기 때문이었다. 최근 가장 큰 사회적 핫 이슈 문제로 떠오른 ‘갑’과‘을’의 논란 또한 30년을 곪아온 종기가 마침내 터진 셈이다.
영화 26년중 성모병원앞 촬영 장면 |
#영화‘26년’ 그 사람 전두환과 광주 이야기
지난해 11월 개봉된 영화‘26년’은 5.18 광주 민중항쟁이 지나고‘26년’후 이야기를 그려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진구 분), 국가대표 사격선수(한혜진 분),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그 사람’단죄를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현직 경찰역으로 인기가수 2AM의 임슬옹이 출연했다.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26년이 흐른‘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 날의 비극이 결코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픔과 상처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역사적인 사실에 학살의 주범인‘그 사람’을 단죄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을 더한 파격적인 소재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으며 철통 경호를 받고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인 연희동 저택으로 침투 과정은 그야말로 어느 액션 스릴러 못지않은 재미를 전한다. 영화 ‘26년’은 결코 잊어서도, 잊혀져서도 안 되는 비극적인 역사를 상기시키며 관객들에게 단죄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26년’은 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강풀은 <26년>을 비롯하여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등 영화화된 작품만 총 6편인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스토리 텔러다.
영화‘26년’은 2012년 여름 대전 중구 산성치안센터, 중부경찰서에서 각각 촬영을 진행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규모 총격신은 대흥동 성모병원 오거리 일대에서 촬영했다. 동태찌개로 유명한 대흥동 또순이 식당 바로 앞이다.
이 영화의 제작실장은 충남고, 충남대를 졸업한 이상국PD가 맡았다. 이상국PD는‘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극락도 살인사건’‘신기전’등의 영화를 만든 제작부장 출신. 중부경찰서와 중구청 등 여러 기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는 대전시 문화산업과 김경중 주무관이 애썼다.
영화 26년중 성모병원앞 촬영 장면 |
# 한국사 회피를 필연으로 이끄는 대입제도, 영화·만화가 역사선생님 역할
“5·18 민주화운동은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광주에 모여 민주화운동을 한 사건.” “5·16 군사쿠데타는 박정희 독재정권에 반대하여 전두환이 일으킨 쿠데타.”지난 5월 22일, 모 언론사가 서울 시내 한 고교 3학년 1개반을 대상으로 한국 현대사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해서는“전두환이 5월 16일에 군사를 이끌고 사람들을 무참히 죽인 것” 등 5·18과 혼동한 내용을 답하거나, 언론 보도 등에 많이 등장하는 “통장에 몇십만원 밖에 없는 사람” 등으로 답한 학생들이 많았다.
현재 상당수 고등학교에서는 한국사를 한 학기에 마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런 탓에 주요 사건과 인물을 둘러싼 시대 흐름과 배경 등을 살피며 수업할 틈이 없다. 반만년 역사를 한 학기에‘뚝딱’해치우듯 가르친다.
이렇다보니 일제 강점기나 전두환 정권과 5·18의 관계 등 중요한 근·현대사 내용을 잘 모르는 학생이 많다. 사실상 드라마나 영화·만화, 웹툰 등으로 현대사를 배우는 실정이다.
한편 전두환 전 대통령이 16년 동안 내지 않은 추징금 1,672억원의 추징시효가 오는 10월 마감된다. 29만원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지난 16년간 연장된 추징시효를 놓고 검찰의 환수의지가 비판받고 있는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추징금 환수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다.
# 5.18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
요즘 인터넷과 청소년들 사이에서‘일베’가 유행하고 있다.‘일베’는 일간베스트의 줄임말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파생된 사이트로, 인터넷 커뮤니티 1위를 달리고 있다.‘오유(오늘의 유머)와 함께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던 극우 성향의 인터넷사이트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일베’의 정치 게시판은 정치에 관한 글이 올라오는 곳이다. 험악한 말이 오고가기도 하고 때로는 동의하거나, 몰매를 던지기도 한다. 정치적 내용이지만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 많다.
이곳을 중심으로 극우적 역사관과 정치관이 인터넷을 통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요즘에는 5·18 민주화운동의 왜곡과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등 일베 사용자들의 비상식적인 일탈행위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TV조선과 채널A 등 일부 종편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조선종편과 동아종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주도면밀한 계획 하에 벌어진 폭동”이며, “전남도청을 접수한 시민군이 사실은 모두 북한군이었다”는 등‘북한 개입설’음모론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방송했다.
때맞춰 ‘일베’에서 5.18은 폭동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극우 보수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 조갑제씨가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자, 이번에는 "조갑제도 좌파 종북이다"라고 몰아붙이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베’에서는 5.18 희생자를 수산시장 홍어에 비유하면서, 시신의 관을 홍어 배달상자로 조롱했다. 계속되는 5·18 폄하에 참다못한 5·18기념재단과 광주시는 마침내 소송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일베 사이트의 5.18 비하 게시물 |
#‘민주화’‘운지’...청소년 파고드는 일베의 덫
소위‘일베어(語)’도 청소년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베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도 일베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얼마전 유명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이‘민주화’ 발언으로 곤욕을 치뤘다. 지난 5월 14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전효성은 “시크릿은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한바탕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즉각 숭고한 민주화의 뜻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심각성을 느낀 전효성은“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 반성하고 있습니다. 부주의한 언행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일베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억압 또는 폭행하거나 언어폭력을 하는 행위'란 뜻으로 사용된다.‘비추천’ 같은 부정적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일베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면서 학생들도 거부할 틈조차 없이‘일베어’에 노출되고 있다.
원래의 뜻을 왜곡하거나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일베 용어’는 예전부터 우리 사회의 큰 논쟁거리였다.‘운지’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대표적 일베어다.
청소년들은‘아래로 떨어진다’거나 ‘상황이 나빠졌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전라디언’은 호남인을,‘김치년’은 한국의 젊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삼일한’은‘여성은 삼일에 한 번씩 때려야 말을 듣는다’를 줄인 용어다.‘통수’는 뒤통수를 줄인 것으로, 전라도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세간에서 흔히 통용되는 비속어는 노래‘강남스타일’과 같은‘B급 언어’다. 예를 들어‘쩐다,쩔어요’라는 말은 잘한다,멋지다라는 뜻이다.‘쩐다’는 인터넷 게임 피망 스페셜포스에서 나온 신조어로 한 가지 일에 능통하다는 것을 뜻한다.
풀이하자면 쩐다=잘하다,쩌네요=잘하네요, 쩔어요=잘해요와 같이 해석할 수 있다.‘쩐다’는 이제 한 인터넷 게임의 단어를 넘어,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폼 나다', '멋지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간지나다’는 담배 한대를 입에 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노간지라는 별명으로 널리 퍼졌었다. 그러나 일베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용어들은 재미로 웃고 넘기기엔 극단적 폭력성과 특정 지역과 진영에 대한 비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개드립 게시판도 있다. 쉽게 말해 드립이란 개그이다. 즉흥적 연주나 대사인 애드립(ad lib)에서 나왔다. 청소년들이나 인터넷에선 많이 통용된다. 개드립이란 두 가지 뜻으로 나뉜다. 재미가 없거나 어이없는 개그 등 웃기지 않는 게 개드립이고, 드립은 그저 웃기려고 하는 모든 개그를 통칭하고 있다. 짤방은 짤림 방지용 게시물을 말한다. 재미없는 글만 쓰면 게시판 운영자가 삭제할지 모르니 흥미 있는 사진 등을 올리는 게시판 이다.
일베 사이트 |
일베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뜩이나 중고교나 대학의 정규교육 과정에서 우리 역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역사관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선 학교에서 근·현대사 교육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아이돌 그룹의 잘못된 역사의식이 단적인 예다.
민주주의 국가에 살면서 ‘민주화’를 일그러진 뜻으로 사용하는 시대다.‘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며 일본의 역사왜곡에는 치를 떨면서, 정작 우리 국사에는 관심이 없는 모순적인 세태다.
대학에서도 인문학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가운데 역사교육의 부재가 큰 문제다. 청소년과 연예인의 무지를 탓하기보다, 교육당국과 어른들이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 5월 23일 목요일, 노무현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다시 찾았다. 봉화마을은 여전히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고려 멸망의 허무함을 절절하게 표현한 야은 길재의 시조처럼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 무더운 더위가 일찍 찾아온 오월이 그냥 말없이 지나간다.
|
첫댓글 아 하
그럿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