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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예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三道軒정태수
효파 이옥세님의 작품세계
以形寫神의 文人畵 美學 - 효파 이옥세의 작품세계 -
1. 문인화는 눈에 보이는 대상의 외적인 형태보다 본질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옛부터 형상의 묘사를 통해 정신세계를 그려낸다는 이른바 “이형사신(以形寫神)”을 강조해 왔다. 이는 단순하게 사실적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외형묘사를 통해 그 대상의 내면세계, 즉 내재된 정신적 본질을 표현함을 가리킨다. 결국 문인화는 그리고자 하는 형상이 아니라 그 형상에 덧대어 작가의 가슴속 감흥을 표출시키는 것에 방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인화 전통은 역설적으로 현대를 사는 현대인의 시대미감에도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현대미술에서도 사물의 외형적 형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외형적 형상을 통하여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무엇을 주장하려 하는가라는 해석학적 방법이 문인화의 전통적인 이형사신론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문인화가들의 초미의 관심거리인 ‘문인화의 현대성’에 대한 탐구 또한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30년 동안 지필묵을 가까이 해 온 효파 이옥세여사는 “나는 형태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대상에 내포된 생명의 힘을 드러내려고 애쓴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전에서 매화, 연꽃, 국화와 같은 꽃 종류와 비파, 조롱박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물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일상에서 늘 보는 식물과 꽃이지만 그 대상들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다. 바로 작가의 조형미감으로 사물을 걸러서 마음속에 넣은 뒤 작가의 조형시각으로 화면에 재구성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효파여사는 다음의 몇 가지 조형적 특징으로 자신의 두 번째 전시를 빛내고 있다. 첫째, 담묵과 농묵의 먹효과를 잘 살려내고 있다. 둘째, 여백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셋째, 재료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점이다. 2. 흑백은 문인화의 기본색이다. 흑백의 대비는 먹의 농도, 선의 변화 등의 특징과 어우러져 다양한 시각적 자극과 감응을 낳는다. 농담(濃淡)과 조윤(燥潤)은 작가의 선택에 따라 각각 다른 색채, 광택, 정취를 드러낸다. 미적자극과 감응이란 예술적 효과는 감상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주지하듯이 농담(濃淡)이란 먹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표현으로 농(濃)이란 먹색이 진한 것을 말하고 담(淡)이란 먹색이 흐린 것을 말한다. 진한 먹은 작품에서 웅장한 기세를 표현하기에 적당하며, 흐린 먹은 고상한 경지를 표현하기에 좋다. 농담의 관건은 흐린 먹으로 육중함을 나타내고 진한 먹으로도 막히지 않고 표현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반천수(潘天壽)는 "먹은 반드시 흐린 가운데도 진한 맛이 있어야 하며 진한 가운데도 흐린 맛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흐려도 웅장한 맛을 나타낼 수 있어 평평하면서도 평평하지 않은 작품이 된다." 라고 하였다. 효파여사는 농담효과를 표현하는데 매우 능숙한 편이다. 특히 담묵의 처리에 독자적인 경험을 충분히 누적시키고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작품 <매화>를 보면, 농담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굵은 등걸은 옅은 색으로, 작은 가지는 진한색으로 처리하여 먹색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연꽃의 꽃잎도 색상의 농담을 살려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조윤(燥潤)이란 먹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표현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燥)은 먹색이 마른 것을 말하며, 윤(潤)은 먹색이 축축한 것을 말한다. 사실 붓을 사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먹을 사용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먹색이 마르고 축축한 것은 작품을 강하고, 부드럽고, 웅장하며, 수려하고, 기이하며, 굳센 예술효과를 나타낸다. 마른 붓을 사용하면 막히기가 쉬우므로 운치가 나지 않는다. 축축한 붓을 사용하면 먹물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뼈대가 없어진다. 효파여사는 작품 <비파>에서 이러한 먹의 조윤에 대한 예술적 효과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오랜 운필경험과 용묵법을 체득하였기 때문에 화면위에서 일필로 그 예술적 효과를 잘 살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진한 먹빛 속에서도 옅은 먹이 은근히 드러나게 함으로써 먹의 층차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하모니를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효파여사의 작품은 시원한 담묵과 독특한 농묵 처리로 참신한 느낌의 수묵효과를 내어 마치 담백한 반추상의 서구풍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 문인화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여백(餘白)에 있다. 문인화는 선(線)과 여백의 미(美)를 중시한다. 여백은 비워둠이 아니라, 수묵(水墨)의 농도에 따라 의미를 강조하거나, 나타내고자하는 작가의 내적 사상과 감정이 그윽하게 남아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문인화를 감상할 때 화폭에 담겨진 형상을 음미한 뒤 여백을 보면서 그 공간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문인화는 형식이나 색채보다 철학적인 깊은 의미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리지 않고 어느 부분을 남겨둠으로써 채우는 것 보다 더 심오한 미적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효파여사는 여백처리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작품 <연꽃>을 보면, 화면 아랫부분에 연잎들을 그린 뒤 윗부분 절반 이상은 텅 비워 놓았다. 이렇게 남겨진 여백을 보면,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여운(餘韻)이 남아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즉 우리는 이 여백을 통해 예술적 상상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효파문인화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4. 작가에게 있어서 재료는 주제의 선택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재료는 작가의 작품에 있어 예술표현의 언어이자 내용이 된다. 이러한 재료는 시각적 독창성을 추구하거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작가의 내적 심상의 가시화를 위한 방법적 모색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 효파여사가 선보이는 사포 위에 화선지를 덧씌운 종이는 사포의 울퉁불퉁한 맛과 화선지의 부드러운 맛이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품 <연꽃>은 일반적인 화선지에 담채로 그린 것 보다 질감에서 많은 차이를 자아내고 있다. 사포 위에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보통 화선지에 그렸을 때 보다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한지는 재료가 지니고 있는 은은함, 온화함, 소박함 등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동양적 정서를 잘 표현하는 재료로 생각되어 왔다. 또한 번짐과 선묘적 표현으로 인해 다양한 색의 조화와 배색들의 변화가 가능하여 작가들의 풍부한 미적 감성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이다. 그러나 마티에르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효파여사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았고, 이번 전시에서는 사포를 이용해 독자적인 종이를 만들어서 실험했던 것이다. 앞으로 동양인이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동양적인 것, 한국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꾸준히 재료에 대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한다. 재료에 대한 관심은 곧 고정화, 내성화 되어 가는 문인화의 새로운 돌파구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효파여사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 효파여사는 전통적인 문인화를 어떻게 현대적 조형으로 표현해 내느냐 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발묵법이나 여백의 미와 같은 전통 적인 기법을 새롭게 표현하는데 주력하였다. 더 나아가 기존의 문인화에서 느낄 수 있는 고답적인 표현이나 구도 혹은 획일화 된 시점 등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개성있는 표현방법을 모색하였다. 아울러 새로운 재료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실험적인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어떤 작품은 구체적인 형상을 표현하기보다는 거의 반추상에 가까운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작품세계의 바탕에 항상 이형사신의 정신이 깔려 있다. 사물을 나타냄에 있어서 사물의 겉 형상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중요시하며 작품을 제작하여 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효파여사가 이러한 예술정신을 바탕으로 앞으로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는 작품세계를 일궈 나가기를 기원한다. 2011. 8. 5
觀荷亭에서 정태수(한국서예사연구소장)
프로필
효파(曉坡) 이옥세(李玉世)
lee ok se
개인전
1회 : 봉산문회회관, 2007 2회 : 봉산문화회관, 2011
활동 경력
경상북도서예대전(미협) 초대작가(33회 대상 수상) 대구시서예대전(미협)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대전 문인화 입선 3회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 매일서예대전 초대작가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죽농서화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신사임당서예대전 초대작가 영남서예대전 초대작가 강원미술대전 심사위원 대구미술인상 심사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심사위원
주요 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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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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