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정의당 대전시당에서 의미 있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진보정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시작된 토론은, '한국형 사회민주주의'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이에 조만간 '가자 사민당'과 '한국형 사민주의 정치포럼'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민주주의 운동이 시작될 것입니다. 아래에 드리는 글은 지금껏 경험한 지역일과 이석기 사건으로 촉발된 논쟁과 정의당과 한국의 진보정치의 활로에 대한 저의 생각을 글로 담았습니다. 또한, 지난 7월 21일 당명선거이후의 사실상 칩거상태를 접고 새롭게 시작할 '사회민주주의 운동'과 더불어 당게시판 복귀를 선언합니다.
어제 오후 3시부터 kbs 시청자칼럼 촬영은 주민들의 협조로 무사히 끝났다. 몇 번의 NG가 나긴 했지만 꽤 빠른 시간에 마칠 수 있었다. 방송이라는 것은 일정부분 연출이 필요하고,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적절히 표현되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감정몰입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PD가 애먹는 상황이 몇 번이고 연출이 됐다. 광주시와 건설자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주민들의 정서를 표출했다고나 할까? 처음 대책위를 꾸려 시작할 때,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우리 힘으로는 안 될 것이다.” 라는 공포심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주민 한 분께서 고맙다며 내게 말했다. ‘노동운동(진보)했던 사람들은 역시 뭔가가 달라도 다르다.’라고 하셨다. 이제는 상당수 주민들이 내가 진보정당과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사실을 알고들 계신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공개한 것이 아니라, 상대편에서 공개한 것이다.
이 일에 투신한 뒤로 작년에는 사찰과 세무조사까지 받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저 친구는 상당히 위험한 친구다”식의 말들을 주민들에게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동네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주민들은 신뢰할 수 있었고, 관과 건설자본의 논리는 설득력을 잃었다.
우리집에 투쟁본부를 차리고 전쟁을 치러온지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던 대중의 삶을 내 안에 담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진보운동과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나(진보정치)와 대중을 이분법적 시각에서 바라보던 관점을 일치시킬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진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싸늘한 시각이다. 과거 우리사회가 운동권이나 진보에 대해 가졌던 도덕적 부채감은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진보정당의 원내정당화는 특별하지 않다는 느낌을 한몫 거들었겠지만 가치에 있어서도 진보나 보수도 별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작년의 통합진보당 선거부정과 5.12폭력사태, 최근 ‘RO조직사건’등은 그러한 부정적 시각에 쐬기를 박았다. 진보에게 대안세력으로서의 권위와 도덕성을 부여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주민들이 내게 부여한 ‘진보의 긍정성’은 내가 진보적 사고를 지녔기 때문이 아닌, 주민들의 당면한 삶의 현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이익을 주기위해 헌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년 대선결과를 놓고 보수화된 대중의 선택을 백안시하면서 비판하고 절망했다. 때론 이기적인 것이 진보적일 수 도 있다. 중세 봉건제도의 철폐, 노예해방, 자유시민혁명, 등은 인간의 이기적 사고가 일정부분 역할을 한 측면이 있다. 많은 정치인들은 설득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몇 마디 새치 혀나 이념에 설득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를 향한 헌신에는 기꺼이 설득당하기를 원한다.
최근, 정의당의 ‘이석기체포동의안’을 놓고 당내에서 보기 흉할 정도로 갑론을박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국정원의 술책에 정의당이 동의했다는 주장과 이는 실정법위반에 관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해제와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주장 외에도 의사결정과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기찻길 마냥, 이 시점에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자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원래 진보정치는 그런 것인가? 과거의 진보운동방식은 거칠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해소되지 않는 억압된 구조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폭력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나는 현재 그러한 운동방식이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대중을 생각할 때면 막막해진다.
우리는 상대와 다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그것과 틀림을 주장한다.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차이를 말하지 못한다. 고작 말할 수 있는 것은 통합진보당은 주사패권 정당이라고 말하는 정도다. 특히 정의당과 노동당의 차이는 입도 벌리지 못한다. 타당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정의당을 대중에게 어떻게 소개해야하나? 사민주의 정당이라고 하면 되나?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정의당이 한국사회를 좀 더 자유롭게 평등하고 다원적인 세계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진 진보정당이 되길 바란다. 스웨덴처럼 모든 국민들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복지를 누리고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그런 국가로 이끌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까지 강한노조와 기업의 공동결정제도에 기초한 대등한 노사관계를 부러워만 할 것인가?
지난 5월 19일 발표된, <가자 사민당>결의문 초안을 통해 교육, 의료 등의 사회공공재는 사회화 하고, 협동조합, 노동자기업, 종업원 주식소유제도, 노동자경영 참가를 위한 공동결정제도, 노동자의 기업이사회 참여를 법제화 할 것과 조세정의를 통한 부의 재분배와 무상의료, 무상교육, 아동수당, 기본소득제 등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고, 치료받고 직장을 잃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조속히 구축할 것을 주장해왔다.
현재 한국의 진보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민대중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이념을 만들어 내는 노력들이 절실히 필요하겠다. 그것은 한국진보정치의 지배이념인 NL. PD 그리고 무정부주의적 경항들과 싸우면서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한국형 사회민주주의다. 그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보정치와 대중의 이분법적 괴리에서 벗어나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걸어봄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