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참으로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국민일보, 한국일보와 YTN 등 방송과 신문을 가릴 것 없이 인터넷 매체와 네티즌들의 친일규명 노력을 '마녀사냥'이라고 매도했다. 그들은 적절한 비판논리를 구사한 것도 아니다. '무차별 폭로', '근거없는 주장', '매카시즘적 광풍' 등등 그야말로 마녀사냥식 단세포논리로 몰아쳐댔다. 더구나 이런 보수언론들과 더불어 민족문제연구소의 연구실장이라는 사람도 이들의 논리에 힘을 보태 "일제시대 때 서기는 말단직에 불과하다"며 정동영 장관의 부친 친일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악의적 의도라 규정했다. 그의 논리는 열린우리당 김갑수 부대변인이 브레이크뉴스에 여당 실세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일본의 앞잡이들"이라는 폭언을 퍼부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여당 실세의 친일행각이 밝혀지면 과거사 규명이 왜곡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민족문제연구소가 언제부터 여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게 되었는가?
비판이라는 것은 늘 정도와 위상을 따져야 한다. 즉 친일파를 뿌리뽑겠다는 깃발을 든 사람이 관계된 친일이라면 더 엄격하게 검증을 하는 것이 이치에 타당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열린우리당과 합세하여 "왜 갑자기 여권의 실세들에게만 집중되는가?"라고 묻고 있다면, 그들은 이러한 비판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신기남 의장과 정동영 장관이 공격받으니까 부리나케 튀어나오냐고. 그 악의적 의도가 무엇인가?
정동영 장관은 현 정권의 실세이며, 외교정책에 대하여 신기남 의장과 더불어 숭미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친일과 친미가 한몸이라면, 아버지의 부일로부터 그의 숭미적 가치관을 추론해내는 것은 과거사 청산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장관이 비판의 타겟이 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동영 장관은 일국의 통일정책을 주도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일제치하에서 식산조합이라는 수탈기구의 서기를 지내고, 반공극우단체의 활동경력으로 면장을 지낸 부친의 과거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는 그가 "아버지의 활동을 존경한다"라는 표현을 그의 자서전에 분명히 적어놓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2001년 민주당의 대권 차기 주자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이회창 전 총재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그리고 그 대립각의 내용은 바로 이회창 부친의 친일행적이다. 2001년 각종 언론에 보도된 정동영 장관의 발언을 살펴보자.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안동선 최고위원이 제기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부친의 친일문제는 흔히 나오는 여자·금전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라며 “이 총재가 자신의 가족문제를 꼬투리잡아 대통령이 제기한 총재회담을 미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제치하에서 검찰서기를 했다고 하면 정통성과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경우 국민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후세교육에서도 기준이 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신문 2001년 8월 27일)
그는 “일제 때 아이들에게 ‘무서운 사람 온다’고 하면 ‘순사 온다’고 했는데 순사보다 위가 고등계 형사이고 그 위가 검찰서기 아니었느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연좌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인식의 관점을 짚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하는 얘기”라면서 “특히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도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역사에 대한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이 총재 부친을 ‘존경받던 검사’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누구한테서 존경받은 것이냐”고 되물었다.(동아일보 8월 28일)
정동영 상임고문은 보도자료에서 "일제하에서 15년간이나 총독부 검찰서기로 근무한 이회창 총재 부친의 친일행적에 대해 이 총재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고문은 "창씨를 개명하고 조선총독부 검사보를 거쳐 검사임용시험에 합격한 것은 명백한 친일 행위"라며 "조선총독부가 무수히 많은 독립투사를 구금하고 고문한 일제의 첨병이었음을 기억할 때 이 총재 부친이 어떤 일을 했는지 분명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3월 1일)
이렇게 단지 검찰서기로 근무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당의 총재를 비난했던 그가, 지금 자신의 부친의 행적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가? 브레이크뉴스가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했을 때 그의 측근은 이렇게 반박하였다.
"이같은 게시물이 인터넷에 돌고 있는 걸 장관도 알고 계신다"며 "그러나 특별히 언급하길 꺼려하신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정 장관 부친의 경력 자체는 사실이지만, 친일에 대한 부분은 어이가 없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그 당시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친일파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2001년의 정동영과 2004년의 정동영이 과연 같은 사람일까? 아무리 권력과 표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이라지만, 3년 사이 이렇게 말을 뒤집을 수 있는가? 문제는 이러한 정동영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아니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하는 정치인에 대하여 언론과 네티즌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를 육탄방어하고 나선 민족문제연구소와 보수언론들의 어용적 행태이다.
그들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첫째, 정동영 장관이 이회창 전 총재의 아버지를 친일파로 몰아붙인 근거는 일제 시대 독립군을 감금한 조선총독부 산하 검찰 서기라는 직책 때문이다. 이 논리 그대로, 일제 시대 농민수탈에 앞장선 식산조합의 서기를 지낸 정동영 장관의 부친의 친일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마녀사냥인가? 만약 그것이 마녀사냥이라면, 마녀사냥의 본보기를 보여준 정동영 장관을 늦게나마 비판할 생각은 없는가?
둘째, 특히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도덕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역사에 대한 관점이기 때문에 이총재 아버지의 친일을 검증하겠다던 정동영 장관의 큰 뜻을 따라, 친일행적의 의혹이 있는 정장관의 아버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 반민족인가? 만약 이것이 반민족적이고 친일규명에 방해가 된다면 브레이크뉴스와 네티즌들 매도하기 전에 정동영 장관에게 이에 대하여 사과를 요구하기 바란다.
단지 검찰 서기라는 직책에 있었다고 남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무슨 일을 했는지 뻔하다"고 확신하던 그가, 어째서 똑같은 공공기관 서기 출신인 자기 아버지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잡아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첫댓글 뭐 묻은 개가 재 묻은개 나무란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