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사랑이 담긴 음식이 최고입니다.
그제 가까이 사시는 큰 누님께서 저의 내외를 초청하여 점심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명절 음식이라 풍성하고 맛있었습니다. 더욱이 누님의 탁월한 솜씨와 사랑이 담긴 호박전, 명태전, 고사리나물, 숙주나물 등과 소갈비 찜, 그리고 떡만둣국이 그지없이 맛깔스러웠습니다.
여기에 더해 어머니의 솜씨가 그 안에 배어 있었기에 풍미를 더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설 명절이 되면 아버지의 생신과 겹치므로 아버지 직장 동료를 초청하여 한 상 그득하게 대접하였습니다.
그 음식 중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신선로였습니다. 놋 신선로에 숯불을 지피고 은행과 소고기 고물과 더불어 여러 채소를 색색들이 갖추어 놓으면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하였습니다. 그리고 음식 재료들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먹게 되면 당시로는 이 맛을 따라갈 만한 것이 없을 정도의 환상적인 맛을 연출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콩나물국도 맛있게 끓이셨습니다. 쌀뜨물에 살짝 데친 콩나물을 넣어 약간의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렸는데도 고슬고슬한 흰 쌀밥과 함께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의 입맛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라면을 참 좋아했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누나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취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누나의 생일을 맞아 나름 행복하게 해 주려는 마음으로 냄비에 라면 2개에 두부와 달걀을 풀어 넣고 거기에 참기름까지 첨가하여 끓여 내어놓았으니 그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얼마나 라면을 좋아했으면 누나도 그러려니 하고 그런 촌극을 벌렸겠습니까?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제가 먹어도 맛없는 그 라면을 누나는 맛있다며 다 먹었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맛없는 것을 맛있게 먹었던 누나의 마음을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습니다. 동생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것이지요. 누나에게 무엇이든 좋은 것으로 기쁘게 하려는 제 마음을 말입니다.
지금도 음식에 사랑이 담겨 있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밤새 고기를 잡으러 나갔으나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제자들에게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게 하신 장면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해변에서 숯불을 준비하시고 떡을 굽고 그들이 잡은 물고기를 구워 허기진 제자들에게 사랑이 담긴 먹거리를 나눠 주셨습니다. 아마도 이때 제자들이 먹었던 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하였을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왜냐하면, 그 안에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 21:13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