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올린 투탕카멘의 글을 준비하던 중 책상설합에 두었던 파피루스 그림 몇 장을 찾았습니다. 아마 제가 처음 이집트를 방문하였을 때에 사온 것이니 벌써 15년이 다 되었군요.
파피루스는 잘 아시다시피 종이(paper)의 기원이 된 것이죠. 요즘의 종이의 질이 예전에는 파피루스라는 것이 아니라 요즘과 같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고대이집트에서 기록을 남기는 수단으로 파피루스라는 잎을 이용한 것입니다.
파피루스의 잎은 글이나 그림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바나나 잎처럼 넓은 것은 아닙니다. 폭이 좁고 긴 잎들을 대바구니 엮듯이 넓게 이은 다음에 압력을 가하여 건조시켜서 만든 것입니다. 지금도 이집트의 카이로를 방문하면 기자의 피라미드로 가는 길목에는 파피루스 제조공법을 보여주며 파피루스그림을 파는 상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점들에서는 최소한 $10 이상 주어야 하는 것들이 카이로시내 거리에서는 2-3장에 $1 도 안되는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 있습니다만 이들은 모두 진짜 파피루스가 아니라 바나나잎을 말려서 만든 가짜 파피루스이랍니다. 그렇다고 토산품점에서 비싸게 팔리는 것은 모두 진짜 파피루스라는 것도 장담은 못 할 정도로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대체적으로 표면이 매끄러우면 바나나잎으로 만든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조파피루스 즉 바나나잎을 사용하는 경우는 대부분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 인쇄를 한 것이죠.
토산품점에서 파는 파피루스에는 이집트의 상형문자나 유명한 파라오들이나 왕비의 모습, 고대이집트인들의 생활모습을 알 수 있는 이집트의 고분벽화들의 그림을 옮겨 그린 것들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 포경수술을 하는 모습을 담은 파피루스그림을 하나 소개합니다.
포경수술, 특히 남자의 경우 그 이유를 막론하고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많이 하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의학적으로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좋으냐, 안해도 되느냐, 또 한다면 언제 하는 것이 좋으냐 하는 것은 워낙 학설이 많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문외한인 저는 이곳에서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유대인과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들)들은 오랜 관습에 따라 남자아이들의 포경수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슬람교는 아라비아반도에서 발생되었지만 고대이집트의 활동반경이 지금의 수단,이디오피아,요르단,이스라엘까지 뻗쳐서 전쟁 또는 상인들의 교역, 집단이주 등의 교류가 있었고 지금의 아랍인의 조상도 아브라함의 서자인 이스마엘이라고 하니 수 천년 후 이슬람교가 발생할 당시 아라비아인들의 풍습도 지금으로 말하자면 중동지역 모두가 비슷한 점이 많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보면 유대인이건 무슬림이건 간에 중동지역에서 남자아이들한테 포경수술을 해주는 의식은 이슬람이란 종교적인 배경 이전에 지역적인 풍습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7세기에 아랍에서 이슬람교가 발생하고 이 종교가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전도되면서 오래전부터 내려져 온 아랍인들의 풍습중의 하나인 포경수술이 함께 전해져서 이들 나라의 경우는 포경수술이 종교적인 배경으로 행하여 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무슬림들이 돼지고기를 금식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돼지고기 금식풍습은 같은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유대교에서도 지켜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