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백두대간 진행 후 9년 만에 청화산을 다시 찾는다.
이번에도 역시 블랙야크 100명산을 다시 진행하는 친구를 따라 나서는 길이다.
청화산만으로는 조금 부족해서 시루봉과 연계해서 산행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원적사 아래 자그마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당초에는 청화산부터 시작해서 시루봉을 거쳐 하산하여 이곳으로 다시 올라오자는 계획이었지만 산행 후 다시 이곳으로 제법 가파른 길을 1km 이상 올라올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라 역 코스를 택하기로 한다.
해서, 포장 된 비탈길을 걸어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니 좌측 갈림길이 나오는데 동행한 친구가 이쪽으로 올라가자고 한다.
하지만 GPS 상으로는 조금 더 내려가야 시루봉 방향 등로가 연결되는데 굳이 고집을 부린다.
할 수 없이 따라가는데...
잠시 포장도로를 올라가다가,
우측에 있는 외딴 농가 뒤로 길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어 내려가서 돌아가자고 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와중에 엉겅퀴가 예뻐서...
아니나 다를까,
잠시 열리는 것 같은 등로는 어느새 무성한 잡목 천지로 변해 버리고, 길을 찾아 이리 저리 한참을 헤매지만 등로가 나와야 말이지...
오늘도 정글 탐험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우거진 잡목들과 가슴까지 올라오는 잡초들을 뚫고 급경사를 내려와 다시 외딴 농가 뒤로 돌아 조그만 계곡을 건너 이리저리 헤맨 끝에 등로를 찾긴 했는데...
이용하는 산객들이 거의 없어 등로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희미한 등로를 찾아가며 계속 올라가니, 길은 점차 뚜렷해지고 아직은 완만하게 오름을 이어간다.
곳곳에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경사도 점점 심해진다.
능선 조금 밑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는 등로가 있지만 그냥 바로 치고 오르기로 한다.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하고...
1 시간이 넘게 걸려 능선에 올랐다. 여기서 좌측으로 진행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고생을 사서 하고 말았으니 체력과 시간을 쓸데없이 소비하고 만 셈이다.
내리는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는데 경사는 점점 심해지고 암릉 구간도 나타난다.
이쪽 지방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며 우측 도장산과 그 뒤로 청계산(대궐터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문경 농암면의 청화마을과,
도장산 우측 멀리 구병산도 보인다.
시루봉으로 오르는 암벽.
내리는 비는 왔다리 갔다리...
예전에는 이곳에 로프가 걸려 있었는데 걷어 버렸네.
하지만 로프가 없어도 오를 수 있다.
시루봉 정상은 우측 나무 숲 사이에 있다.
몇 년 전 시루봉과 더불어 올랐던 연엽산.
정상 바로 밑 암봉에 올라서니 사방이 시원하니 거칠 것이 없다!
하지만 날씨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니 그 멋진 모습을 깨끗이 나타낼 수 없음이 아쉬울 따름.
진행 방향 좌측을 바라보니 속리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지고, 가장 왼 쪽 멀리 구병산도 희미하다.
천왕봉을 필두로 문장대와 관음봉, 그리고 묘봉, 상학봉, 미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제법 뚜렷하게 보이고,
진행 방향으로는 청화산과 우측으로 백두대간 능선이 이어진다.
시루봉 정상.
시루봉(876.2m).
문경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디서 보든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정상 부분의 암벽이 튀어나와 떡시루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시루봉은 크고 작은 세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간다.
시루봉의 두 번째 암봉.
암봉 뒤로 약간 뾰족한 조항산, 그 좌측 멀리 군자산, 조항산 우측 마귀할멈통시바위, 그 뒤 멀리 장성봉, 우측 둔덕산 등 대간 능선 상의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니 대간 진행 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두 번째 봉우리에서 돌아 본 시루봉.
암봉들을 넘어 진행한다.
급히 떨어졌다가,
시루봉의 세 번째 암봉으로 오른다.
다시 지나온 두 개의 암봉들을 돌아보고, 세 번째 암봉에 올랐다.
좌측 도장산과 그 너머 청계산, 그리고 형제봉, 뒤로 구병산, 우측으로 속리 능선을 다시 한 번 조망하고,
암봉을 내려와 청화산을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이어간다.
연엽산 갈림길.
연엽산은 우측, 청화산은 좌측 방향이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땀은 연신 쏟아지고...
능선에도 이렇게 부러져 쓰러진 나무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쪽으로 다니는 산객이 많지 않은 탓인지 등로가 다소 거칠다.
원적사 주차장갈림길을 지나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원적사로 내려가는 것 같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뿌리 채 뽑혀 쓰러져 있었고...
조망처에서 바라 본 대야산과 시루봉, 둔덕산.
백두대간 길에 접속했다. 대간 진행 후 9년 만에 밟는 길이다.
우측은 조항산 방향, 좌측이 청화산 방향.
청화산.
무심코 앞만 보고 가다가는 놓치기 쉽다.
지나온 능선과 시루봉을 돌아보고,
헬기장도 지난다.
오랜만에 보는 기린초.
대간 진행 시에는 이리 지나갔던 것 같은데 올라가보니 등로가 보이지 않고 그냥 절벽이었다.
늘재 갈림길이다.
우측은 늘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 우리는 좌측 원적사 방향으로 내려간다.
다시 한 번 속리능선을 조망한다. 날씨만 맑았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좌측 뒤 뾰족한 형제봉과 우측 천왕봉.
절벽 중간에 자라고 있는 나무가 조금 특이하게 보였다.
아래는 원적사.
지나온 능선.
이곳에도 나무가 뿌리 채 뽑혀 쓰러져 있었다.
길을 막고 있으니 넘어 갈 수밖에...
제법 급한 경사가 이어지고,
원적사로 내려서는 줄 알았더니 주차장으로 바로 이어진다.
도상거리 약 10km, 5시간 소요.
처음부터 제대로 된 등로로 들어섰으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 걸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생고생을 사서 하고 말았다.
게다가 비까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조금 더 지체되었고.
날씨가 후텁지근하니 땀도 많이 흘린 하루였다.
하지만, 장쾌한 속리능선과 그 주위의 연봉들을 두루 감상하며 대간 진행 시의 추억을 돌이켜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
날씨가 조금 더 맑았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