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수정] 코로나바이러스 속 깊이 들여다보기 / 김현옥
인류가 지구별에 생존한 이래, 처음으로 전 지구인이 생존 위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람처럼 쉽게 전염된다. 비행기로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게 되었다. 함께 협력해야 나와 너, 서로를 살릴 수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지구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종과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부자와 가난한 자를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자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구별의 주인이라고 큰소리쳤던 인간의 오만함을 한순간에 허물어뜨려 버렸다. 바람처럼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은 그것이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바꾸어 놓고 있다. 코로나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물질 쟁탈을 위해 경쟁하던 인간들 삶의 바퀴를 잠시 멈추게 하고 성찰의 시간을 주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처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난 앞에 전국민이 잘 대처하는 힘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그것은 촛불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뤄냈던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주인 정신의 결과이다. 또한 민주화를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던 5.18 민주 정신이기도 하고, 70년 전쟁의 분단 체제 속에서 간절하게 염원하는 통일 의지이기도 하다. 멀리로는 일제의 총칼 앞에 맨손으로 만세를 불렀던 독립 의지이기도 하고, 탐관오리와 외세의 간섭에 목숨 걸고 일어선 동학 혁명 정신이기도 하다. 이런 민중의 주인 정신과 공동체 정신이 역사 속에, 우리 핏줄 속에 면면히 살아 이어져 온 결과가 아니겠는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과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날마다 마주하는 생존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근원적인 성찰을 하게 된다.
어원적으로 보면 ‘삶’이란 산다는 것과 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살리는 것의 대표격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삶은 서로 살리는 삶보다는 자본을 얻기 위해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 간에 무한 경쟁을 하면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 동물, 식물 등을 죽이는 산업을 해왔다. 자원을 캐기 위해 땅을 파헤치고, 물과 공기를 오염시켜 왔다.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 동물과 식물을 학대하고 있다. 이것을 먹은 사람들도 결과적으로 죽게 하고 있다. 대량생산 공장 시스템은 인간을 존재가 아닌 하나의 부속품으로 취급하여 인간성을 말살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죽고 있다. 물질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인간 대접을 못 받은 사람은 소외감으로, 결핍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다. 농촌을 볼모로 도시 대기업을 살찌우는 경제, 물질과 지위를 위해 한 방향으로 내모는 교육으로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죽음은 우리 삶의 일부 현상임을 보여줄 뿐이다.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벗어나려면 근원적으로 죽임의 삶에서 살림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인류의 삶의 방향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며 처절하게 고민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지구인으로서 우리 모두의 삶, 후손까지 생각하는 넓은 시각으로 인류의 삶을 성찰할 수 있어야겠다. 인간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질문에 대해 누구라도 자신이 생각한 것을 빠른 정보망으로 소통하고 서로 공유해서 가장 좋은 방안을 정해 약속하고 서로가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고 함께 실천해 가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의 풍요가 아니라, 감성의 풍요로움, 관계의 풍요로움임을 사회 전체가 동의하고 공감해야 한다. 지구 한쪽 어느 한 곳이라도 위기에 처해 있다면, 우리 사회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나타난 문제라고 사람들은 예측한다. 동식물과 인간의 관계가 적자생존이 아닌, 상부상조의 관계가 되어야겠다. 이런 노력은 어느 한 개인이나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문제이다.
우리는 한 생명 공동체임을 인식해야겠다. 인간은 홀로 살 수가 없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동식물이 건강하고 자연 시스템이 잘 돌아가야 우리의 몸과 삶도 건강해진다. 어느 한쪽이 억압하고 한쪽이 지배당하는 관계는 잘못된 관계이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기에 함께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공생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람은 동식물은 물론, 흙 ․ 물 ․ 바람 ․ 해와 같은 자연 환경에 기대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 이 지구별에 인간만이 살고 있지 않다는 진실을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인류는 이제 생존을 위협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 공동으로 대처한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구라는 공동의 터전 위에서 인간은 물론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가야 내가 잘살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경쟁하는 삶에서 벗어나 서로를 살리는 공동체 정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깨우쳐준 혹독하고 값비싼 교훈이다.
첫댓글 제목처럼 코로나를 '깊이 들여다봤'네요.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삶의 진실을 생생한 체험 속에서 일깨워주고 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라고 멋지게 얘기해 놓기는 했는데 정작 '삶의 본질이나 진실'이라든지 '근원적인 질문'을 끈질기게 탐구하지는 못한 듯합니다. 이걸 제대로 해야 제목에 완전히 걸맞은 글이 되지 않을까요?
'이훈의 산문' 방에 올린 내 글 <코로나 이후의 우리나라를 그려 본다>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