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라벨에는 소비자에게 전하는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지만 놓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부적절한 정보가 소비자를 크게 오도하기도 한다.
'무無 콜레스테롤'를 내세우는 기름을 예로 살펴 보자. 콜레스테롤은 동물성 제품에만 존재하며, 이 식품은 동물성 원료를 전혀 함유하지 않으므로, 기술적으로 이 표기는 맞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표기는 마치 비슷한 다른 식품들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둘째, 콜레스테롤이 없다는 것이 마치 큰 건강상의 이점인 것처럼 암시한다. '무 콜레스테롤'이라고 크게 써 붙이면, 다른 유사한 기름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어떤 쿠키는 콜레스테롤이 없다고 내세우면서도, 콜레스테롤보다 심장질환 위험을 더 높이는 엄청난 양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심장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관심이 있다면, 1회 제공량 당 지방 함량뿐 아니라 그 지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정보를 라벨에 표시하도록 요구해야한다. 트랜스 지방산 함량과 오메가-3 대 오메가-6 지방의 비율까지 알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여러 질병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라벨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정말 유용한 정보 아닌가? 이제 유전자변형식품(GMO) 라벨 표기 얘기로 넘어가보자.
어떤 제품에 'GMO 미함유'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이는 GMO를 피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암시를 주는건 아닌가?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유전자변형 식품은 모두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들 식품은 인체∙동물 건강, 환경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거쳤다. 이 식품으로 인해 인간에게 질병이 발생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이 표시를 원한다면, 그 정보는 '검증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는게, 검증할 대상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든 콩기름과 비변형 콩으로 만든 콩기름 사이에는 화학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직한 생산자들이 이런 흐름에 편승해, 유전자변형 여부가 애초에 문제되지 않는 제품까지 포함해 눈에 띄는 모든 것에 '무 GMO'라고 표기할 수도 있다. 시중에 유전자변형 토마토가 아예 없는데, 굳이 토마토에 무 GMO라고 표기할 필요가 있을까?
반대로 접근해, 유전자변형 식물에서 유래한 식품 라벨에 아예 이를 표기하는 것은 어떨까? 유전자변형 기술로 재배된 콩, 카놀라, 옥수수 자루에는 분명히 그렇게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옥수수 전분을 '성분으로 함유한' 식품은 어떨까? 이 전분은 살충 성분인 Bt 독소를 생성하도록 유전자를 삽입한 유전자변형 옥수수에서 왔을 수도 있지만, 비유전자변형 옥수수에서 나온 전분과 구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도 표시해야 할까? 유전자변형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는 어떤까? 마찬가지로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은? 다른 품종의 토마토에서 온 유전자로 변형된 토마토는? 재조합 DNA 기술로 만들었지만, 동물 위장에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카이모신 효소를 사용해 만든 치즈는? 유전자변형 성분을 포함한 식품에 표기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도입된다면 표기 없이 허용되는 최대 함량은 얼마가 되어야 할 것인가? 0퍼센트? 1퍼센트? 5퍼센트? 이것을 어떻게 제대로 단속할 수 있을까? 유전자변형 작물을 어떻게 분리 관리할 것인가? 여기에 드는 비용은 또 얼마일까?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합리적인 방법은, 식품을 생산 '과정'이 아니라 최종 제품의 '내용물'에 따라 표기하는 것이다. 어떤 유전자변형 식품이 기존의 식품과 영양학적으로나 성분상으로 다르다면 그렇게 표기하면 된다. 차이가 없다면 굳이 표기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이 실제로 식품 당국과 과학 자문단이 현재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안전상의 우려가 없더라도 자신이 먹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좋다. 그렇다면 왜 GMO 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가? 1회 제공량당 허용되는 벌레 조각이나 쥐 배설물의 개수(이에 대한 규정이 실제로 있다), 사용된 특정 살충제나 비료, 전통적인 교배로 인해 생긴 독소, 또는 수경재배 여부에 대한 표기는 왜 요구하지 않는가? 리마 콩에 천연 시안화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표기는 어떤가? 알팔파 새싹에 대장균 O157:H7 감염 위험 경고 문구를 붙이는 것은 어떤가? Bt 박테리아를 살포해 재배한 '유기농' 작물에도 표시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이 박테리아는 Bt 유전자가 삽입된 작물과 동일한 독소를 방출한다. 소비자들은 이런 사항도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라벨 표기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다만 그 모든 견해가 동등하게 타당한 것은 아니다. 32개국 23,000명이 참여한 입소스 글로벌 신뢰성 조사(2024)에 따르면, 의사와 과학자를 가장 '신뢰성'이 높은 직군 1, 2 위로 꼽았다. 의·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신념이나,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제공하는 정보보다 시험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과학자의 말이 타당성이 더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