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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지리적,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 속 또 다른 외국이라고 불린다. 일본의 영토 속에 있지만, 오키나와인들은 예전부터 번영한 류큐왕국의 후예로서 자신들이 일본인이라 불리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자연, 문화, 음식 자체도 일본 본토와 많은 차이가 나는 편이다.
큰 섬이면서도 어류보다는 육류를 좋아하고, 맛도 육류가 훨씬 더 뛰어나다.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스테이크를 특히 좋아한다. 스테이크뿐 아니라 ‘아구’로 대표되는 오키나와 돼지고기가 유명해 다양하고 신기한 돼지고기 요리가 많은 곳이 바로 오키나와다.
오키나와 대표 음식
오키나와 소바
오키나와에서 ‘스바’ 또는 ‘소바’라고 하면 모두 오키나와 소바(沖そば)를 말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오키나와 소바는 돈코츠(돼지뼈) 육수와 가츠오부시(가다랭이포) 국 물로 맛을 내는데, 여기에 밀가루 100% 면을 넣고 부타(돼지고기), 오키나와 카마보코(어묵), 네기(파) 토핑을 얹어 내준다.
토핑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삼겹살을 올리면 ‘산마이 소바’, 돼지갈비는 ‘소키 소바’, 족발은 ‘테비치 소바’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슈리성 근처에서 파는 소바는 ‘슈리 소바’를 필두로 나하 소바, 이토만 소바, 얀바루 소바, 다이토 소바, 쿠메지마 소바, 요나바루 소바 등 다양한 지역의 소바가 있다.
오키나와 소바 집에 가면 소바와 함께 주로 먹는 사이드 메뉴가 있다. 쌀,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넣고 양념한 밥인 ‘쥬시’다. 음식점마다 특색 있는 쥬시를 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래 오키나와 소바는 ‘소바’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일본에서 소바라고 하면 메밀함유량이 최소30%는 넘어야 하는데 오키나와 소바 면은 100%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이다. 한동안 많은 논란 끝에 1976년 오키나와에서 ‘오키나와 소바’의 명칭에 대한 신고를 했고, 1978년 10월 17일 일본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특수 명칭으로 등록 허가해줬다. 1997년 오키나와 생면협동조합에서는 10월 17일을 ‘오키나와 소바의 날’로 제정했다.
가정식 요리에서 명물 음식으로
참프루
참프루는 오키나와의 방언으로 ‘섞다’라는 뜻이다. 채소나 두부 등을 볶은 오키나와 요리를 말하는데, 재료에 따라 고야 참프루, 마미나 참프루, 도후 참프루 등이 있다.
원래 집에 있는 채소, 두부, 돼지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간단히 볶아 먹는 가정식 요리인데, 이제는 일본 전국에 알려진 오키나와의 명물 음식이 됐다.
예전부터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인 이유로 류큐,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다는 뜻에서 오키나와 문화를 ‘참프루 문화’라고도 부른다.
생선 염장 올려 먹기도
시마도후
일본 각지에는 다양한 두부가 존재하는데, 오키나와 두부는 ‘시마도후(島豆腐)’라고 한다. 시마도후는 간장을 뿌려 먹기도 하고, 채소와 함께 볶아먹거나 그 자체를 구워 먹기도 한다. 그 중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꼽히는 것은 ‘스쿠가라스도후(スクガラス豆腐)’다.
스쿠는 아이고(독가시치)의 치어를 말하는데, 스쿠를 시오츠케(염장)한 것이 바로 ‘스쿠가라스’다. 스쿠가라스는 오키나와의 보존식 중 하나로, 생선을 염장해 다소 비리고 독특한 냄새가 있다. 스쿠가라스를 시마도후에 얹어서 먹는 것이 바로 스쿠가라스도후다. 스쿠가라스는 자체 염도가 있어 다른 소스 필요 없이 그냥 먹어도 되는데, 담백한 두부와 적당히 간이 된 스쿠가라스의 조합이 의외로 별미다. 약간 비릴 수도 있지만, 오키나와의 대표 별식 중 하나다.
독특한 돼지고기 요리
미미가&치라가
오키나와라고 하면 처음 떠오르는 요리가 바로 돼지고기 요리다. 오키나와 소바, 라후테, 테비치 등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가 있는데, 독특한 요리 중 하나가 바로 ‘미미가’다.
‘미미’는 ‘귀’라는 뜻이고 ‘가’는 ‘껍질’을 일컫는데, 쉽게 말해 돼지귀껍질 요리다. 오키나와의 일반 호텔이나 이자카야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키나와 명물 요리 중 하나다. 한번 삶거나 데친 돼지 귀와 귀 껍질을 채 썰어 폰즈소스, 피너츠미소, 마요네즈 등에 버무려 내놓는다. 자체 맛보다는 쫄깃하고 오도독거리는 식감이 재미있다. 콜라겐이 많아 건강식과 미용식으로 많이 찾는다.
미미가와 함께 독특한 오키나와의 돼지 요리는 ‘치라가’다. ‘치라’는 ‘얼굴’, ‘가’는 ‘껍질’이라는 뜻으로 돼지얼굴껍질을 일컫는다. 돼지 얼굴 껍질을 홀라당 벗겨 그 자체로도 판매한다. 미미가가 쫄깃한 식감이라면, 치라가는 부들부들하다. 치라가는 훈제해 먹기도 하고, 참프루(볶음요리) 또는 무침으로 먹는다.
/ 우승민(NAVER 블로거, '후쿠오카에 반하다' 저자)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