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수업을 듣는 것을 많이 망설였다. 선배와 동료들은 나에게 '너같은 사람은 꼭 들어야 해','너라면 아마도 교수님과 한 판 붙을거야','힘들었지만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등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감수성훈련'을 시작했다. 수업은 예상대로 힘들었다. 그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는 관계지향적 대화보다는 사실지향적 대화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을 옮겨 본다.
사실지향적 대화는 자기입장에 서서, 분명한 초점으로 간결하게 말하며, 진실해야 하고, 충고나 지적이 많고,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이 기분 나빠질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한편 관계지향적 대화는 상대의 입장에 서서, 초점이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설명이 길고, 반드시 진실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칭찬 인정이 많으며,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
나의 MBTI 결과는 ESTJ이다. 이성적이며 감각을 중요시하고 생각과 판단을 주로 하는 유형이다. 나는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호불호가 강하다. 남의 감정을 별로 개의치 않으며 싫은 사람은 싫고 아닌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부하직원과 심각한 갈등도 겪었고 큰 아이는 내 말에 많이 상처를 받는다고 호소하곤 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가 다시 제 성격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감수성훈련을 하면서 나도 조금은 변한것 같다.
지난주에 작은 아이가 수술을 했다. 혀밑 침샘이 막혀 부어오르는 증상이 있어 병원 생활을 2박 3일동안 했다. 수술 일정을 지난주로 잡은 이유는 지난주가 작은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계절방학이었기 때문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작은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엄마때문에 방학을 다 망쳤다는 것이었다. 사실이었다. 수술만 아니었다면 아이는 놀이공원도 가고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었을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사실지향적 대화를 했겠지만 나는 감수성훈련에서 배운대로 말했다.
"우리 나영이가 많이 슬프구나. 황금같은 방학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니 얼마나 안타까울까. 엄마는 나영이 마음 이해해. 엄마라도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엄마가 많이 미안해."
아이는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울음을 금방 그쳤다. 나의 미안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진 것 같았다.
큰 아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이다. 이 아이는 나를 닮아 사실지향적 대화를 한다. 특히 네 살 어린 동생에 대해서는 더욱 가혹하게. 여느 때와 같이 저녁 식탁에서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들은 작은 아이는 더욱 위축되곤 했다. 평소라면 큰 아이를 혼내고 작은 아이 편을 들었겠지만 이번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현이가 동생이 많이 걱정되는구나. 걱정된다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구나.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면 나영이 마음이 어떨까?"
큰 아이는 기세가 꺾여 잠잠해졌다.
지난달 나는 나의 코치님과 함께 '만나는 사람들의 좋은점을 찾아 칭찬해주기'라는 실행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하려고 노력했다. 매수업마다 분위기있는 스카프를 하고 오는 선배에게는 예쁜 스카프와 그녀의 패션 센스를 칭찬해주었고, 현관 근처에 놓아둔 쓰레기봉투를 버려주는 남편의 사려깊음에 감사를 표했다. 동기의 좋은 일을 축하하며 그것을 만든 것은 너의 성실과 노력때문이라고 인정해주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칭찬을 하면 상대방뿐 아니라 내 기분도 좋아진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칭찬할만한 것은 있기 마련이며 칭찬을 받은 사람은 그 일을 더 열심히 한다.
감수성훈련이 내 삶을 보다 풍요롭게 바꾸어줌에 감사한다.(이 수업을 듣길 잘했다!) 아직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가능한 수준이지만 몸과 마음에 익숙해지도록 열심히 훈련하면 나도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남은 수업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재키(유재경)
첫댓글 축하해요.
우리의 지난 삶은 잘 못된 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아주 분명한 ESTJ의 삶은 재키가 변화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가는데 훨씬 효과적인 지렛대가 될 거거든요. 화이팅!!!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렇게 될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