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매일이다.
에어콘 없는 수행처라
뜨거운 공기에 여지없이 찬물샤워를 하고
승원에서 담은 매실청 한잔을 들이킨다
공양시간에만
겨우 볼 수 있는 수행자들
그마저도 묵언으로 일관된....
하지만 공기가 무겁지 않다
모두가 평화롭게 지낸다는 의미다
지정된 바 없이도
알아서 각자
사부작 사부작
도량을 빗질하고
고추를 따고
책을 정리하고
국수를 삶고
창틀을 닦고
각자 스케줄에 맞춰
정진을 한다
자연의 생명력만큼
나의 오만한 아상을
쉬이 잦아들게 하는것이 있던가
뜨거운 마당에 물을 뿌리다
우연히 만난 새싹을 보며...
한참을 조용히 고요에 든다
바루를 보시하는 수행자님
진실한 마음으로 축원하는 반떼
이 순간,
기도는 깊고 오염원이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산 자락
얼마나 많은 고찰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품고
귀한 자리에 앉아들 있는가
화엄사 적멸보궁에 들러
오랫만에 절을 올린다
배롱나무 백일홍이 흐드러지고
이노무 안식에 끄달려 들뜨는 마음을
그 여전함을 본다...
중국 국적의 세알레이는
안정되고 평화로웠던 4개월의 안거를
마무리하며...
떠나기 전
반떼에게 법을 청하고...
무한한 감사함을 몇번이고 전한다
새벽정진이 유난히 깊은 아침
더위에 지친 나무에 물을 주다가
큰 부처님 아래에 떨어진 밤송이를 발견
드디어 지리하던 갑진년 여름이
떠나는구나.... 하며
바보같이 미소가 퍼진다
해질녁
마을의 목욕탕에 갔다가
송림에 들러
도반과 경행을 한다.....
제주에서 온 나는
바닷바람과 강바람의 차이를
분명히 느끼며 걷는다
해가 떨어진 강물을 무심히 보며
법담을 나누는 평온함에
행복하라
행복하라
부처님 말씀 속의
그 행복이 이것이리다....
그득하게 공감해본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 잘들 지내시는가? "
묻지 않았다 한다.
" 잘들 버티고 계신가...?"
몸을 받아 살아감이란
그저 '버티는 것'임을 아신 부처님
담마안에 살고자 노력하는 수행자님들
올 여름 잘들 버티셨습니다!!
첫댓글
부처님 제자들에게
"잘들 지내시는가?"
묻지 않았다 한다.
"잘들 버티고 계시는가...?"
순간 들숨 날숨에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사두 사두 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