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랑입니다”(마르코 2:23-3:6)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 태백교회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무너진 교회, 변질된 종교인, 파괴된 가정을 봅니다. 아파하는 자연도... 안식일 법이 무엇입니까? 약자를 위한 좋은 제도가 종교권력을 대표하는 폭력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정신을 잃고 욕심으로만 사용되는 가슴 아픈 일이 우리 안에서 벌어집니다. 생명을 구하는 율법이 율법주의로 전락하였습니다. 왜 아직도 교회에서 안식일 논쟁을 합니까? 왜 가정에서까지 가지고 와서 그러십니까? 교회와 가정에 바리새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말씀하신 사랑이 아닌 율법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며 죽이는 잘못을 계속 저지르고 있습니다. 율법은 선하지만 이를 지켜서 의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율법주의가 문제입니다. 주님은 목숨을 바쳐서 사랑이 율법의 완성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율법을 지켜서가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자들에게 구원을 주셨습니다.
태백교회는 6월초 지붕공사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바람에 지붕이 다 날아갔고, 비가 오면 물이 샜는데 더는 그대로 둘 수 없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계획했습니다. 대전교구와 교회 공동체 가족들이 자기 일처럼 기도하며 함께 하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이로 인해 기적이 일어났고, 불가능한 일이 가능케 되었습니다. 지붕공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계속 기도 부탁드립니다. 교회건축은 영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영적인 지붕을 덮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영의 아버지이며, 지붕이신데 그동안 튼튼하게 만들어진 믿음의 지붕이 시간이 지나 허물어졌습니다. 주님에 대한 첫사랑이 차갑게 식고 변질되었습니다. 사제는 교회의 어려움을 하느님께 기도로 아뢰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영적인 지붕 역할을 담당합니다. 비바람이 쳐도 든든한 지붕이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기도하지 않고 비바람을 막지 못하면 교회는 분란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 사제라고 믿기에 비단 이를 성직자에게만 책임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인이 사제임을 알리는 상징으로 성직자들이 먼저 본이 보여야 할 것입니다.
가정의 달 오월에 행복한 가정과 교회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가정이 행복해야 교회가 행복하고 가정이 살아나야 교회도 살아납니다. 영적인 리더인 가장과 사제가 행복해야 가족들과 교인들도, 가정과 교회도 행복합니다. 우리 교구 신부님들은 행복하십니까? 하느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있는 자가 누구입니까? 아를 대변해야 하는 사제가 그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아닙니까? 1독서 하느님께서는 엘리 제사장이 아닌 사무엘에게 말씀하십니다. 사제들이 말씀과 기도로 서 있지 않고, 눈과 귀가 모두 닫혀 변질되었다면, 주님은 더 이상 나(사제)를 부르시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져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교인들도 변질되었다면 그 음성을 들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를 부르십니다.
사무엘처럼 주님 말씀하소서. 이 종이 듣겠나이다. 지금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가 지붕이 되지 못하고, 영권이 떠나버렸다면 주님께서 지극히 작은 자들을 들어 쓰실 것입니다. 저 자신과 모두에게 던지는 무서운 경고입니다.
가정의 지붕인 가장, 아버지가 바로 서면 가정은 행복합니다. 가정의 영적 지붕으로 어려움은 막고, 기도의 본이 되며, 자녀들과 함께 가정예배 드리는, 말씀으로 양육하는 가장이 있는 가정은 행복합니다. 비바람이 두렵지 않고 어떤 어려움도 기도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이 율법으로만 판단하고, 강요하며, 자신의 편협한 생각으로 가두려고 한다면 자녀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 들겠습니까? 율법을 강조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위선자요, 율법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우리 바리새인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가 되어 주님이 가르쳐주신 사랑을 실천할 때 교회와 가정이 살고, 모든 사람이 행복할 것입니다.
이제 더는 무너져가고 영적 지붕이 다 날아간 우리 교회를, 가정을 방치하지 맙시다. 모진 바람, 무서운 비를 사랑하는 교인들과 아내와 자녀들이 맞고 있습니다. 무너진 지붕을 다시 세웁시다. 변질된 신앙을 주님의 사랑으로 회복합시다. 행복한 교회와 가정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보수는 기도로 해야 합니다. 사제들은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서 중보하고(1디모 2:5), 가장은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에 힘쓰며(2:8), 교회와 가정을 바로 세워갑시다. 너는 갈라진 성벽을 수축하는 자, 허물어진 집들을 수리하는 자라고 불리리라(이사 58:12). 주님께서 지금 우리를 부르십니다. 연약하고 편협한 내 힘이 아닌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내 안에 계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순종할 때 나는 죽고, 그리스도가 사셔서 우리 영적인 지붕이 되실 것이고, 성령님께서 함께 보수하실 것입니다. 이제 안식일 논쟁은 끝냅시다. 더 이상 바라새인이 되지 맙시다. 주님이 가르치신 사랑의 법으로 충분합니다. 율법의 완성인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 모두 주님의 제자임을 알고 행복이 넘치는 신앙생활로 사랑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오늘 환경주일에 안식일(쉼) 의미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쉬지 못하고 계속 혹사당했습니다. 모든 것은 쉼이 필요합니다. 변질되지 않고 정신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는 사람도, 자연도 살아날 수 있는 길이며, 죽음(끝)이 아닌 생명(시작)입니다. 무너진 교회도(건물이 아닌 하느님 백성의 모임 즉 사람) 새롭게 회복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결국은 사랑입니다. 사랑밖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일을 잘 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랑이 없다면 반드시 돌아보고 회개하며 사랑으로 돌아오길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랑에 완전히 잠길 수 있길 간청합니다. 우리가 먼저 하느님 아버지의 큰 사랑을 받은 자들이라는 것을 매일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