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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산천의 처음 계획은 번개 산행으로 '거림골 → 세석대피소 → 영신봉 → 영신대 → 창불대 → 세석대피소(점심) → 촛대봉 → 청학연못 → 촛대봉 능선 → 도장골 → 경남도당 이영회 사령관 비트 → 길상암'의 15km 구간을 탐험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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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세석평전
국립공원 1호 지리산, 연녹색 주 능선과 어우러진 초여름의 철쭉
국립공원 중 가장 방대하고 인기 있는 지리산, 6월 초 초여름이면 연녹색 지리산 주 능선에 연분홍 철쭉이 반긴다. 지리산 주 능선 중 가장 경치가 좋은 세석에서 천왕봉 구간은 등산로 따라 철쭉이 산재하여 있다. 수려한 지리산 산행을 하면서 철쭉은 덤으로 즐긴다. 지리산은 사계절 산행지로 인기 있지만, 초여름의 철쭉 산행 또한 인기 있다.
세석평전 철쭉 옛 명성은 잃었지만, 연분홍 철쭉
지리산 세석평전은 이전에 철쭉으로 유명하였다. 지금은 철쭉꽃의 개체 수가 적어 그리 볼품은 없지만, 연분홍 철쭉이 아직은 명맥을 유지하며 반긴다. 지리산, 덕유산, 한라산의 철쭉은 산철쭉으로 다른 철쭉 명산처럼 붉고 화려하지 않지만 해맑은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토종 철쭉으로 은은함과 순박함이 있다.
철쭉 개화 시기
지리산 세석평전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의 철쭉은 5월 말 전후하여 만개한다. 개화기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5월 말 전후가 적기이다.
철쭉 산행 코스
지리산 철쭉 코스로는 거림을 들머리로 하여 오른다. 세석평전, 연하봉을 거쳐 천왕봉에 올라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하산한다. 단체 산행이 아닌 한 거림이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서울에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까지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으로 올라선 뒤 연하봉, 천왕봉, 백무동 원점회귀 산행을 할 수 있다. 한신계곡의 산행코스가 다소 힘들다. 수도권에서는 무박 산행을 하거나 세석대피소나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을 한다. – 한국의 산하
7월 첫주산행은 7월 4일 토요일 월봉산을 다녀오는 거로 결론짓고 있었는데, 7월 1일 기영으로부터 7월 5일 일요일 산악회 번개 산행으로 지리산 청학연못과 도장골을 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고 전화가 왔다. 하지만, 그 전 주 1박 2일 지리산 남부 능선 종주를 한 이후라 선뜩 같이 가겠다고 얘기하지 못했다[산행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토·일 중 하루만 산에 다녀오기로 약속한 마당에 연 2주 동안 1박 2일 산행을 한다는 건 면목이 서지 않는 일이다. 그것도 지리산만! 그렇다고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월봉산을 버릴 수도 없어 고민하다가 솔직히 사정을 얘기하고 1박 2일 함양·산청 산행의 허락을 득했다. 물론 "지리산 처가가 그렇게 잘해주냐?"라는 한마디를 빠트리지 않았지만!
토요일 월봉산행 준비물은 간단한 점심이면 되지만, 일요일 지리산행은 간단한 점심을 준비할 수 없어 오랜만에 세석에서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사실 오랜만이 아니라 그 전 주 세석에서 아침으로 라면을 먹었으니, 결과적으로 2주에 걸쳐 아침, 점심을 세석에서 라면으로 때운다. 일요일 당일 현지에서 두 명이 합류해 총 4명이 산행을 하는 거로 알고 있어, 4인분을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기영이 우리 둘 것만 준비하면 된다고 해 오랜만에 2인용 버너·코펠 세트를 준비했다. 고로 월봉산행 준비물에 2인용 버너·코펠 세트만 추가되었다. 라면 두 개는 기영이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 세석평전 오지 탐험은 기영의 초대로 참여한 나를 포함 서울 팀 둘과 현지에서 합류하는 둘, 총 네 명이 가는 거로 알고 있었다. 물론 현지에서 합류하는 분들이 세운 계획에 서울에서 내려간 우리가 얹혀 가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만! 서울에서 내려간 기영과 나는 현지 팀의 아지트로 알려진 산내 공방에서 1박 후 현지 팀의 차량으로 일요일 새벽 거림으로 이동해 지리산 오지를 탐험하는 일정이다. 해서 각자 서울에서 따로 출발하는 기영과는 실상사 앞에서 토요일 오후 7시에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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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월봉산행을 계획보다 일찍 마치고[산행기], 남원 산내 실상사 앞으로 이동해 기영과 현지 팀을 만나 거하게 한잔한 후 공방에서 잤다. 그리고 탐험 당일(일요일) 7시경 기상했다. 7시 40분에 공방을 떠나 탐험 들머리인 거림으로 떠나기로 했기 때문에 그 전에 아침 식사를 포함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기상해 바로 잠자리를 정리하고, 전날 저녁 술을 마셨던 식당에서 다슬기탕으로 해장 후 공방으로 돌아와 짐을 쌌다.
'진달래 산천[블로그]'팀 두 명이 예정된 시각에 도착해 거림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8시 45분으로 원래 계획보다 5분이 늦은 시각이다. 실상사 공방을 떠나 마천 버스정류장 앞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잔 뽑아 마시며, 부족한 맥주와 먹거리를 산 후 다시 출발했다. 들머리인 거림에서 남부의 다른 지역에서 온 멤버와 9시에 합류하기로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9시까지 도착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도심을 통과하는 방법과 산을 넘는 방법 중 내가 요청해 산을 넘어 거림으로 갔다. 좌로 웅석봉을 우로 천왕봉을 감상하며 산을 넘어 거림에 도착한 시각이 9시 2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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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3명이 합류하기로 했었다고 얘기를 들었지만, 광양에서 1명의 산꾼만 도착해 이번 세석평전 오지 탐험에는 실상사에서 출발한 4명을 포함 총 5명이 함께 했다. 탐험 출발 전 사전 리뷰에서 거림에서 올라가는 만큼, 굳이 세석 대피소에서 영신봉으로 이동 후 음양수 방면으로 내려오기보다는, 청학동 갈림길에서 음양수로 간 다음 영신봉으로 가기로 했다. 예정된 시각보다 37분 늦게 시작하는 것에 따른 부족한 시간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일한 길을 왕복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개인적 성향도 반영되었다. 고로 처음 계획과는 달리 "거림골 → 청학동 삼거리 → 음양수 → 창불대 → 영신대 → 영신봉 → 세석대피소(점심) → 촛대봉 → 청학연못 → 촛대봉 능선 → 도장골 → 경남도당 이영회 사령관 비트 → 길상암'으로 코스가 바뀌었다.
리뷰가 끝나고 9시 37분 탐험을 시작하기 전 이번 탐험 대장이 끝으로 본인은 완주는 하지만, 걸음이 느리니, 자신을 기다리지 말고 마음껏 달려 "청학동 삼거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막 진주에서 도착한 산악회 팀과 섞여 삼거리를 향해 갔다. 선두에 내가, 그 뒤에 기영이, 마지막으로 광양에서 온 배 선생이 서고, 대장을 포함 두 명은 한참 뒤에서 따라 왔다. 일행간 간격이 너무 벌어지는 것도 좋은 게 아니라, 가는 도중에 계곡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세수를 하는 등 하며 시간을 보냈다.
10여 분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출발해 진주 산악회 등산객을 추월하며 전진하다가 폭포를 발견했다. 2016년 보지 못했던 폭포로, 당신 정신 없이 내려오느라 지나친 거 같았다. 뒤의 대장이 도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있는 거로 보여 주저 없이 폭포로 내려갔다. 기영과 배 선생은 다리를 지날 때 대장을 기다리고 있던 나를 추월해 먼저 갔기 때문에 혼자 내려갔다. 먼저 습한 날씨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씻고 폭포를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내가 폭포에서 노닥거리는 걸 본 진주 산악회 팀의 몇몇 여성 등산객이 내려오려고 시도했지만, 인솔 대장의 제지로 내려 오지 못하는 모습을 동정하기도 했다.
폭포를 지나 다시 삼거리를 향하다가 등산지팡이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배 선생을 만났다. 지팡이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본 후 내가 앞장서서 다시 길을 갔다. 그런데, 기영이 보이지 않는 게 걱정이었다. 이쪽 코스는 초행이라 길을 전혀 모르는 친구가 삼거리에서 기다리기로 한 사실을 망각하고 애초 계획대로 세석 대피소로 바로 갈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을 하며 계속 달려, 11시 30분 세석평전의 첫 번째 다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5~6년 되기는 했지만, 처음 거림으로 하산할 당시에는 이 다리를 본 기억이 없었다. 치매일 수도 있고, 실제 없었을 수도 있고! 어쨌든 그 다리를 지나 11시 35분에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짙게 낀 안개로 10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라 조망도만 보고 삼거리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두 번째 다리인 "세석교"가 가까워질수록 요란한 물소리에 깜짝 놀랐다. 비록 얼마 전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과거 세석평전에서 이런 요란한 물소리를 낼 만한 계곡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리에 올라 계곡을 보니 생각보다 크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었다. 왜 이런 계곡이 기억이 나지 않았을까? 어쨌든 계곡에는 여성 등산객 3명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런 풍부한 물이 세석평전에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첫 번째 만남의 장소인 "청학동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2분이다. 예상대로 기영이는 없었다. 삼거리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산악회 등산객을 구경하며, 기영에게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대피소 부근이 통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려와!"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시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있는데 배 선생이 도착했다. 둘 다 배낭을 풀어 두고 밑에서는 올라오는 대장과 위에서는 내려와야 하는 기영을 기다렸다. 이후 기영과는 몇 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대피소를 향해 올라가는 등산객에게 혹시 대피소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등산객을 보면 내려보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총 7번의 통화 시도에 실패해서 어차피 영신봉에서 대피소로 갈 예정이니, 버리고 음양수로 갈까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대략 20분 정도 기영과 통화를 시도한 후 기영에게서 전화가 와 배터리가 다 닳았으니, 짧게 얘기하라고 해서 "빨리, 뛰어 내려와!"하고 끊었다.
5~6분 후 뛰어 내려온 기영을 데리고 음양수로 향했다. 약속대로 삼거리에서 대장을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가 삼거리에 없다면 음양수로 갔을 거라는 걸 대장이 알고 있었고, 점심시간이라 그냥 넋 놓고 기다리기보다는 음양수에서 점심을 먹으며 기다리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12시 48분 음양수에 도착해 라면을 끓이기 위해 약수를 수통에 받아 바위 위로 들고 올라갔다. 그리고 코펠에 물을 부은 후 버너와 가스를 연결했다. 그 과정에서 가스를 흔들어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이 2인용 버너·코펠 세트는 거의 8~9개월 만에 사용하는 거라 당연히 가스가 어느 정도 들어 있을 거로 생각하고 확인 없이 들고 오는 실수를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버너에 불을 붙이자 보통 불 정도 화력으로 불이 붙었다. 해서 물이 든 코펠을 올렸지만, 10초가 되기 전에 불이 꺼졌다. 다시 코펠에 있던 물을 수통에 붓고 버너와 코펠을 원위치했다. 그리고 배 선행이 싸 온 밥과 편의점에서 기영이 산 맥주로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 떼의 등산객이 우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좀 지나자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대장을 포함 두 명의 일행이 도착했다. 들머리를 떠난 후 처음으로 음양수에서 일행 다섯 명이 다 모였다. 버너를 다 사용한 등산객에게 부탁해 버너를 빌려 라면을 끓여 마저 점심을 먹고, 1시 35분경 그 자리를 떠나 지리 주 능선의 한 봉우리이자, 낙남정맥의 시작인 영신봉을 향해 갔다. 영신봉은 지리 종주 중 대략 9부 능선으로 우회하는 봉우리로 막상 그 정상에 올라본 등산객은 많지 않다. 나 자신도 국민학교 시절 처음 지리산에 왔을 때 올라본 이후 옆으로 지나만 다녔지, 올라본 적은 없었다.
음양수에서 영신봉까지의 능선 구간은 비탐방 구간이고 나도 초행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앞장선 배 선생도 초행이었다. 문제는 길을 모르는 두 사람이 빠른 걸음만 믿고 앞장서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영신대를 지나쳤다는 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망대 같은 곳에는 무조건 올라가 지리 남부 능선과 촛대봉 능선을 감상했지만, 짙은 안개로 제대로 된 조망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추모비를 발견하기도 했다.
우리가 앞장서 달리는 영신봉까지의 구간이 비법정이기는 했지만, 낙남정맥의 시작이고 지리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영신대가 있는 구간이라 이정표나 리본은 볼 수 없었지만, 길 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배 선생과도 헤어져 혼자 달리다가 2시 14분에 지리 주 능선 정규등산로와 만났다. 영신대는 영신봉 바로 아래에 있을 거라고 믿고 영신봉만 바라보고 달리는 바람에 영신대를 지나쳤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금줄을 넘어 영신봉으로 올라갔다. 등산객이 다니지 않는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으니 당연히 물을 머금은 관목잎과 풀 덕분에 하체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신나서 영신봉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2시 19분이다. 흠뻑 젖은 바람막이 말리기 위해 바위에 펼쳐 널어놓은 후 바람에 날리지 않게 배낭으로 눌러 놓고 가장 높아 보이는 바위 위로 카메라만 들고 올라갔다. 가끔 구름이 걷힐 때 동으로는 천왕봉과 제석봉, 장터목, 연하봉, 촛대봉을 감상하고 서로는 덕평봉, 칠선봉을 감상했다. 그렇게 바위에 앉아 이거저거 감상하며 일행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10여 분이 지난 후 밑에서 말소리가 들렸지만, 우리 일행인지, 지나가는 등산객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다시 5분 정도 지나자 밑에서 다시 얘기 소리가 들렸지만,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아 짐을 챙겨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금줄 두 개를 넘어 일행을 확인한 순간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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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이 2시 39분으로 일행은 지리 남부 능선을 바라보며 내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이유는 3시 전에 대피소를 통과해야 촛대봉으로 갈 수 있어서 버릴 건 버리고 빨리 대피소를 통과하자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물론 차단벽이야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3시 이후에는 야간 산행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단 요원이 등산로를 차단해서다. 해서 일행 다섯이 다시 모여 요원이 등산로를 차단하기 전에 대피소를 통과했다. 먼저 통과한 배 선생과 나는 영신대를 모르고 지나쳤듯이 청학연못을 지나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세석늪 전망대에서 늪 구경하며 일행이 오기를 기다렸다.
늘 그렇듯이 일행이 도착하는 걸 보고 배낭을 짊어지고 촛대봉으로 갔다. 3시 20분 촛대봉 정상에 도착했다. 촛대봉이라고 수없이 갔지만, 진정한 촛대봉 정상은 2019년 말 단독으로 중산리에서 달궁까지 종주 시[산행기] 처음 오른 후 두 번째 올랐다. 촛대봉 정상에서 구름에 가려 가끔 모습을 보이는 쭉 뻗은 지리 남부 능선을 보며 지난주 금요일 동선과 형석, 셋이 걸었던 것과 중간에 고라니 사체를 봤던 기억이 새로웠다[산행기]. 촛대봉 정상에서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노닥거리다가 도착하는 걸 보고 시루봉을 향해 갔다. 촛대봉을 내려오는 순간 배 선생이나 나나 초행이라 청학연못을 찾아갈 방법이 없어, 촛대봉 정상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산행 대장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촛대봉에서 내려와 세석평전의 우측 끝에서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며 지리산 구경을 하다가 그들이 가까이 오는 걸 보고 다시 시루봉을 향해 가다가 울창한 숲과 산꾼이 자주 다니지 않아 뚜렷이 보이지 않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물론 누군가 길 안내를 위해 나뭇가지에 매달았을 리본은 요원이 다 제거해 리본도 없었다. 배 선생과 둘이 대장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폰으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려고 해도 통신 불량으로 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무용지물이었다. 넋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 대장을 포함 셋이 도착했다. 대장이 지도를 확인하더니 갈림길에서 직진이 아닌 오른쪽 길로 방향을 틀었다.
대장의 인솔하에 오른쪽 길을 따라 100여 미터 더 가니 통신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우리 일행은 비록 비법정일 망정 그나마 등산로로 표시된 길을 벗어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우리의 다음 목표인 청학연못의 위치를 모르는 마당에 길을 벗어나고 있다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법정이든 비법정이든 등산로 상에 연못이 있었다면 굳이 세석평전에서 인디아나 존스 노릇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많은 의문에도 조용히 따라갔다. 계곡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작은 서너 개의 개울을 건너 바위로 올라가는 대장을 따라 오른 후 암봉 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곳에 호수라니!
해서 그 위치의 고도를 폰으로 확인해보니 해발 1,575m였다. 해발 1,500m가 넘는 곳에 인공호수라니! 내가 알기론 인공호수론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도가 높다. 해서 리지에 다섯이 자리를 잡고 앉아 누구는 인증을 남기고 누구는 인터넷을 뒤져 청학연못의 유래를 확인했다. 이 글을 쓰며 확인해보니, 인공 연못은 틀림없지만, 문헌상에 있는 청학연못이라는 정확한 근거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만들어진 정확한 시기도 확인하기 힘들었다. 내게는 500여 년 전 도교 사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든 근래 화전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든 세석에서 인공 연못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놀랍다!
산꾼에게 알려진 세석의 (정확한 명칭이 뭐든 남들이 칭하니)청학연못에 도착한 시각이 3시 55분 인증을 찍고 간식을 먹으며 대략 5분간 휴식 후 다음 목표인 도장골로 향하기 전 대장이 5분만 더 쉬었다 가자고 했을 때, 하늘이 흐린 게 비가 멀지 않았고, 시간이 늦었으니 서둘러 출발하자고 재촉했다. 사실 오후 4시가 가까웠고, 기영이 예약한 원지에서 서울남부로 가는 버스는 8시 20분 차라 최소 7시 이전에 거림에 도착해야 산행 대장의 차를 타고 늦지 않게 원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으로 비록 초행이지만, 도장골로 가서는 주어진 시간 내에 날머리인 거림에 도착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대장 걸음 기준!
그때 대장이 시간이 늦었으니 무리해서 도장골로 가기보다는 거림골로 가자고 제안했다. 청학연못은 거림골과 촛대봉 능선의 1/3 정도 되는 지점에 있어, 거림으로 가는 게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 가까웠다. 문제는 청학연못에서 거림골 정규 등산로로 가는 길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였다. 어쨌든 등산로가 있고 없고를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들이 시작한 탐험이라 거림골을 향해 길을 개척하며 가기로 했다. 물론 정규 등산로는 아니지만, 이 구간을 오간 산꾼이 간혹 있어 특정한 등산 앱에서는 길을 확인할 수 있는 구간도 있었다. 해서 더 따질 거 없이 거림골을 향해 출발했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청학연못을 출발해 거림골 정규 등산로를 향해 갔다. 예상대로 얼마 가지 않아 인적을 잃고, 배 선생과 내가 길을 만들며 전진했다. 사실 오지에서 인적을 따라간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그 인적 자체도 앞선 탐험가의 헤맨 기록일 뿐이니! 와중에 전혀 예상도 못 한 곳에서 리본을 발견하기도 했다. 다만 폰 등산 앱의 지도에 의지해 거림골 정규 등산로를 향해 갈 뿐이었다. 청학연못을 떠난 지 40분에서 조금 모자란 시각에 앞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 청학동 갈림길을 향해 올랐을 때 들었던 그 소리다! 고로 거림골 정규 등산로가 멀지 않다는 방증이다! 예상대로 조금 더 가자 눈앞에 작은 계곡이 나타났고, 그 계곡을 건너 10여 미터를 전진하니 정규 등산로가 나타났다. 그 시각이 4시 42분이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왔던 길을 돌아서 내려가면 된다. 굳이 시간을 지체할 이유도 없지만, 빨리 내려간다고 해도 일행이 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서울로 출발할 수도 없었다. 해서 선택한 건, 굳이 지체할 이유가 없으니, 내 페이스대로 하산 후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막걸리 한잔하며 기다리는 거다. 그렇게 결론짓고 내려가다가 다시 폭포에 도착한 시각이 5시 29분이다. 폭포에는 나보다 앞서 내려간 배 선생이 짐을 풀고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이 나도 폭포로 내려가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폭포를 배경으로 탁족을 했다. 인적이 끊긴 등산로 옆이었지만, 우리 일행이 언제 도착할지 몰라 감히 알탕을 할 수는 없었다.
탁족을 마치고 다시 날머리인 거림을 향해 내려가 6시 26분에 마을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 온 차가 서 있는 주차장으로 향해 그 조금 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배 선생과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아 파전과 동동주를 주문했다. 처음 생각은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배나 채우고 있자는 거였다. 어쨌든 그 시각이 6시 40분으로 이번 지리산 세석평전 탐험을 마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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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파전 안주로 동동주를 거의 다 마셨을 때 기영이 도착해 술자리에 합류했고, 이후 10여 분 후에 대장을 포함 남은 두 사람이 도착했다. 그런데 시간상으로는 10여 분 후 원지로 출발해야 예약한 8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해서 10분 동안 먹을 도토리묵과 동동주를 하나 더 주문해 술을 마신 후 기영이 대장에게 이제 출발해야 한다고 하자 대장 왈 "그럼, 택시 불러서 가든가!" 해서 예약한 버스를 취소하고 그보다 1시간 늦은 9시 20분 차를 예약하고 본격적인 술판을 벌였다.
해서 적당한 안주를 찾아보니, 숯불닭갈비라는 안주가 있어 춘천도 아닌데 닭갈비? 상태가 궁금해 주문해 봤다. 당연히 안주가 고기니 술도 동동주에서 이슬이로 바꿨다. 소주 몇 병을 마셨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대부분 소주를 대장과 내가 마셔 대장이 운전을 할 상태가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은 다른 일행이 운전해 원지로 출발한 시각이 8시 30분경이다. 결과적으로 6시 20분부터 8시 30분까지 2시간 10분 동안 하산 주를 마셨다.
원지에 도착해 9시 25분경에 도착한 9시 30분 출발 차를 타고 서울 남부터미널로 달려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탔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한 시경인 거로 기억한다.
처음 계획, 이후 변경된 계획과는 달리 "거림 → 거림골 → 청학동 삼거리 → 음양수 → 창불대 → 영신대 → 영신봉 → 세석대피소(점심) → 촛대봉 → 청학연못 → 거림골 → 거림'의 16.98km(트랭글 기준), 9시간 14분의 지리산 세석평전 오지 탐험이었다. 이동 6시간 45분, 휴식 2시간 29분!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초면의 청학연못은 기대 이상의 감흥을 줬고, 한 번 정도는 가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초면의 촛대봉 뒷면(? 앞면?)도 청학연못 못지않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봉 감독과 유명계곡, 도장골 연계 계곡 산행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