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103회] 오계국에 몰아친 풍운(1)
태자는 모후에게 사실을 듣고 제자는 용왕을 만나 진가를 알다
오계국 태자 관조는 오공과 작별하고 성으로 홀홀단신 돌아왔다.
오공의 말대로 정문으로 가지않고 사람의 눈을 피해 후재문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몇 사람의 태감이 지키고 있었지만 태자 관조가
근엄한 얼굴로 그들을 무시하며 들어오는 것을 감히 막지 못했다.
태자 관조는 말을 탄채 모후 무애심이 기거하는 금향정으로 들어갔다.
금향정에는 봉선을 받쳐든 수십명의 비빈을 거느리고
무애심황후가 앉아있었다.
황후는 조각난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애심황후는 새벽에 꾼 끔 때문에 몹시 상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태자 관조는 말에서 내려서 곧장 정자 아래로 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마마마"
황후는 아들 관조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 태자 반갑소. 폐하의 지시로 정전에서 헤어진후 삼년동안이나
만나지 못해 밤낮으로 그리워했는데, 오늘에야 만났구려,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오셨소?
아니 태자, 울먹이고 있지않소?
연세 높으신 폐하께서 어느날 우리곁을 떠나
창해로 돌아가시면 재위에 오르실 분이
무슨일이 있어 이리 나약한 모습을 보이시요?"
태자 관조는 머리를 조아렸다.
"어마마마, 용상에 앉아서 왕이라 일컫는
저사람은 누구입니까"
"아니" 태자,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요?
적정황제폐하는 태자의 부왕이신데
어찌하여 그런것을 물으시요?"
"어마마마, 소자의 무엄함을 나무라지 않으시면
마음놓고 여쭙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마마마께 물을수가 없습니다."
"모자간에 해서 않될말이 무엇이 있겠소, 어서 말해보시요."
"어마마마, 황송하오나 두 분의 부부금슬이
삼년전에 비해 어떠하신지요?"
무애심황후는 태자의 뜻밖의 질문에 혼이 다 달아날 지경이었다.
황후는 급히 내려와 아들 관조를 가슴에
꼭 끌어안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태자, 오랫동안 만나지를 못했는데,
오늘 와서 어찌 그런말을 물으시요."
"어마마마, 빨리 말씀해 주십시요.
잘못하면 대사를 그르치게 되옵니다."
태자 관조의 목소리는 노기를 띠고 있었다.
무애심황후는 금향정 수석궁녀 침향이를 불러
주위에 모든 궁녀들을 물러가게 하라고 분부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일을 태자가 묻지 않았다면 저승에 가서라도
나는 밝히지 못했을 것이요, 들어보시요"
황제의 품이 따뜻하기 비단이불 같더니/
어느덧 차갑기가 어름장 같다/
뜨겁던 포옹도 옛일이고/
달콤했던 입 맞춤도 잊은지 오래로다/
나란히 누워 까닭을 물으면/
그냥 나이 탓이라고만 하네/
태자 관조는 황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 품에서 훌쩍 빠져나와 말을 타려고 했다.
무애심황후는 아들 관조태자를 불렀다.
"태자, 무엇이 그리 급하요?
아직 이야기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어마마마 황공하옵니다.
실은 오늘 아침 폐하의 허락을 받고 성밖으로
사냥을 가던중에 경을 가지러 서천으로 가는
동녘땅의 성승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수제자인 손행자라는 자가
요괴 퇴치에 재주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에 아바마마는 정원의 여덟모 유리정에 빠져 승하하시고
그 도사가 아바마마로 둔갑해서 용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어젯밤 삼경에 아바마마께서 꿈에 나타나시어 요괴를 처치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는데 소자는 그 말을 모두 믿을수가 없어서
어마마마를 찾아온 것입니다.
지금하신 말씀을 들으면 이건 기필코 요괴가 틀림없나이다."
"태자 남의 말을 어찌 다 믿을 수가 있겠소?"
어찌 믿지 않을수가 있겠나이까,
여기 부왕께서 주신 증거품이 있나이다."
태자는 소매속에서 백옥규를 내어 황후에게 드렸다.
황후무애심은 그것이 국왕 적정폐하가 지녔던 가전의
보내임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
"여보세요! 당신은 세상을 뜬지 삼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저를 보러 오시지 않더니 어찌하여
성승을 먼저 만나시고 뒤늦게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어마마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자 나도 오늘 새벽에 꿈을 꾸었다오, 부왕께선
흠뻑 젖은 몸으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소.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요,
내 혼은 당나라 성승을 만나서 요괴를 항복시키고 내 전신을
살려달라고 부탁했소"
이런 말씀 같았는데 무슨 말씀인지 알듯도 하고
모를 듯도 해서 지금 이렇게 상심하고 있었던 것이요.
헌데 태자에게 또 이런말을 듣게 될줄은 몰랐소.
더욱이 이 보물까지 눈앞에 있으니
믿지 않을 수 없구려, 이 보물은 잠시 내가 보관할터이니
태자는 그 성승에게 한시 바삐 요마를 퇴치해달라고
부탁하시요, 반드시 이 사실을 밝혀서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왕의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오."
태자 관조는 다시 말을 타고 후재문을 통해 나가 성을 떠났다.
그야말로 눈물로 국모를 하직하고 비분을 품고 당승에게 향했다.
잠시 뒤에 보림사 앞에 도착해 말에서 내리니
장수들이 일제히 영접을 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지려는 무렵이었다.
태자는 군사들에게 경고망동을 하지말라 이르고
혼자 산문으로 들어가서 의관을 정제하고 오공에게 예를 올렸다.
오공은 거들먹거리며 정전에서 나왔다.
태자는 그 앞에 무릎을 끓었다.
"사부님, 다녀왔습니다."
오공은 태자 관조를 부축해 일으켰다.
"태자님 일어나십시오, 모후께 물어 보셨습니까?"
"예"
태자가 어머니에게 들은 말을 전하자 오공은 히쭉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