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사 드립니다.
고향은 충북입니다만, 벌써 서울생활 23년째 되어갑니다.
더불어 인생의 나이테도 50이 넘어 회사생활 십년이 채
남지 않은 듯 합니다. 물론 퇴직후에는 귀향하거나
적당한 곳에 낙향하여 전원생활을 영위할 계획입니다.
이곳 카페에서 좋은 정보를 공유코자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음은 수년전 어느 봄날 끌적거린 것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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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근처 세종문화회관 뒷 편엔 작은 분수대공원이 있다.
주변이 온통 회색 콘크리트 빌딩으로 둘러싸여 여느 공원처럼
상쾌한 바람도, 시원한 그늘도 부족하다.
심지어 손수건 만한 구름 한 장 지나칠라치면 햇볕마저도 인색하다.
그 작은 공원에 늘 넘쳐나는 것이 있다.
넥타이를 이름표처럼 붙잡아 맨 셀러리맨, 바로 그들이다.
남녘의 봄 화신이 북상하는 어는 봄날 점심때쯤이면, 어김없이
성급한 넥타이부대가 마치 전기줄의 참새들처럼 빼곡이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따뜻한 햇살에 몸을 담그고 한잔의 자판기 커피에 아늑해
하는 그네들의 표정에 소시민의 행복함을 엿볼 수 있어 좋다.
한모금 깊이 물었다 토해내는 담배연기에 이마 깊이 흘러가는
세월의 강에 담긴 고뇌의 흔적마저 아름다운 삶의 연륜으로
다가오곤 한다.
그런 분수대공원에 작지만 늘 소시민들의 도란거림이 살아
숨쉬는 그런 공원에서 늘 봄, 가을 점심시간 한때, 셀러리맨들을
위한 작은 축제가 있다.
이름하여 “작은 분수가 있는 뜨락 축제”
특별히 빼어난 유명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현란한 조명과
웅장한 사운드가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돌계단을 마주보고 가설된 작은 무대하나 덩그러이 있을 뿐.
그래도 작은 공간을 넘쳐나는 관중과, 작은 춤사위에도 환호하는
갈채, 그리고 비록 무명에 가깝지만,
연기자들의 진지한 몸짓에서 조금한 따가운 초여름 햇살이
싫지만은 않은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언제부턴가 이 축제를 즐겨보고 은근히 기다려지는 팬이 되었다.
금년에는 지난주까지 한 삼주 남짓, 충청도 일원을 바람결에
휘적휘적 돌아다닌 관계로 몇 번 못보았지만서도,
몇 해 전인가, 우리네 세대에 제법 알려진 고별, 석별의 가수
홍민씨가 청바지차림에 귀여운 아들을 데리고 나와 기타선율에
특유의 잔잔한 저음을 실려 주었을 때, 아득히 번져 가는
가슴속의 파장이 아주 오랫동안 밀려갔다 밀려오곤 하였다.
그리고 또 언젠가,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입고 너울너울
돌아가는 부채춤 사위와 어깨짓 한번 할 때마다 창부타령,
자진뱃노래 등 마구 쏟아져 나오는 우리 가락이 그렇게
감동적일 줄 미쳐 몰랐었다.
어제 점심시간에 공연을 보고 돌아오면서 새삼 문화가 삶에
얼마나 소중한 부분인가를 생각했다.
그리곤 또 엉뚱한 발상을 떠올렸다.
광화문사거리에서 경복궁까지를 온통 시민을 위한 문화의 거리로
조성하는 것이다. 크고 작은 몇 개의 노천공연장을 만들어
일년 삼백육십오일 내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무료로 관람하고, 공연참가비는 국고로 보조해주고,
그리고 밤에 상영할 수 있는 야외 영화관를 설치하고.
어린 시절 어쩌다 산너머 학교마당에 영화가 상영될라치면,
깜깜한 산길을 누나, 형들과 함께 넘어가던 그 아련한 기억들을
더듬으며, 아내와 아이들과 볼 수 있으련만,
살아가면서 자꾸만 문화에 목말라하는 것은
하루하루 흰머리가 늘어가기 때문일까 ?
첫댓글 반갑습니다...보또랑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지요? ^^ 다양한 문화가 풍부한 사회엔 훨씬 푸근하고 아름다운 얼굴들이 많아질텐데요...
저나 남들이나 문득 굳어있는 표정을 마주할때엔 산다는것이 좋아 보이지만은 않더라구요...
우리 다같이 언젠가의 전원생활에 이 곳 카페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길 바래봅니다...늘 행복하세요^^*
(영등포) 반갑습니다~^^ 자주 방문하시어 회원간의 돈독한 정과 카페의 유익한자료 듬쁙 가져 가셔서 미래의 꿈을 꼭 이루어 보시기 바랍니다...
환영합니다
허접한 문화부장관 끌어 내리고 보또랑님 같은분이 문화부장관 되셔야 아름다운 거리.. 정이 있는사회가 될텐데요
삭막하고 메말라져 가는 울 세상에 잠깐 고개 돌릴 여유를 모두들 바라겠지요~~
허걱~반정부적인 발언을 ㅋㅋㅋ
이쿠..큰일났네..울카페는 정치적인건 절대 안된다는데요~운영자님 보기전에 삭제해야할텐데 난 자격도 안되니 어쩌지요~ㅎㅎ
학교 운동장에서 상영되던 야간 영화 그걸 보셨군요. 아~~엣날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