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독서일지 (16)
(24.05.04~05.25)
흥미롭게 역사를 바라보는 한 방법
-‘조너선 카우프만’의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을 읽으며
-16일차(24.05.19)
오스만 튀르크의 바그다드, 인도의 봄베이, 중국 상하이, 그리고 런던. 이 나열은 어떤 유대인 집안이 굴지의 재벌로 발돋움하기까지 거쳐간 곳이다.
중국의 근대를 열어젖히고, 인도를 비롯한 세계 제패에 나섰던 대영제국 그리고 격동의 유럽. 이 나열은 어떤 굴지의 재벌로 재산을 이룬 유대인 가문과 관련한 세계 근대사에 있어서 굵직굵직한 사건의 현장들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박해를 받기 시작하는 유대인들. 제2의 디아스포라가 시작되며 상하이까지 진출하게 되는데, 인도를 비롯한 중국의 상하이, 홍콩 등지의 아시아에서 굴지의 재벌로 성장하는 유대인 가문 두 곳이 이 책에서 소개된다.
이 두 집안의 흥망은 오스만 제국의 발흥에서 시작되어 인도의 식민지 제국을 지나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을 무너뜨리데 도화선 역할을 한 두 번의 아편전쟁을 거치며 시작된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도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고자 임시정부가 있기도 했던 상하이에 그동안 역사의 베일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놀라운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의 ‘인종청소’인 홀로코스트의 당사자였던, 우리로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다가왔던 유대인이 일제시절 상하이에서 굴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중요한 역사현장에 직간접으로 간여해 왔다는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한 사건들이다.
그건 아마 그들이 정치세력이 아닌 경제주체로서 중요한 역사의 맥락에서 볼 때 비주류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관련 학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국 상하이는 과거 1930년대 이 책의 주인공인 유대인 가문들이 융성할 때도 그랬지만, 21세기인 지금에 이르러서도 세계적인 도시로 정치,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그 주도적인 역할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을 만큼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이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록이 누락되거나 무관심의 영역으로 배제되어 그렇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참으로 여러 가지 놀랍고도 흥미로운 사실들이 역사 안에서는 무궁무진하다. 이 책 《상하이의 유대인 제국》에서는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격랑을 타며 진행되는 격동의 역사 현장 배후에서 드러나지 않게 사건사고에 관여하며 진두지휘한 의외의 세력과 인물들을 소개하여 역사의 또 다른 이면을 보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처럼 상하이에서 유대인 제국을 건설한 두 가문뿐만 아니라 국민당을 건설한 쑨원, 초대 총통이 되는 장개석, 그의 부인인 송미령 여사, 중국 공산당을 이끄는 모택동 등 아시아의 근대사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을 한 역사적 인물들이 대거 거론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까지 등장해서 나치의 박해를 피해 상하이로 도망쳐온, 유대인들을 돕기 위한 활약상들은 그동안 소개된 딱딱하고 경직된 역사적 사실들과는 별개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책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