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오백서른두 번째
아미쿠스 모르티스 Amicus Mortis!
“남편이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그것으로 충분했노라고.” 어제 정촌이 올린 글 ‘간호사와 사과’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걸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한 친구의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상황을 지켜보았었습니다. 거의 끝 무렵 친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미처 몰랐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는 이미 치매가 심해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남아 있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답게, 나로서’ 죽기 위해 내가 가져야 할 마음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아미쿠스 모르티스 Amicus Mortis!’, ‘죽음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란 뜻의 라틴어라고 합니다. 아미쿠스 모르티스는 내가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친구입니다. 모두가 ‘그래도 살아야지’라고 할 때, ‘아냐, 죽어가자, 그러나 잘 죽자’라고 하는 사람이랍니다. <아미쿠스 모르티스>(Dying is not death)라는 책을 쓴 가톨릭 신부 출신의 리 호이나키는 환자들을 통해 돈을 버는 의료진, 보험사가 “인간의 불행으로부터 돈을 버는 역겨움”을 유발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그는 의료기기에 몸을 맡기지 않고 그 ‘죽어가는 과정’을 하나의 삶으로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답니다. 결국 죽음이란 의사가 선언하는 순간이 아니라, 우리 삶의 총체적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살아생전 잘살아 보려고 노력했듯이, 예쁘게 깎은 사과 한 쪽을 아내에게 선물하고 만족해하며 떠난 사람처럼, 노쇠해졌거나, 병들었을 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잘 죽기 위해 노력하자고 우리 어깨를 툭, 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누구의 아미쿠스 모르티스가 되어줄 수 있으려면 먼저 내가 나의 아미쿠스 모르테스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