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북아현동에 있는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문동팔 관장을 만났다. 관장실은 협소한 공간에 오래 전 청계천 헌책방을 찾은 것처럼 정돈되지 않은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다.
먼저 장애인 복지의 최우선 과제를 묻자 곧바로 "보호자들이 사망한 후 혼자 남게 되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보는 일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래서인지 지역 커뮤니티 케어를 내세운 복지관의 캐치프레이즈가 '이웃사촌'이다.
문 관장은 "장애인의 삶도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24시간 365일이다"라고 정의하고 "단편적이거나 간헐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지속적인 서비스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지원에 병행해서 교육과 취업 등 낮 시간의 활동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한다.
'장애인들의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보호자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문동팔 관장의 확고한 신념이고 소망이다 . 그러기 위해서 그는 "장애인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정책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관장님과의 일문일답이다.
1. 사회복지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간단한 자기소개
8남매의 막내로 부산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6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다행히 정부 지원이 아닌 지역사회와 여러 이웃의 도움을 받으며 고등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때 내가 받은 도움과 은혜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으며 사회복지사를 택하게 된 동기가 됐습니다.
생계 때문에 군 생활은 5년 장기를 택했으며 제대한 후 28세에야 내가 꿈꾸던 연대 사회사업학과 진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도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장학금도 받고 생활비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에는 학교를 다니면서 사회복지법인 한국재활재단에 취업이 되고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수탁을 위한 사업 계획서 작성에 관여하게 되는 등 34년을 사회복지 활동에 전념하게 됐습니다.
2. 2013년 관장 취임 후 장애인 복지 현실의 변화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길은 없으면 만들면 된다"라고 생각하며 2013년 관장 취임 후 제일 먼저 발달장애인의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당시의 복지관은 낮 동안만 지원했지 야간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2014년 홍은동에 '최종병기'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낮에는 복지관 관장으로, 밤에는 발달장애청년들과 함께 하면서 커뮤니티케어를 실천하면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갔습니다. 그러한 노력 끝에 1년 후에는 서울시에서 인정받아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미흡한 부분을 발굴하여 제도화 함으로서 이미 실현된 정책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갔기 때문에 정책사업으로의 진입이 용이했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현실의 차이점이 있다면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곳이 다양화 됨에 따라 예전에 비해 장애가 심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하도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 코로나19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시는지
장애인들에게는 큰 핸디캡입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이진아 도서관이 문을 닫고 덩달아 발달장애인의 생활 터전인 카페가 문을 닫았습니다. 개점휴업 상태로 지난 3월까지 오다 보니 장애인 직원들은 모두 근무조건을 변경해야 하고 수입이 없다 보니 매니저의 입지도 불안해집니다.
코로나19 대책으로 부득이하게 카페 매니저를 직업훈련 교사로 전환하여 도서관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때까지 장애인 바리스타 자격 취득 교육장으로 겸하도록 했습니다. 부수적으로 장애인에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주기 위해 외부 공인기관과 협약을 맺었습니다.
또한 북아현문화체육센터 1층 카페를 장애인들의 직업훈련을 겸하도록 협약을 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처럼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기회이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철저한 방역과 거리 두기 실천을 하면서 대면과 비대면을 적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4.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웃사촌처럼 지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함께 어울리기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장애 유형에 따른 선택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청각장애인은 건청인과의 대화에서 40%만 소화할 수 있는데,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합니다. 이는 발달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분위기가 좋다고 한들 계단이 있는 2층 카페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교육장소, 활동 장소를 선택할 때 장애 유형에 따라 참고해야 합니다. 그렇듯 상황에 따라 서로를 배려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의 생활태도, 사회생활 에티켓을 익혀야 합니다. 권리만 주장하는 장애인을 종종 보게 되는데 책임 있는 장애인이 되기 위해서는 의무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5. 교육 등 제도권을 벗어나 성인이 되었을 때, 장애인이 취약해진다고 하는데 관장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지적장애인 엄마와 아들로 구성된 세대가 있습니다. 지적장애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복지관 등 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자율권을 인정하고 집에서 지내도록 한 후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들의 통신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계약하여 3대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으며 한 달 통신비가 백만 원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이런 가정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권을 벗어나더라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인기 자기관리가 잘되지 않는 사람들을 장년기 동안 지원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그들을 관심 있게 관리하여 잔존능력 활용 기회를 줘야 합니다. 자원봉사활동, 장애인 일자리 제공, 간헐적인 문화여가 생활지원도 한 방법입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기능 중 눈의 역할, 귀의 역할, 먹고 말하는 역할, 손, 발, 이렇게 수많은 기능들이 하나의 신체를 이루듯이 우리 사회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를 움직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하지만 공휴일과 토요일 등 복지관의 서비스 공백기에도 최소한의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공휴일 특별지원서비스이며, 재가 장애인 일시 거주 지원 서비스입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 산재한 문제들 중 정규 서비스가 없는 시간대에 서비스를 지원하여 복지 체감도를 높이고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여 보호자 부재를 대신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저의 소망이라면 소망입니다.
정재순 서대문시니어기자
https://blog.naver.com/cjs2136
첫댓글 인터뷰를 잘도 하셨습니다~ 감탄!!!
장애인 복지의 최우선 과제에
"보호자들이 사망한 후 혼자 남게 되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보는 일이다"
'장애인들의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보호자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
장애인도 비장애인의 생활태도, 사회생활 에티켓을 익혀야 합니다. 권리만 주장하는 장애인을 종종 보게 되는데 책임 있는 장애인이 되기 위해서는 의무도 있다는 점
'문동팔 관장님'
마치 장애인 복지를 위해 태어난 분?
''존경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