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녘 초록의 계절이
무척이나 상큼한 저녁이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흥구
멀리서 온다는 말도 없이 나타난 민 목사
길건너에서 기백 이를 발견한다.
온다고 했다가 못 나온 친구들 칠판에 이름 적는다.
진봉이 영회와 은영이 재순이 산야초 성근이
그들과 전화로 불참석을 확인하는 동안 상우를 조우.
그리고 지각생 숙자와의 반가움.
이것이 이번 벙개의 모습이다.
우리는 청계천을 걸어 종로 5가 광장시장
전집들이 즐비한 먹 자에 들려 여섯 명이 앉을 자리를 찾고
어느 구석진 탁자에 오붓하게 둘러앉았다.
찌그러진 주전자와 양은 중발
촬촬 소리를 내며 가득 따른 막걸리에
반갑다는 멘트로 건배를 들며
우리가 마셔버린 것은 술이 아니라
너무나도 농익은 우리들의 우정이었다.
어린 시절 부터 술띠개미를 먹고 자라서인지
막걸리는 술이 아닌 음식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잠깐.
그래도 민 목사는 술이 아닌 사이다를 마셨음.
2차로 노래방에서 우리들의 음악회가 펼쳐질 때
정말, 어느 가수의 무대보다 더 부드러웠으며
더 열정적이었고 감미로웠고 흥겨웠었다.
다른 어디에서 이런 모습들을 만날 수 있을까?
차를 타고 오면서 머리가 깨질듯 아파서 고생을 했고
다음날까지 후유증이 있었지만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미소 지어본다.
첫댓글 즐거운 행복한 시간이었어여. 안나온 친구들! 손들고 1분간 반성하고 교실 청소하고 책상 정리하고 그리고 집에 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