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몸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다.
그 이유는 '대장 내시경' 때문으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기분'이다.
지난 토요일, 제천에 사는 친구가 '교육' 받으러 서울에 왔다가 여기 내 자리로 와서 술을 마시다 밤을 새우게 되었다. 그런데 막걸리로 시작됐다가 떨어졌는데, 그가 더 마시기를 원해서 스페인 산 '오루호'를 몇 잔 더 마셨는데,
그 때문이었는지 그가 돌아간(일요일) 날 오후 늦게 숙취가 몰려 와서,
힘들게 하룻밤을 보내고서야 겨우 기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나 뿐만이 아닌 그도 마찬가지였다는 연락이 왔다. (군산에 가서 친구 처갓집 김장에 갔다가 술을 마신 1주일 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틀 쯤 뒤에 있었던 '대장 내시경' 검사였다.
몇 년 전에 해봤던 기억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기억으로 두려움이 더 커졌던 때문일까?
그 전 날은 종일 바짝 긴장한 상태로 일손마저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했다가 저녁부터 사전 준비에 들어가야만 했는데,
물론 음식물 섭취(저녁은 미음으로)를 조심해야 하는 것부터, 거기 안내서에 따라 밤 8시가 되면서 '장 세척제'를 먹는 고통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전에 비하면 약간 나아진 듯한 그 절차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가루약에 물 500ml씩을 부어 흔들어 섞은 뒤, 한 번에 반 절씩 매 15분 간격으로 네 번을 마셔야만 하는, 그런 뒤 또 찬물도 두 차례 더 마셔야 하는 절차를 해나가는데,
그 약의 거부감나는 맛에다 마시면서 생긴 '메스꺼움' 때문에,
아! 검사하는 게 이렇게 고통스럽다면 차라리 대장암에 걸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액체 250ml를 한 번에 마시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울 줄이야! 더구나 그것도 연거푸 네 번을 반복해야만 한다니......
물론 1차 복용을 끝내고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입안에 침이 고여 한편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메스꺼움에 일어나 화장실에 두어 차례 들락거리다가 잠이 들긴 했는데,
많이 자지도 못한 상태로 자정 넘어 첫잠에서 깨어났던 나는,
바로 설사를 하기 시작했고,
내 잠버릇이 그렇듯, 새벽 5시 정도까지 일을 한 뒤 '아침잠'을 자고 싶었는데,
새벽 6시부터 다시 '2차 장 세척제' 복용을 해야 했으므로 잠도 자지 못한 채(그 절차따라 하려면 한 시간 반이 소요된다.) 그대로 날을 새우고 말았다.
물론 새벽에 했던 2차 준비 당시에는 변기에 앉으면 항문에선 노란색의 맹물만 투명하게 나오곤 했는데(항문에서 물만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했다.),
약을 마실 때마다 메스꺼움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몇 번을 갔는지 이젠 기억도 없다. 열 번은 들락거린 것 같다.) 정신이 희미하기까지 했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러니,
그렇다면 이젠 내 속이 다 비어있단 말이지? 그럼, 깨끗하겠는데, 이대로 살아가는 법만 있다면 안 먹고 그냥 깨끗한 채로 살다가 가도 좋으련만, 먹고 사느라 그 고통을 당해야 하다니......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으로 어차피 시간을 보내야 했으므로, ‘자화상 드로잉’도 하긴 했지만,
뒤늦게 검사 일정을 잡아선지 내 검사는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아침부터 고스란히 점심 넘게 '단식'을 유지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 것 역시 고통이자,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 역시 고통이었다.
그러니 마땅한 방법이 없어, 이것저것 지금 하고 있는 그림에 손을 대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겨우 점심을 넘긴 뒤, 샤워를 하고, 정말 이미 환자가 된 것처럼(지난밤부터 새벽에 걸친 구토증에 설사 등으로 정말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병원으로 향했다.
근데, 왜 내가 병원에 가는 날마다 이리 추운지! 그것마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 절차를 마치고,
결국 검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복으로 갈아 입고 대기실에 기다리는데, 남들은 다 보호자 등과 함께 온 것으로 보였는데 나만 덜렁 혼자인 것도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검사에 앞서 잰 '혈압'이 의외로 높다 보니, 그 담당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는데,
그 전에는 보통 120선에 60까지 내려가서 '저혈압'이라던 난데, 무슨 일인지 최근에는(가장 최근 배에 난 '물혹제거 수술'을 받을 때도) 혈압이 높게 측정돼서(153. 97),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하고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또 불안해지기까지 했다.
어차피 '수면 내시경'이었기 때문에, 검사는 정말 잊은 듯 쉽게 했다.
정말, 그 준비과정이 고통이었지 검사는 '식은 죽 먹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게 아닌, 그것도 예약을 해야 했는데 이틀 뒤에나 가능했던 것이다.
병원엘 또 오라고? 하는, 나에겐 그것도 불만이었다.
그런데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찌 됐든 그 힘든 절차를 거쳐 내시경 검사를 한 건 좋은데, 어째 내 몸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시 식사를 했는데도 몸이 축 쳐지기만 했던 것이다. 그 다음 날까지 설사는 이어졌고,
그 뒤 다시 병원에 가서 그 결과를 듣는 이틀 동안 내내 나는 기운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오늘(5일) 다시 병원에 가야만 했는데, 오늘 아침도 역시 춥기는 마찬가지였다.('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결과는 좋게 나왔다.
아이, 용종 하나 없을 정도로 깨끗하시네요! 의사가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할 정도로 내 대장은 멀쩡한가 보았다.
그렇지만 지난번 검사했던 대로, 나는 '치루'가 있어서 그 부분의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수술 날짜를 잡자는데 뒤로 미뤘고),
'혈압'에 대해 얘기를 좀 듣긴 했는데,
아무래도 저염식 식사를 하시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요. 하는 의사 말이 나에겐 맞았다.
내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해 짜고 매운 맛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
어쩌면 나에겐 새로운 '악재'가 생긴 거나 다름없다.
속이 후련했다.
물론 병원을 나오는 내 발걸음은 가벼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나저나, 이런 검사 안 받고 살 수 없나? 하고 있던 나는, 그러니까 최근의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내가 느끼고 있는 몸 상태는 환자 그 이상이었다. 더구나 '대장 내시경'으로 요 며칠 내 생활이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