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신학원 기말고사라서 2주 만에 시공부를 하러 왔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수업일 수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참가할 거라 기대하며, 15분 전에 도착해보니 벌써 김영주, 김옥희, 지영호, 심양섭, 윤경란, 이봄 학생이 반갑게 맞아주고, 늘 하던 대로 양섭 학생은 커피 봉사에 정신이 없고, 경란 학생도 거들고 있었다.
난 교수님께 말씀드릴 것도 있고, 해서 9층 방으로 갔으나 문이 잠겨 있어서 강사들이 머무는 방에 가서 준비한 카드의 내용을 쓰고 조금 기다렸다 나와 보니 마침 출근을 하던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실에 들어가 동인지 얘기와 방학동안 방배동에서 하시는 강의 얘기 등을 하다가 내려왔다.
세미나실에 내려오니 최혜순, 임선영, 류숙자, 박경자 학생이 와서 모두 11명이 와 있었다. 커피 한잔씩 마시고 얘기를 하고 있을 때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눌 때 서영지 학생이 와서 모두 12명이 나왔다. 방학 때의 열기가 학기 중과 다름없다.
교수님은 동인지와 당신이 하시는 강의 얘기를 하시고 나서 오늘은 꿈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시면서 ‘고래의 꿈’이란 시를 주셨다.
<고래의 꿈>
송찬호(1959~ )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서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 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젠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기를 한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대
농게 가족들이 새 펄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서 분수가 이만큼 자랐는걸
내게는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내일은 5마력의 동력을
배에 더 얹어야겠다 깨진 파도의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겠다
저 아래 물밑을 쏜살같이 흐르는 어뢰의 아이들 손을 잡고 해협을
달려봐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오랜 꿈이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 올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등을 표현하는 것이 참 놀랍다.
나도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을 계속 꾸고 살아야겠다.
그런데 밤새 꿈만 꾸다 일어나 보면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으니 어떻게 하지?
송찬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다른 직업이 없이 시만 쓰고 살면서 이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시인 중의 하나라고 하셨다. 대표 시집으로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 문학과 지성사)이 있다. 나이가 같은 송찬호 시인은 저만큼 앞서 가는데, 나는 언제 그 그림자라도 밟아 볼까?
이어 학생 시로 이봄 학생의 애완견이란 시를 낭송하고, 부가적인 설명을 해 주셨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재밌게 잘 쓰셨다. 큰 개가 다가오면 누구나 느끼는 공포심이 공감을 일으킨다. 아무리 작은 개라도 가까이 다가오면 겁이 난다. 그런데 개 주인은 자기 입장으로 세상을 본다. 내가 예쁘면 다 예쁜 것이고, 내게 순종하면 다 순종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세상 사람들 속에서 개 주인처럼 사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가천 시창작반 1년을 마무리 하는 시간, 성탄은 코앞이고, 새해도 곧 다가 온다. 그래서 우린 감사의 뜻으로 성탄카드와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교수님께 카드 내용을 읽어드리고, 선물을 드렸다. 임선영 학생도 교수님께 개인 선물을 드렸다. 이어 동인지에 넣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행복한 간식 시간, 오늘은 간식이 더 푸짐하다. 사진도 찍기 전에 입에 넣기 바쁜 철부지 학생들이 많다. 학생이 되면 나이와 관계없이 그렇게 되나보다. 그래서 재미있긴 하지만. 이봄표 단호박찜, 류숙자표 구운 달걀, 임선영표 양갱, 김영주표 피망과 칼라빵, 서영지표 빵, 윤경란표 쫄깃한 고구마와 매운맛 과자, 심양섭표 모란시장에서 구입한 생강편, 고구마스틱, 땅콩, 강정, 자색 고구마 등 5종류, 그리고 채기병표 고구마, 오늘은 어째 고구마가 대세다. 이거 다 먹으면 오늘 점심을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겨울 방학 동안의 일정
1. 방학 기간 일정
12/28, 1/4 휴무,
1/11, 1/18, 1/25, 2/1 : 오후1시 방배역-시 합평회
오후3시 방배역백석대학교대학원 강의(문복희 교수님외 1명)
2/8 설연휴
2/15, 2/22, 2/29 : 오전 10시 가천대 424호
2. 동인지 제작
편집위원 : 채기병, 심양섭, 서영지
제목 : 긴 그림자(2개 올렸으나 교수님께서 이것으로 결정 하셨습니다)
사진 : 지영호, 홍긍표
3. 기타 모임 일정 : 1월 7일(목), 양재역, 아호식 겸 신년모임
추후 자세히 연락드립니다.
첫댓글 감동적인 카드의 글과 선물 감사합니다.
사랑의 마음을 담아 준비해주신 가천 시창작반 여러분...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희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아이고 .. 저 진수성찬을 놓쳤네..
기회를 잘 잡아야 합니다.
빠져도 아쉽고, 함께 하고도 아쉬운 자리~
시인은 표현도 잘 하십니다.
가천 시 창작반 멋집니다.화이팅!! ^^
감사합니다. 등단시 잘 읽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요즘 저의 커피 바리스타 조수는 김영주 샘입니다~~
그렇군요. 김영주샘 고맙습니다.
가천시창작반의 멋진 날들^^소식 감사합니다~**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세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는데
방학래불사방학(放學來不似放學)이라는 말도
이곳 가천시창작반에는 있을 듯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멋진 비유를 하시네요.
지난 시간이 더욱 곱네요.
고래사냥 페부 깊-숙히 새로 음미했습니다. 앞선 시인의 솜씨에 천리 밖에 섰는 ......
화사한 우리반 학생! 이뼈요.
지난 시간이 더욱 곱네요.
고래사냥 페부 깊-숙히 새로 음미했습니다. 앞선 시인의 솜씨에 천리 밖에 섰는 ......
화사한 우리반 학생! 이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