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도 오감(五感)을 느낀다
사람이 느끼는 감각에는 다섯 종류가 있다. 눈으로 보는 시각(視覺), 귀로 듣는 청각(聽覺), 혀로 느끼는 미각(味覺), 코로 맡게되는 후각(嗅覺)과 피부로 느끼는 촉각(觸覺)이 그것이다. 이것을 통칭하여 오감(五感)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감각은 물론 우리의 뇌를 통하여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임신기간동안에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게 되는 태아도 이러한 다섯 가지 감각을 느끼고 있을까 ? 그 대답은 '물론 느낀다' 는 것이다. 다만 임신 5-6개월까지는 태아의 뇌 세포가 성숙되지 않아서 이러한 감각을 느낄 수 없으나, 뇌 세포의 조직화가 시작되는 임신 24-26주 이후에는 태아도 오감을 모두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자궁외부의 여러 가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아의 행태를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얻어진 결과이다. 다만 태아의 감각은 임신부의 감각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태아가 느끼는 오감 중에서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의 네 가지는 태아가 직접 느끼며, 나머지 한가지, 즉 촉각은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2개월된 태아에서 뇌파의 활동이 있다는 것이 발표되기도 하였으나 이것은 더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각 및 청각은 임신 6개월, 미각 및 후각은 7개월만에 반응을 일으킨다.
우선 사람과 같은 포유류의 동물에서 자궁 안에 있는 새끼의 시각을 살펴보자. 동물실험에서는 양(洋)의 임신환경이 인간의 임신환경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에서 자주 선택된다. 미국의 우드(Wood) 박사는 임신한 양을 대상으로 자궁 내에 있는 양 새끼가 자궁 밖에서 비추는 빛에 대하여 어떤 반응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러한 검사를 의학적으로는 '광선전위 유발검사'라고 한다. 이것은 광선자극에 의한 결과가 전기적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을 측정하는 검사로서 주로 중추신경계의 기능을 보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다. 임신한 양의 태아에서 이러한 '광선전위 유발검사'를 시행한 결과, 만삭에 가까울수록 빛에 대하여 반응되는 전기적 요소들이 증가되었다. 즉 만삭에 가까울수록 빛에 대한 반응도가 성숙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물론 자궁 내 태아가 빛을 감지한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중에서, 임신 중 태아의 빛에 대한 반응을 본 다음과 같은 실험결과가 있다. 임신부의 자궁 밖 복부에서 강한 불빛을 갑자기 켜보았다. 물론 태아의 모습은 초음파촬영으로 관찰하며 모든 태아의 운동상황을 기록하였다. 그 결과 임신 7개월 이후의 대부분의 태아가 외부의 빛에 반응하여 꿈틀거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즉 움직이지 않던 태아에서는 태동이 생겼으며, 잠자는 태아도 꿈틀대는 효과가 있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전세계의 의과대학생이 읽고 있는 산부인과 교과서에 기록된 내용이다.
이러한 태아의 움직임은 외부의 불빛이 직접 태아의 시신경을 자극한 결과이다. 즉 외부의 불빛이, 임신부의 복벽과 자궁벽을 투과하여 양수를 지난 후 태아의 눈꺼풀을 지나 눈 뒤쪽의 망막세포에 위치하고 있는 시신경(視神經)까지에 직접 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빛의 자극은 태아의 시신경을 경유하여 태아의 뇌로 전달되고, 뇌에는 이러한 반응에 대하여 깜작 놀라게 되는 반사적(反射的)인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이러한 반사작용을 놀람반사 (startle reflex) 라고 한다. 이것은 마치 잠을 자는 성인의 눈에 후레시를 비출 경우 눈을 깜작거리거나 뒤척이게 되는 반응과 마찬가지 반사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태아의 건강진단검사에도 응용하였던 학자들이 있다. 임상의학에서 태아심장박동검사는 대표적인 태아의 건강진단검사이다. 이러한 검사는 태아가 깨어나 있어야 검사가 가능한 것인데 만약 태아가 오랫동안 잠만 자고 있다면 검사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 이런 경우 태아를 쉽게 깨울 목적으로 임신부의 복벽 가까이 에서 갑자기 전등을 켜는 이러한 검사가 연구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검사에 대하여 다른 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하였다는 사실이다. 즉 '이러한 검사가 태아의 시신경을 너무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에 대한 소위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즉, 태아는 분명히 빛을 감지한다는 전제하에 이런 염려를 한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빛을 이용한 '광선자극검사'는 현재 임상의학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태아의 시각은 사물의 형태나 색상의 판별능력은 없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성인이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형태나 색상의 판별능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관점은 재론할 가치가 없다. 어느 시기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사물의 형태 및 색상에 대한 판별능력은 출생 후 일정 기간까지도 불완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여튼, 임신부의 앞에서 갑자기 불빛을 켜는 것 같은 자극은 삼가야 한다. 임신부 자신도 현란한 불빛이 깜박이는 유흥업소 같은 곳의 출입은 자제해야 한다. 태아는 자신이 느끼는 직접적인 시신경의 자극에 더하여 임신부가 느끼는 시각의 자극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태교신기에서, '임신 중 빛이 현란한 곳에는 가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 지혜로움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 태교는 과학이다 / 박문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