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들이 미군을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대해 미 국방성은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각군에서 파견된 영관급 장교들이 할리우드에 상설 조직까지 운영하면서 전쟁과 군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을 지원하고 각종 협조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년 7월 4일에 개봉될 영화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제작 과정에 깊숙이 참여해 군 당국이 각종 장비와 시설 지원, 촬영장소 제공은 물론 첨단 장비를 다루는 훈련까지 배우들에게 해 주고 있다.이 영화는 트레일러 로봇 ‘콘보이’로 유명한 미국산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영화로 만들어 로봇들의 전투와 변신에 첨단 영상을 동원한 것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고 있다.
외계인 로봇들의 지구 침략에 맞서 지구인들이 단합해 투쟁하는 것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 미 국방성이 정책적 지원을 승인하고 공군과 육군이 영화제작 초기단계부터 대본 검토, 장비·인력 지원, 군사시설을 활용한 촬영 허가 등의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2007년 독립기념일에 맞춰 개봉될 트랜스포머스가 흥행에 성공하면 미군은 엄청난 간접홍보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영화 콘텐츠와 특수 촬영 장면 등에 녹아들어 간 첨단무기체계의 우수성, 군인의 희생에 대한 숭고한 가치 부여, 세계 평화를 위한 미국의 리더십 등 고도로 계산된 미군의 전략적 홍보 메시지가 세계 각국의 영화 팬들과 관객들에게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다.영화제작사는 특수 장면 촬영에 동원되는 장비 사용 요금을 군 당국에 정확하게 지불한다. 예컨대 F-22 전투기 사용료는 시간당 2만5000달러, T-38 훈련기는 3500달러에 이른다.
영화제작사도 군 당국의 협조를 받되 제작 비용을 절대 군에 전가하지 않으며, 상생의 마인드로 적극 지원한다.할리우드에서 제작된 군 소재 영화는 500여 편에 이른다. 미 국방성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국민을 통합하는 선전 수단으로 영화를 적극 활용했으며, ‘디어 헌터’ ‘지옥의 묵시록’ 같은 반전영화가 유행하던 1960~70년대에도 시나리오 수정을 요청해 가며 영화제작 지원을 지속해 왔다. 최근에도 테러에 대한 경각심 고취와 응징의 당위성, 세계평화를 위한 미군의 희생에 대한 숭고한 가치를 부각하기 위해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
미군의 할리우드 영화 지원이 우리 군에 주는 시사점은 상당히 크다.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가 흥행할 때 군의 이미지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례로, 1964년에 제작된 인기영화 ‘빨간마후라’가 아직도 국민들에게 공군에 대한 이미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연상될 만큼 영화는 뇌리에 각인되는 영속적 효과를 갖고 있다.최근 한류 열풍과 한국 영화의 우수성이 세계에 퍼지는 추세 등을 활용해 우리 군도 한국영화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화 흥행의 파급력을 군 홍보에 활용하는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