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 중 <산목>에 실린 '빈배'이야기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그의 배에 부딪힙니다. 그가 성격이 어떨지라도 화를 내는 일은 없 습니다. 그러나 그 배에 단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물러가라고 소리칠 것입니다. 한 번 소리 쳐서 듣지 못하면 두 번이라도 다시 소리칠 것이고 그것도 듣지 못하면 세 번째 큰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욕설을 퍼붓기 시작할 것입니다. 앞서는 성내지 않다가 지금 성내는 것은 앞의 배는 빈 배였지만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스스로 자기를 텅 비우고 세상을 산다면 도대체 그 무엇이 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p5
사람과의 관게에서는 공감이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공감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걸까요? 바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하는 태도입니다. 이때 규칙이 있습니다. 반드시 봐야 할 것만 보고 굳이 볼 필요가 없는 것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지요. 이것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기도 합니다.p84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기준이 형성되면 눈이멀고 구속되며 세상이 둘로 쪼개집니다. 사람들에게 나의 방식을 강요하면 결국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합니다. 그게 세상이 인정하는 도덕적 정의라고 할지라도 잣대가 하나면 필연적으로 시비를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p114
일상에서 우리는 늘 문제와 마주합니다. 그것이 나를 화나게 합니다. 그때 나를 잘 살펴봅니다. 과연 그 일이 나를 화나게 한 것인지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화를 낸 것입니다. 그 일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어한 것입니다. 그 사건이 내 삶을 엉망으로 만든 게 아니라 오로지 내가 생각한 것이 나를 힘들게 하고 나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중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를 고치려 듭니다. 훈계하고 지적하는 일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말이 문제입니다. 장자의 말을 먼저 들어 보십시오.
"말은 바람 따라 일어나는 물결과 같으니 말을 전하는 사람 은 잘되기도 하고, 잘못되기도 합니다. 바람에 이는 물결과도 같기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득실은 위태롭기 이를 데 없 습니다."p166
맞지 않는 관계가 있습니다. 충돌하는 관계가 있다면 벗어나야 합니다. 만약 당신도 누군가에게 줄 수 없는 애정을 갈구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나를 보지 않는 대상을 향해 끝없이 구애를 해 봐야 남는 건 서로의 불행뿐이겠지요.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그것이 인생임을 깨닫고, 혹시 내 마음대 로 되는 순간에는 경계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