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 진위 공방의 진원지...퀀텀에너지연구소 누가 투자했나?
[주간조선]
여다정 기자
입력 2023.08.20. 05:30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퀀텀에너지연구소 사무실. photo 여다정
지난 7월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게재된 논문 두 편이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이석배 대표가 이끄는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들 논문을 통해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 ‘LK-99’를 구현해냈다고 밝혔다. ‘꿈의 물질’이 개발됐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은 초전도체 관련주로 들썩였다. 그러나 해외 연구팀을 중심으로 검증 실패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LK-99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과열된 시장에서는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며 진위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난리통 속에 정작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들은 과도한 관심을 경계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8월 2일 LK-99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검증에 나선 상태다. 현재 공개된 논문과 영상으로는 LK-99를 상온 초전도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학회는 “상온초전도체 발견에 대해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으나 이를 책임지고 검증하는 주체가 없다”며 “동료 연구자들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해 검증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학회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 검증을 위한 시료(샘플)를 요청했다. 그러나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검증위 측에 LK-99에 대한 세 번째 논문을 게재하기 전까지 시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검증위 관계자는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시료를 받지 못했고, 관련해 다른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지난 8월 12일 LK-99 시료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확보해 재현실험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별로 제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자석 위에 부양하는 고온 초전도체 사진. photo 위키미디어
자석 위에 부양하는 고온 초전도체 사진. photo 위키미디어
3시간 간격으로 두 개 논문 공개… 연구진 내분 의혹
“지금 이것이 너무 달아올라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우리들이 자중하고 있습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LK-99에 대해 9월 언젠가 발표한다고 합니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 교수는 지난 8월 16일 이메일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다른 연구진들과 달리 김 교수는 앞서 여러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논문 내용 등을 설명했지만, 나날이 진위논란이 증폭되자 언급을 자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석배 대표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달 내 진위 여부가 확인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앞서 김 교수는 권영완 고려대 교수가 공동저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앤드메리대 학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권 교수가 올린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것과 같다”며 “학술지를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 출판이자 자기표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논문 저자들 사이에 내분이 발생해 갑작스럽게 논문이 게재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같은 날 3시간 차이를 두고 게재된 두 개 논문의 저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권 교수의 논문발표 행위와 관련해 연구부정행위 여부 조사에 돌입했다.
연구진 내분 의혹은 LK-99 진위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초전도체 관련주’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회의감을 느낀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완벽하지 않은 논문이 연구소의 투자금 유치를 목적으로 공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권 교수는 김 교수와 함께 교육부 연구과제의 책임자로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 지원과제를 수행해 왔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를 통해 3년간 2억원을 지원받았다. 퀀텀에너지연구소 등기부에는 권 교수가 지난해 5월 사내이사로 취임했으나 지난 3월 30일 사임한 것으로 게재됐다.
등기부를 살펴보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이석배 대표 부친 소유의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다. 이 대표의 주소지 역시 부친 건물로 게재돼 있다. 80㎡(25평) 남짓한 지하 연구실의 허름한 외관이 공개되자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그간 연구비를 어떻게 마련해 왔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연구소에 투자한 기업과 그와 관계 있는 상장사를 찾아 앞다퉈 주식을 매수했다.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정부 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해 연구비를 지원받은 것 이외에도 총 1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테마주 급등락 속 대주주는 매도, 투자자 불안감 증폭
L&S벤처캐피탈은 2012년 퀀텀에너지연구소에 5억원을 투자해 16.67%의 지분을 확보했다. 2021년 말 기준 지분율은 15%로 줄었다. 다만 L&S벤처캐피탈은 지난해 4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전년 퀀텀에너지연구소 투자 지분 전액을 평가손실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투자 지분을 상각 처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L&S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매년 투자한 업체들을 살펴 회수가능성 등을 그 시점에 판단해 처리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해 진행한 것이라 내부기준 등을 알려드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L&S벤처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지분 52.52%를 보유한 신성델타테크다. 파워로직스는 11.51%, 유텍솔루션과 디에프지는 각각 7.19%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상장사로 ‘초전도체 관련주’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7월 21일 종가 기준 1만3110원이던 신성델타테크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8월 16일 종가 기준 5만2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파워로직스는 6280원이던 주가가 2만1700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신성델타테크의 주요주주와 파워로직스 최대주주 등은 주가 급등세 속에서 지분을 처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아직 검증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앞세워 초전도체 이슈를 띄운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터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초전도체 테마주의 급락에 대해 개인의 투매가 아닌 특정 세력의 알고리즘 매매가 의심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8일 미국 메릴랜드대학 응집물질이론센터의 발표로 초전도체 테마주가 급락했는데, 관련 종목의 조정과 거래량 증가가 20분 만에 완료됐기 때문이다.
특히 파워로직스의 경우 지분 33.35%를 보유한 최대주주 탑엔지니어링의 창업주가 보유 중이던 파워로직스 지분을 매도해 이목이 집중됐다. 김원남 탑엔지니어링 창업주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8월 7일 보유 중이던 파워로직스 주식 전량(8만4800주)을 장내매도했다. 탑엔지니어링 자회사 에코플럭스 역시 지난 8월 14일 보유 중이던 파워로직스 주식 전량(12만6060주)을 매각했다.
반면 2022년 퀀텀에너지연구소에 6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1%를 확보한 화인바이오는 비상장사다. 윤상억 대표이사 외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윤 대표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들이 지난 4월 ‘한국결정성장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을 위한 고찰’에 이름이 언급됐다. 한편, LK-99를 둘러싼 진위 논란은 퀀텀에너지연구소의 공식 발표 이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가 LK-99에 대해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네이처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과학계가 LK-99의 퍼즐을 푼 것 같다.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고 실제 특성을 명확히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네이처는 LK-99의 황화구리 불순물이 초전도체의 특성과 유사한 전기저항의 급격한 저하와 자석 위의 부분 부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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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0 06:38:40
시간 끌다 주가 뻥튀기하고 없던 일로 하려는 수작이다 반드시 수사해 엄중처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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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파
2023.08.20 06:12:23
꾼들의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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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3.08.20 06:28:33
국제적 외부 검증이 '상온 초전도체 아니다'. 7월 말에 LK-99 상온 초전도체 알림에서 이제는 물타기 종결 기사. 사건 시작인 권영완 연구교수의 소속 고려대에서 징계 검토 중. 권 교수 소속 KIST. 명문대 윌리엄앤메리 대학의 김현탁 연구교수, 호주대학의 풀러 교수 가 이미 발을 빼는 형국. 퀀텀 연구소가 책임질 일 있나요? 본질을 뺀 물타기 기사. 주식시장은 다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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