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일을 하다보니 별의 별 경험을 다 하게 됩니다.
야심차게 계획한 프로야구 경기장 서명운동은 준비 소홀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경황이 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1천명이 넘는 분들로부터 서명을 받았습니다. 10만 서명운동을 받아보고자 프로야구 경기장을 부딫혀 보는 경험도 다시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광주가 유독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오후 3시경 무등경기장에 도착하니, 이미 입장하시는 분들로 장사진이더군요. 경기는 오후 5시인데 말이죠. 프로야구 열기가 이처럼 뜨거운지 몰랐습니다.
사전에 기아타이거즈로부터 서명운동에 관한 몇 가지 협조를 구한 상태였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그게 그렇게 안되더군요.
무등경기장을 관리하는 곳은 아마 광주도시공사 또는 광주시인 모양인데, 자기들한테 얘기 된 바가 없다고 괜히 발길을 잡더군요. 그래서 양해를 구하며 '99엔', '근로정신대' 문제 건을 얘기하니, 크게 다른 말을 않더군요. 야구경기장 입구에 갔더니 시설 관리하시는데서 또 발목을 잡는 겁니다. 역시 '99엔', '근로정신대' 얘기를 꺼내니, 절차에 없는 것이지만 허용한다고 하더군요. 말을 빌리면, 경기장 부지가 좁아 예외적으로 특별한 행사만 허용하지만, 그렇더라도 사용료(12만원)가 있다고 하더군요.
현장 상황을 모르고 서명용 탁자는 야무지게 준비했습니다. 평소 시민모임에서 쓰는 탁자로도 부족할까봐 김희용 대표님 교회에서 쓰는 꽤 무거운 탁자를 4개나 준비하고, 시민모임 탁자도 6개 정도 됐으니, 이만하면 괜찮다 싶었죠.
매표소와 출입구 앞에 서명용 탁자를 폈지만,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습니다.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사람, 줄 지어 검표를 거쳐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혼비백산 할 지경이더군요. 주위가 시끄러워 왠만큼 소리를 질러도 우선 남보다 먼저 일찍 들어가기 바쁜 사람들 눈길을 끌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6.2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와서인지 각 후보 진영 후보와 운동원들까지 대거 몰려들어 명함을 배포하느라, 혼잡하기 이를데 없더군요.
경기장 밖 3루측 입구외에 1루측 입구에도 탁자를 폈지만, 역시 바쁜 걸음을 멈춰 세우기 난감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몇 몇 회원들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일일히 줄 지어 서 있는 시민들을 찾아 1대 1, 맨투맨 식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4시 20분쯤 더 이상 이런 상황에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표를 끊어 8명을 경기장 안으로 보내고, 이어서 기아타이거즈로부터 특별히 pass card 10장을 발급받아, 나머지 인원도 경기장 안으로 투입시켰습니다.
그러나 안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소리
"이미 움직이기도 어려워요. 도저히 안되겠어요. 상황 정리 좀 해 주세요"
결국 5시 경기시작과 더불어 오늘 서명운동은 사실상 끝이 났습니다. 모든 시선은 야구장으로 쏠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장에 들어갔지만 만원 관중으로 인해, 서명운동은 생각치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리도 차지 하지 못한 조선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생들과 일부 회원들은 일찌감치 이날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와 내일을 기약하며 각자 해산했습니다.
양금덕할머니, 서진영회원, 여백, 김희용 대표, 이국언 사무국장만 이왕 이렇게 된 것 경기나 관람하자며 7회 무렵까지 지켜보다 돌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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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양금덕 할머니였습니다.
씨름, 권투,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즐겨보신다는데, 왠만한 일반인들 보다 야구에 대해 잘 알고 계시더군요. 경기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여기서 홈런이면, 3점이네" (주자가 2명 출루한 상황)
"아니, 아직 한명 남아 있어"(아직 투 아웃이라는 얘기)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여든 두살 먹은 할머니가 야구보러 온 사람은 나 혼자 뿐일 것이여"
참 뵈면 뵐 수록 대단하십니다. 할머니가 "이런데 오면, 한 잔씩 해야 한다"며 맥주와 안주도 한 턱 내서, 아직 날도 밝은데 불그스레 술 한잔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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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본 결과, 프로야구장의 산만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 볼만 하다는 의견이더군요. 오늘은 작전의 실패였을뿐,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겁니다.
내일은 탁자를 아예 펴지 않고, 일찌감치 바로 경기장 안으로 투입키로 했습니다. 2시에 야구장 출입구에서 만나, 일부를 제외하고 바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좋은 위치를 잡으려고 오신 시민들을 상대로 하면, 괜찮겠다는 의견입니다.
일부만, 표를 사거나 밖에 계신 분들을 상대로 경기 시작 전까지 남아 맨투맨 식으로 해 볼 생각입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날 많은 분들이 수고하셨습니다.
양금덕 할머니, 김희용 대표, 이영미 사모님, 넘치는 교회 권사님, 여백, 민병수회원, 택시 교대시간을 앞둔 상태임에도 현장에 나와 도와준 유종천, 박수희, 배주영 사무차장, 서진영회원, 대륙정벌, 임용철 회원 그외 조선대학교 산업공학과 박찬혁 회장 등 학생 13명.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은 효과적으로 재미있게 하시리라 믿어요.
할머니가 가족들이 꼭 야구장으로 소풍온것같다고 먹을것도 싸온다고 요즘은 야구장에를 그렇게 가나보다 하시면서 재밌으면서도 부러우신듯이 말씀하셨죵 그래서 다음번엔 할머니랑 맛있는거 사들고 야구장으로 소풍가기로 했죵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