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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영아리오름 탐방로> A=주차장 B=탐방안내소 C=계단 시작 지점 D=정상부 E=습지관측사무소 F=분화구 G=정상 H=수망리마을공동목장 I=더클래식 골프장 J=남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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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로를 타고 가다 남조로교차로에서 우회전, 12.9㎞를 직진하면 물영아리 입구다. 탐방안내소와 '물영아리 생태체험마을 수망리' 등의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지나칠 일은 없다. 입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오른쪽에 널따란 주차장(〃A)이 있다.
▲ 잘 정비된 오름 탐방로 | ||
탐방로도 찾기 쉽다. 주차장 건너편 탐방안내소를 지나 계속 북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물영아리 남쪽의 수망리마을공동목장 서쪽 경계선을 따라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 5분 정도가면 숲이 시작된다. 곳곳에 물영아리가 습지보호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경고문'이 붙었다. '토지의 형질 변경, 습지의 수위나 수량에 영향을 주는 행위, 흙·모래·자갈·돌 등의 채취, 동·식물의 인위적 도입' 등은 습지보전법에 따라 2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한다.
물영아리 탐방은 정상 습지가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이도 있다. 오름 보호를 위해 탐방로가 남쪽 사면에 나무 계단으로 설치한 게 유일, 흙 밟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탐방로가 아닌 곳엔 들어가서도 안되니 정상(〃G·508m)을 갈 수도 없다. 계단도 가파르다. 그리고 앞서 다녀간 오름꾼들은 계단이 820개라며 '겁'도 준다.
그래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계단을 오르기 시작, 정상까지 20분이 걸리지 않는 데 벤치가 있는 쉼터가 3개나 있다. 울창한 숲 때문에 주변 경관은 볼 수 없지만 숲은 자세히 볼 수 있다. 오름 한 자락을 지키며 서 있는 나무와 조그만 얼굴을 내민 꽃송이도 보인다. 먼 곳만을 보려하며 가까이의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탐방로가 내리막을 타면 곧바로 분화구에 도착한다. 물영아리의 자랑, 습지가 펼쳐진다. 산정화구호는 둘레 300m에 깊이는 40m이다. 분화구 둘레 짧은 구간에만 목재탐방로가 설치돼 있다. 목재탐방로에 기대어 물과 수초가 가득한 화구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푸근해짐은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물영아리는 생물·지형·지질·경관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30만9244㎡다. 제주도 기행화산 분화구의 대표성과 전형적인 온대 산지습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유일하게 원형이 잘 보존된 습지와 자연성이 높은 숲이 어우러진 지역이란 평가다. 분화구내 습지의 육지화과정과 습지생태계의 물질순환을 연구할 수 있는 학술적 가치도 높다고 한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과 맹꽁이를 비롯, 물여귀 등 습지식물 210종·곤충 47종·양서류 8종와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탐방로가 1개뿐이어서 하산도 간단하다.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여유 있게 내려와도 30분, 전체 탐방에 꼭 1시간 걸린 셈이다.
▲ 국내 최초로 습지보전지역에 이어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물영아리 화구호 습지. | ||
물영아리는 정상부에 화구호인 원형의 분화구를 가진 오름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오름을 돌아가며 형성된 4개의 '알오름' 때문에 중앙의 원형분화구를 포함, 3~4개의 화구 분출로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물영아리 서쪽 자락 조그만 봉우리 2개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은 말굽형 분출의 증거일 수 있다"며 "나머지 봉우리들도 개별 분출에 의해 생긴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다가오는 가을을 알리는 방울꽃 | ||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물영아리는 동식물의 다양성이 높은 특징"이라며 "특히 식물구계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는 금새우란·목련·방울꽃 등이 자라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곳서 처음 발견돼 명명된 '영아리난초'로 오름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름의 사면은 삼나무조림지와 낙엽수 및 활엽수가 혼재하는 2차림으로 구성돼 있으며 화구호 습지에는 넓은 지역에 걸쳐 송이고랭이가 분포하고, 가장자리로 고마리·보풀·마름 같은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물영아리 오름 내외사면엔 때죽·산딸·개서·팥배·참식나무와 새덕이 등이 우점하고 있으며 큰천남성·송악·새비나무·작살나무·덜꿩나무·청미래덩굴·사람주나무·고비·좀비비추·참취·산수국·박쥐나무·참꽃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한편 수망리에선 물영아리 탐방객에게 다양함을 제공하기 위해 오름 주변 소나 말 등이 다녔던 길을 정비, 목장길·잣길·삼나무숲길·하천 등으로 이어지는 4.8㎞ 길이의 '물라길'을 개설했다. 김철웅 기자
"호수서 전이된 전형적 늪지
"물영아리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습지다" 정상배 박사(습지생태·제주자연학교장)는 "물영아리는 국내 최초로 습지보전지역에 이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물영아리 등 제주의 화구호는 거대한 일본의 화산호수와 달리 규모나 만들어진 특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물영아리 습지는 화구의 원형과 전형적인 온대산지 습지의 특징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지형·지질·경관 등의 높은 가치가 인정돼 습지보전법 제정이후 처음으로 지난 2000년12월5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정 박사는 "물영아리의 경우 온대 상록수림과 낙엽수가 혼재하는 해발 500m 고도에 위치, 식생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호수에서 육지로 변해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늪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영아리의 습지는 제주도에서 아주 이례적으로 호수단계에서 늪으로 전이된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며 "국내 최대 자연습지생태공원인 우포늪과도 비교해볼 수 있는 늪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박사는 "현재 물장오리는 너무 젊고 동수악은 너무 육지화 됐으며 어승생이나 백록담·사라오름 등은 호수이지 늪이라 부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제주형의제로 채택된 '하논'의 경우 저지대에 있고 농경지로 이용되며 원형이 많이 훼손됐지만 물영아리의 습지는 인간의 간섭이 없는 원시 자연상태에서 화구호가 시간이 흘러 갖춰진 산지형 늪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더했다. 정 박사는 "물영아리도 육지화가 진행되지만 자연상태에선 수천년 걸린다"며 "지금상태에선 교육·연구하고 보존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활용방안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웅 기자 |
출처-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