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내리고 있다.
다행하게도 몇 달 전 집의 외부를 페인트해서 방수처리를 잘 한 배를 탄 기분이어서 아늑한 편이다.
요즘의 루틴은 아침에 일어나 한국의 뉴스를 보고 오트밀을 커피와 함께 먹고 운동을 한다.
샤워를 하고 주식을 들여다 본다. 모든 거래의 기본은 패턴의 파악이다.
일월의 패턴은 아침에는 오르고 오후에는 내리는 경우였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패턴이 깨졌다. 덕택에 그동안 줏어모은 몇가지 종목 일부를 팔았다.
점심을 라면이나 국수 혹은 떡국 등으로 간단히 먹고 당구장으로 향한다.
당구장에는 약 스무 명 남짓의 베이비부머들이 진진하게 긴칼을 들고 승부를 겨룬다.
재수 좋은 날은 약 서너 시간을 돈 한 푼 안 들이고 놀기도 하고 재수 옴 붙은 날은 약 $20 정도가 날아갈 때도 있다. 어제는 $8 ㅎㅎ
집에 오면 약 4:30 정도인데 마감된 시장을 다시 확인을 한다.
그리고 역이민공동체에 들어가 누가 들어왔나 대문은 고칠 것이 없나 메뉴판은 어떻게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스피노자의 글은 재미있다 여러 궁리를 하면 머리가 회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오전에는 집사람이 운동을 가서 내가 어머니 지킴이를 하는 셈이니 생산적인 일을 하는 셈이고 오후에는 사람들과 만나거나 결투를 즐기니 노는 셈이다.
저녁을 여섯 시쯤 먹고나면 집사람과 티비 앞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면 식곤증이 몰려와서 이층으로 올라와 침대에 누워버린다.
침대에 누우면 또 다시 손이 전화기에 간다. 카페회원이 170명, 어? 한 명이 늘었네, 이러다가 곧 200명이 되겠네.
역이민카페에서 고생하는 회원들 카톡방에 들어가 잡담을 나눈다. 정겨운 이름들… 아무리 피난오라고 이야기해도 소 귀에 경읽기다.
그 다음부터는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일어나 컴퓨터에 앉으니 새벽 네시. 일기를 쓰다가 밖에 천둥이 꽝!
어머니가 일층 침대에서 뭐라고 중얼중얼.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 뜻 모를 느낌만을 서로 웅웅 고개로 끄덕끄덕 주고받는다.
침대에 오래 누워있으면 지나가는 나를 향해 손짓을 하며 일으켜달라며 의사표시를 하신다.
지난 주에 육일을 요양병원에 맡겼더니 돌아오신 날은 서는 방법을 잊으셔서 애를 먹었다.
아마 그곳에서는 계속 침대에만 누워있었던 것 같다.
수요일은 외삼촌과 목사님을 만난다.
우리 교회에서 담당할 사역이 있는지가 모임의 관건이다.
토요일은 아침 달리기, 오후 골프를 치고 식사당번준비를 한 목장원들에게 짜장면을 사주기로 했다.
일요일은 삼부예배, 약 오백 명 식사 준비와 서빙을 한다. 아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기만 해도 즐겁다.
교회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터져나간다. 새로운 사람들이 우주같은 그들이 이렇게 몰려오는 것도 복 아닌가?
내년에는 혼자라도 모국에 어머니집을 가보고싶다. 내 편한 여름 옷이 다 거기에 있는데…
나는 loner였는데 어느새 누군가와 있을 때 더 행복하게 되었다.
010924
첫댓글 오 당구 삼매경에 빠지셨군요. 남편도 요즘 당구라면 죽고 못삽니다. 골프때도 그러더니 아무리 피곤해도 당구모임이라면 나섭니다. 노후에 제일 적절한 운동 아닐까 합니다, 돈도 안들고요.
정말 바쁘게 사시네요. 오늘부로 옆집에서 탈퇴했습니다. 쓴 글 개인 블로그에 옮기면서 지워가다보니 예전에 쓴 글이지만 원주 소개글이 있어 본 사람도 많지만 안 본 이들을 위해 다시 올려볼까 합니다.
좋으신 분들이 이렇게 다 탈퇴하시네요..그들이 바라는 대로..
10년을 넘게 애정을 가졌던 카페라선지 한번의 클릭으로 탈퇴를
할 수가 없더군요.. 아직까진.. ㅜㅜ
@비나리 그러는 편이 서로에게 좋습니다. 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끼리 힘들게 지지고 볶나요. 그럴 시간에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야죠. 읽을 수록 피로감이 와서 이건 완전 문화 충격이다 싶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 정리된다면 그 때 다시 들어가도 되니까 별 미련이 없어지더군요.
@비나리 비나리님은 예전 닉이 어떻게 되시나요? 누가 누군지 아직 파악이 안되어서...
당구 참 재미있어요. 오직 한가지 단점은 시간을 너무 낭비한다는 것, 이것입니다. ㅎㅎ
데이빗님의 소소하지만 바쁜 일상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글이네요.
은퇴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재밌게 활동적으로 사시는 듯..
주변에 은퇴하신 분들이 대부분 바빠서 넘어질 정도로 취미생활, 종교생활 등을 하십니다. 오히려 카페활동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주는 셈입니다.
비나리님은 어디에 사신다고 하셨죠?
@david 전 매사츄세츠주 보스턴 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외곽에서
살고있고 제 예전 닉은 말씀드려도 모르실 거예요
아틀란타에 하루 일상을 보면 궂이비 역이민 생각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어머님 집에 두고온 추억이 그리운가 봅니다
아틀란타는 저에게 모국과 제가 살아온 NC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은 아마 반강제로 이곳 생활에서 보람을 찾아야 하지요. 그런데 아틀란타는 정말 저에게는 즐겁고 깨끗한 동네입니다.
@david 데이빗님께선 아틀란타에서 계속 쪽~ 사실 예정이신가요?
@비나리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는 여기 살 생각입니다. 아마 약 2년 정도를 예상합니다. 그 후에는 한국에서 몇 년 살고싶습니다.
보람차고, 알차게 은퇴생활을 하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