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趙炳華),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나라−신간평 『착한 어린이』를 읽고”, 『경향신문』, 1952.4.23 (불수록)
착한 어린이 여러분 ── 여러분들은 우리 김소운(金素雲) 선생님을 잘 아십니까. 금소운 선생님은 늘 어린이 여러분을 사랑하고 꾸짖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는 이 땅 위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어린이들이 많이 같이 모여서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그러한 나라를 늘 만드시려고 애쓰시고 계신 노인이시며 늘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가시는 말하자면 또한 어린이올시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제일 불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읽을 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화(漫畵)책을 보아도 그렇고 동화집(童話集)을 보아도 그렇고 진실로 어린이 여러분들에게 봄날의 태양(太陽)과 같은 봄날의 화단(花壇)과 같은 토양(土壤)을 주는 그러한 책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없다는 것을 볼 때 나는 무한이 여러분들을 동정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름다운 꿈과 아름다운 모험(冒險)과 금지구역(禁止區域)이 없는 그러한 자연(自然) 속의 힘껏 약동(躍動)을 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나 어른들 세계(世界)에 짓밟혀서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을 보고 들어서는 아니 될 것을 듣고 해서는 아니 될 것을 어쩔 수 없이 해 가는 여러분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어린이들보다 불행(不幸)하고 위험(危險)하고 거셀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누구부다도 잘 알고 계신 우리 김소운 선생님께서 여러분들을 위하여 또 우리들을 위하여 먼저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나라’의 씨를 뿌리시자고 『착한 어린이』라는 작은 책을 선물하셧읍니다. 김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아름다운 말과 글과 내용과 언제나 우리를 힘차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끌고 나가시는 힘과 열을 흠뻑 담으신 정말 어린이 여러분들의 벗이 될 수 있는 책이올시다. 어린이 여러분 ─ 여러분 다 같이 이 책을 읽고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나라’의 씨를 다 같이 힘차게 뿌려 봅시다. 아버지 되시는 여러분 어머니 되시는 여러분 형님 누님 되시는 여러분들께서도 다같이 어린이가 되어 이 『착한 어린이』를 읽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