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인들,
강강술래 추며 명절 스트레스 풀었대요
명절 스트레스
무더운 여름이 엊그제 같았는데 한밤엔 다소 더위가 많이 누그러졌네요. 이제 3주 정도 지나면 추석이군요. 우리 아이들은 친척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맛있는 명절 음식 먹을 생각에 한껏 설레는 마음으로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주부로 사는 우리 어머니들은 명절맞이가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바로 명절 증후군 때문이지요. 명절 증후군은 주부들이 명절 스트레스로 육체·정신적으로 큰 피로를 느끼는 것을 말해요. 평소보다 더 많은 집안일을 힘들게 해야 하고, 시댁과 친정의 차별을 겪는 등 신체적 피로는 물론 정신적 피로까지 겹쳐 머리는 지끈거리고 가슴은 답답한 증상을 겪는 거예요. 그렇다면 옛날 여인들의 추석은 어땠을까요?
명절을 맞아 가족을 위해 새 옷도 지어야 하고, 차례상에 쓸 그릇도 준비해야 하고, 올릴 음식도 장만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을 거예요. 지금보다 육체적으로 더 힘들면 힘들었지 덜 힘들지는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옛날 주부들은 나름대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싹 풀릴 만한 즐거운 시간을 가졌어요. 대표적인 것이 강강술래라는 민속놀이와 근친, 반보기라는 풍속이었지요.
강강술래는 주로 전라남도 해안 지역에서 행해지다 전국적으로 퍼져 나간 놀이랍니다. 추석날 밤 부녀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라는 후렴이 있는 노래를 부르며 원무(★)를 추는 놀이예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적군을 속이기 위해 강강술래 놀이를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이순신 장군은 우리 병사들이 많은 것처럼 왜군을 속이려고, 전남 해남군 옥매산에서 여인들에게 남자 옷을 입혀 빙글빙글 돌게 해 병사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거예요. 보름달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랫소리에 맞춰 한바탕 신명나게 춤을 추고 나면 명절 준비로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 같지 않은가요?
근친과 반보기는 조선시대 차례를 마친 여인들에게 짧은 휴가를 주는 풍속이랍니다. 유교 사회이던 조선시대에는 '출가외인(★)'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처럼 사돈 간 왕래하면서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대요. 하지만 추석처럼 특별한 날에는 여성들의 친정 나들이가 허락됐어요. 이를 '근친(覲親)'이라 하는데, 근친할 때에는 햇곡식으로 떡을 하고 술을 빚어 가져가거나, 형편에 따라 버선이나 옷 같은 선물을 마련해 갔대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근친하기 어려우면 시가와 친정의 중간쯤 적당한 곳을 택해, 친정어머니와 시집간 딸이 만나 하루를 즐기다 저녁 무렵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어요. 이를 '반보기'라고 불렀고요. 친정과 왕래하기 어려웠던 옛날 여인들은 근친과 반보기 때 만날 친정 식구들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추석을 보냈겠죠? 올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두 서로 돕고 따뜻한 마음을 나눠서, 명절 증후군 없는 즐거운 추석을 보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