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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리랑의 연원과 정선아리랑(7.9) 2. 구한말의 구조아리랑(7.16) 3. 일제강점기의 나운규 아리랑과 3대 아리랑(7.23) 4. 경상도의 영천아리랑과 대구아리랑 등(7.30) |
*劉 大 安
음악학박사(Ph. D), 작곡가, 지휘자
(사)날뫼민속보존회이사장, 경북아리랑문화위원
대구동부여성문화회관자문워원
대구대학교외래교수
Ⅳ. 경상도의 아리랑
1. 서론
조선 초기 강원도긴아리랑(정선아라리)과 강원도자진아리랑(강원도아리랑)이 조선 후기 경복궁 중수로 인해 경기지방에 전파되면서 경기도긴아리랑과 경기자진아리랑(구아리랑)이 파생되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 중 경기자진아리랑은 구한말부터 나운규의 영화아리랑이 만들어지기까지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되었음을 몇몇 자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원도자진아리랑 만큼은 경기지역보다 오히려 영남지역에 더 많이 남아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자진아리랑은 강원과 영남을 가르는 소백산맥을 넘어 아래쪽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본다. 전파된 과정은 특정한 충격, 즉 경복궁 중수처럼 인적 물적 이동으로 전파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전파되었을 것을 추정된다. 그러므로 강원도자진아리랑이 어느 시기에, 어떠한 전파경로를 통해 영남지역에 전파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 단지 영남지역, 그것도 경상북도에 이 아리랑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영남지역 대부분의 아리랑은 강원도자진아리랑이 변형되지 않고 거의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영남지역이 강원도지역과 같이 메나리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즉, 동일한 민요권역이기 때문에 경기도지방에서처럼 강원도의 아리랑을 굳이 바꾸어 부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상지역의 아리랑은 밀양아리랑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리랑은 강원도아리랑 또는 정선아리랑의 아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남지역에 존재하는 토속아리랑은 지역에 따라 선율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이것을 통해 음악적 변별성을 갖는 주요 요인이 된다. 사설에서도 각 지역의 지명 등이 담겨져 있어 지역을 담보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지역에 따라 존재양상이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예천아리랑’과 ‘문경새제아리랑’의 경우 전문소리꾼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며, ‘울릉도아리랑’ ‘대구아리랑’ 등은 한때 소멸위기에 처했으나 복원되기도 하고, ‘영천아리랑’은 외국으로 나가 멀리 돌아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 온 경우이다. 따라서 오늘날 그 지역에서 유행되거나 지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보존회라든가 개인에 의해 겨우 명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2. 강원도자진아리랑(강원도아리랑)
강원도자진아리랑은 동부지역 민요권역에 속하는 메나리토리(조)이다. 장단은 예부터 무가(巫歌)에서 사용되던 3+2의 혼소박인 엇모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때에는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마라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과 같은 가사로 부르지만 모심기소리로 부를 때 “심어주게 심어주게 심어주게 오종종 줄모를 심어주게”라고 부른다. 떼꾼이 노를 저으며 부를 경우 “우수나 경칩에 물 풀리니 합강정 뗏목이 떠내려가네”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인제 뗏목아리랑’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사설에 따라 ‘한탄조’가 되기도 하고 ‘농사요’가 되기도 하며 ‘떼꾼의 노래’가 되기도 한다.
3. 문경새재아리랑
문경은 소백산맥의 중앙부에 속하는 험준한 지형으로,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루는 북쪽에는 백화산, 월악산 등이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다. 오른쪽에는 예천군, 아래쪽은 상주와 맞닿아 있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과거부터 영남지역과 경기지역을 잇는 고갯길인 조령(새재)과 이화령이 있는 지역이다.
문경의 아리랑은 1965년 ‘새재노래’(어문학 13집)로 처음 학계에 소개된 후 1971년 ‘문경민요’(문경군)로 소개되었고, 1980년에 비로소 관심을 가지면서 1983년에는 ‘문경새재민요비’를 세우고 채보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벌였다. 1993년에는 향토민요의 발굴과 보존 전승을 위해 <향토민요경창대회>가 개최되었고, 이듬해 이 노래의 전래적인 전통적 가락을 전습해 온 예능보유자(송영철<작고>, 문경읍 하초리)에 의하여 ‘새재아리랑’(입상 1994)의 공식적 발굴이 이루어졌다.
홍재휴 박사는 이 노래의 보급과 전승에 있어서 이러한 계기가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아리랑에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 노래가 알려졌고 2008년에는 문경시 문화원이 <문경새재아리랑제>를 개최하여 활성화되고 오늘에 이른다.
문경의 아리랑은 다른 지역의 아리랑과 달리 조령, 즉 ‘새재’를 넣어 ‘문경새재아리랑’이라고 부른다. 위의 글을 보아 그 명칭은 처음으로 「어문학 13집」에 소개된 ‘새재노래’에서 출발하여 1983년 문경새재민요비를 세울 때 ‘문경새재민요’로, 1994년 향토민요경창대회에서 ‘새재아리랑’이란 명칭을 사용하였고, 근래에 들어와서 ‘문경새재아리랑’이라고 불리어지게 되었다.
▲ 문경새재아리랑 비 |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큰아기 손질에 놀아난다.
문경새재 넘어 갈 제 굽이야 굽이야 눈물 난다. |
문경에서 아리랑으로 불리어지는 곡 중 의미 있는 세 곡을 채보하여 소개하였다. 가창자는 이덕원, 송영철, 송옥자이다. 이덕원(남, 91세) 옹은 경북 문경시 가은읍 갈전1리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지방의 향토성이 짙은 소리의 소유자이다. 그가 부른 아리랑은 강원도 긴아라리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 =120의 세마치장단으로 힘이 있다. 처음 시작선율 [/도 도 - /레 미 솔 /솔 솔 미도 /미 - 도 /]는 어사용토리로서 ‘도’음으로 종지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 곡에서는 강원도 긴아라리처럼 엮음아라리 부분이 나타나는 데 반음계로 하행하는 선율적 음정구조를 띤다. 후렴의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은 밀양아리랑의 후렴과 유사한 사설과 음정구조를 갖는다. 김영운 교수는 동부민요를 메나리토리와 어사용토리로 구분하고 메나리토리는 상행시 ‘미-라-도-레-미’의 4음 음계로, 하행시에는 ‘미-레-도-라-솔-미’의 구조로 보고 ‘라’음을 종지음, ‘미’음을 요성음으로 파악하였다. 어사용토리는 메나리토리의 최저음 ‘미’음이 반음 높여진 구조로 ‘도-레-미-솔-라’로 보고 ‘도’음을 종지음으로 간주하였다. 메나리토리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동쪽지역과 경기도, 충청도의 일부에서 전승되며, 어사용토리는 경상도와 충청북도 일부에 전승되는 것으로 파악한다.
이덕원 옹이 부른 문경새재아리랑의 3절에서 ‘시’음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하행하는 선율선을 갖는데 ‘시’음은 ‘도’음이 미끄러져 내려온 현상으로 판단된다. 이 아리랑은 강원도아라리의 긴아아리와 엮음아라리가 이 지역에서 변형되어 음악적으로 변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리랑으로 볼 수 있다. 장단의 변형은 세마치장단을 기본으로 하여 사설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다. 선율유형은 입타령 형태에서 음절형태로, 엮음아라리부분에서는 고정된 음정의 사설에서 온음 또는 반음의 하행하는 선율선을 가진다. 선법은 어사용토리가 적용된다.
송영철이 부른 아리랑은 강원도 긴아라리의 음악적 특성인 속도와 선율윤곽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송영철은 1994년 ‘새재아리랑’으로 <향토민요경창대회>에 입상하였는데, 이 악보는 4년 후인 1998년 문경시에서 취입한 ‘문경의 민요’에서 음원을 채보한 것이다.
이 곡은 매우 느린 속도로 메나리조의 구성진 선율은 비교적 낮은 음역에서 노래하며 ‘미’음에서 종지한다. 후렴의 아리랑에서는 ‘아리랑’을 두 번 반복할 때 강원도 긴아라리의 경우 같은 선율 구조를 갖는 동형진행이 일반적이지만 [/미미솔 미 - /라 라미 미 /]로 첫 번째 아리랑은 산형을 띠거나 동일음정상의 진행을 하며 두 번째 아리랑은 완전4도 도약 하행하는 선율의 구조를 갖는다. 1절의 시작음보다 2절의 시작은 전․후렴처럼 [/미미 미 - /]로 낮추어서 시작하는데 이것은 2절과 전렴과 후렴의 선율이 유사한 진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리랑에서는 본 절의 선율을 후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송옥자(여, 63세)가 부른 문경새재아리랑이다. 그는 대전 출신으로 경기도 광주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1972년 문경으로 시집와서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 회장 맡아 활동하고 있는 전문소리꾼이다. 송옥자는 필자와의 면담에서 자신이 부른 문경새재아리랑은 토속성이 강한 송영철의 문경아리랑의 장단과 선율을 정리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밝혔다. 송옥자가 부른 문경새재아리랑은 송영철과 같은 느린 속도의 강원도 긴아라리류이다. 후렴의 “아리랑 아리랑”에서는 낮은 음으로 시작하는 송영철의 아리랑[/미미솔 미 - /라 라미 미 /]과 달리 송옥자의 아리랑에서는 여성의 음조에 어울리도록 ‘미’음에서 시작 ‘도’음으로 하행한다[/미미도 도 - /미 미도 도 /].
결국 송옥자의 문경새재아리랑은 송영철의 아리랑의 선율음형을 운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선법은 이덕원의 경우처럼 ‘라-솔-미-레-도’의 음계와 ‘도’음으로 종지하는 어사용토리를 사용한다. 따라서 송옥자의 문경새재아리랑은 강원도의 긴아라리를 바탕으로 이덕원과 송영철의 토속적인 아리랑을 재구성하여 체계화한 통속적인 아리랑이라고 하겠다.
4. 예천아리랑
예천은 북쪽지역이 소맥산맥으로 충청북도와 맞닿아 있으며, 남쪽지역은 낙동강과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흐르고 있어 비교적 논농사가 발달한 평야지역이다. 예천아리랑을 부른 가창자의 거주 지역은 예천읍 통명동으로 비옥한 농지가 많아 농사가 활발한 지역이다. 통명동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4-2호 통명농요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2009년 3월 28일 예천읍 통명동에서 채록된 예천아리랑은 통명농요의 예능보유자 이상휴(남 79세) 옹이 불렀다. 이상휴 옹은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서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이며 표현력도 우수하다.
예천아리랑은 강원도 자진아라리 계통이다. 본래 엇모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강원도 자진아라리(10/8박)를 자진모리장단(12/8박)으로 변형하여 불렀다. 이 곡에서 “아리아리”로 시작되는 전렴의 도입부는 본 절과 동일하게 고음에서 질러내기를 하면서 점차 하행하는 선율을 갖는다. 후렴의 아리랑선율은 ‘미’음에서 시작하여 ‘레′’음으로 상행한 후 다시 ‘미’음으로 하행하는 산형의 [미미 미 솔라 레′ /도′도′ 라솔 미 - ]로 진행한다.
따라서 이상휴 옹이 부른 예천아리랑은 강원도 아라리의 선법적 특성인 메나리토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본래 강원도 자진아라리가 가지고 있는 엇모리장단의 장단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예천아리랑의 사설에서는 농경사회에서 겪는 생활의 고달픔과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5. 봉화아리랑
봉화지역은 경상북도 최북단의 소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인접한 지역이지만 태백산(1,567m), 선달산(1,236m), 문수산(1,205m) 등 험산준령이 동서로 가로 막혀 강원지역과 인적․물적 교류가 쉽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불리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지역에서는 정선아라리의 흔적이 남아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간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강원도의 긴아라리가 봉화군 춘양면에서 정선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채록되어 있다. 김수진(남)이 부른 정선아리랑은 매우 토속적인데 앞부분 선율에서는 영남권의 모심는소리, 즉 정자소리의 선율 구조와 같으며 어사용토리의 하행 선율구조를 갖는다. 속도와 리듬은 그다지 규칙적이지 못한데 이러한 현상은 정자소리를 흐드러지게 부르는 음악적양상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김수진은 노래에서 일반적인 아리랑처럼 아리랑사설의 후렴구를 부르지 않기 때문에 아리랑 곡조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에이” 또는 “이야” 등 짧은 구음으로 아리랑 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채록 당시 가창자가 노래를 부른 후 채록자가 곡명을 물었을 때 가창자는 ‘정선아리랑’라고 대답했다. 따라서 이 곡은 정선아라리를 봉화지역에서 변형하여 부른 것으로 봉화식의 아리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채록된 봉화지역의 또 하나의 아리랑은 김분이(여)가 부른 강원도의 긴아라리 계통이다. 강원도아리랑이 통속 민요가 되기 전의 토속민요로서 채보자의 질문에 가창자는 이 곡 역시 ‘정선아리랑’이라고 대답했다. 이 곡에서는 정선아라리의 엮음형식처럼 긴 사설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 엮음형식이 짧지만 나타난다. 정선아라리에서 “우리 집의 저 멍텅구리는 날 안고 돌 줄을 왜 모르나”를 아내가 부르는 사설을 김분이는 “우리 집의 젊은 부인은 날 안고 도실줄 왜 모르나”로 가창자가 남편이 되도록 사설을 바꾸어 부르기도 하였다.
김분이의 아리랑은 정선아라리 계통이지만 선율의 흐름에서 많은 차이점이 나타난다. 특히 아리랑 사설이 나오는 후렴구 “아리아리랑”의 선율은 강원도 긴아라리의 후렴구로부터 많은 변형이 이루어져 있는데 정선아라리보다 매우 흥겹게 진행되고 있다. 본 절에서는 메나리토리의 구성진 ‘라-솔-미’로 하행하는 음계로 진행하다가 본 절의 마지막부분과 아리랑사설에서는 ‘도’ ‘미’ ‘솔’의 음만 사용한다. 이 아리랑에서는 선율이 내려갈 때 경과음으로 사용되는 ‘레’음이 생략된 어사용토리가 운용되고 있다.
봉화지역에서 부른 토속아리랑은 정선아라리 계통으로 몇몇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김수진이 부른 정선아리랑은 농사요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김분이가 부른 정선아리랑에서는 엮음아라리 형태를 사용하고 있는 점, 두 곡 모두 장단이 일정하지 않고 흐드러져 있는 점, 경상도 지역 정자소리를 사용하고 있는 점,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부른 가창자의 소리 등을 보아 초기의 정선아라리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6. 울릉도아리랑
동해 바닷길 칠백리를 건너 울릉도에도 아리랑이 존재한다. 1992년 4월 8일 MBC TV에 방영된 <아리랑시대>에서 울릉도의 김재조(남 88세)가 부른 아리랑은 강원도 긴아라리류이다. 이덕원이 부른 문경새재아리랑에서 긴아라리와 엮음아라리를 함께 부른 것처럼 김재가 부른 울릉도아리랑에서도 먼저 엮음아라리 형태의 사설을 짧게 부른 다음 긴아라리를 이어 부르고 아리랑사설의 후렴을 부른다. 이 곡의 사설은 섬지역 울릉도와 관련된 내용을 위주로 하며 선법은 어사용토리를 사용하는데 후렴에서는 ‘라’음을 생략한 ‘솔-미-레-도’의 음계를 사용하여 ‘도’로 종지하고 있음 볼 수 있다. 엮음아라리의 첫 음 ‘시’는 ‘도’가 퇴성된 것으로 보여 진다.
7. 상주아리랑
소백산맥이 태백산맥의 줄기로부터 왼쪽으로 뻗어가다가 문경으로부터 아래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안쪽에는 낙동강 하안을 중심으로 평야지대가 형성된다. 상주지역의 위쪽에는 문경과 접해있으며 왼쪽에는 속리산이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룬다. 오른편은 낙동강이 흐르고 있어 하안을 따라 비교적 논농사가 발달된 지역이다.
상주시 관동리에 거주하는 안경수(남, 78세) 옹이 부른 상주아리랑은 판소리 명창 김소희(金素姬 1917~1995)가 한국전쟁 이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소희가 처음 상주아리랑을 만들 때 남북통일을 염원하여 통일아리랑으로 불리어지기를 원했다고 한다. 상주아리랑은 긴아라리의 느린 속도로 시작하여 곡의 중반부부터 자진모리장단으로 속도가 조금 빨라지는 현상을 보인다. 처음에는 느리게 부르다가 나중에는 빠르게 부르는 민요 형식의 한배형식이 적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장단까지 바뀌어 나타난다.
이 부분에서 예천아리랑의 가창자 이상휴처럼 자진아라리부분을 본래의 엇모리장단으로 부르지 않고 자진모리장단으로 부르는 데 작창자인 김소희 자신이 처음부터 그 부분에서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주지역의 안경수뿐 아니라 같은 지역의 상주아리랑을 부르는 김동숙(여, 66세)도 이 부분에서 자진모리장단으로 부른다. 김동숙은 상주시 외서면 관동리 사람으로 10여 년 전에는 김소희 명창에게 사사한바 있다.
전반부 후렴의 주요 선율은 ‘도-레-도-미, 라-도-미-라’의 ‘라’음 종지하며 1절의 “고개를”과 “간다”에서 ‘도’음이 ‘라’음으로 하행 하면서 ‘도’음이 미끄러져 ‘시’음을 내는 전형적인 남도민요의 육자배기조의 음계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상주아리랑은 이 지역의 음악양식이 아닌 타 지역의 음악양식이 유입되어 점차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아리랑으로 볼 수 있다.
8. 청송아리랑
청송은 경상북도 내륙의 오른쪽에 위치한 산간지역으로 오른쪽에 주왕산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아래쪽에 영천과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보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천순조(여, 78세)가 부른 청송아리랑은 거의 가공되지 않은 투박한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노래의 앞부분은 영남내륙지방의 모심기소리와 같으며 뒷부분에는 아리랑 사설을 노래한다. 모심기소리의 불규칙적 장단으로 질러내는 첫 음이 시작된 후 점차 하행하는 ‘레-도-라-(솔)-미’의 전형적인 메나리토리의 음계적 특성을 지닌다. 뒷부분 후렴의 아리랑사설은 비교적 규칙적인 장단으로 송영철과 송옥자가 부른 문경새재아리랑과 비슷하다.
이와 같이 일노래로서의 아리랑은 앞의 김수진이 부른 봉화아리랑에서도 발견된 바 있는데 이것을 보아 아리랑이 이 지역에서는 농사현장에서 일노래로 불리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므로 천순조의 청송아리랑은 그리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소리였지만 이 지역 토속민요의 특성이 잘 반영된 일노래였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이다.
9. 구미아리랑
낙동강 줄기가 가로지르는 중심부에 위치한 구미지역은 하안 지역에 평야가 잘 발달되어 있다. 위쪽은 상주와 맞닿아 있으며 왼쪽에는 금오산이 위치하고 있다. 구미아리랑은 경북무형문화재 제27호 구미발갱이들소리의 마지막 과정에 포함되어 불리어지는 아리랑이다. 구미발갱이들소리는 구미시 지산동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평야지대 발갱이들에서 농사를 할 때 불렀던 농요이다. ‘발갱이’라는 말은 옛날 후삼국시대 견훤의 아들 신검의 군대가 고려를 침공할 당시 고려 태조 왕건이 지산동 앞들에서 신검을 사로잡아 항복을 받았다고 하여 벌검평야(伐劍平野), 즉 ‘발갱이들(발검들)’이라 불리게 되었다.
구미발갱이들소리의 예능보유자 백남진(남, 90세) 옹은 1989년경 임옥출(작고)에게 구미아리랑을 배웠다. 구미 아리랑은 초기에 ‘영남아리랑’이라고 하였으나 구미발갱이들소리가 경상북도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들소리 내에 포함시켜 ‘구미아리랑’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구미아리랑은 전형적인 강원도 자진아라리 엇모리장단과 메나리조의 음계적 특성을 따르고 있다. 단지 전렴의 사설 “아리아리”의 끝에서 5박의 시김새가 첨가되면서 10박1대박이 형성되고 “쓰리쓰리아라리요”가 15박1대박이 형성되어 전반부와 후반부는 각각 10박과 15박의 불규칙적인 장단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본절은 엇모리장단의 규칙성을 유지하고 있다.
울 넘에 담 넘에 꼴비는 총각
눈치나 있거들랑 떡 받아먹게
떡을랑 받아서 팔매를 치고
꼴망태 후려잡고 발발 떤다.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를 했더니
보리방아 물 부어놓으니 생각이 난다.
만나보세 만나보세 만나보세
아주까리 정자로 만나보세
아리랑 고개는 스무고갠 데
금오산성 넘어갈 때 임 생각난다.
10. 영천아리랑
영천은 낙동강 지류인 금호강이 흐르는 중심부에 비옥한 평야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영천의 위쪽에는 청송과 맞닿은 보현산이 있으며, 왼쪽에는 대구와 인접한 팔공산이 자리 잡고 있다. 영천아리랑은 영천시 임고면 선원리에 거주하는 장두표(남, 82세) 옹은 투박한 목청이지만 유창하게 아리랑을 불렀다. 그는 젊은 시절 일하면서 힘들 때 영천아리랑을 주변에서 듣고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 임생(작고)이라는 사람이 영천아리랑을 아주 잘 불렀다고 증언 하였다.
영 글렀다 영 글렀다 영 글렀다
가마타고 시집가기는 영 글렀다
영천읍내 물레방아는 물을 안고 돌고
우리 집에 저 영감 나를 안고 돈다
영천읍내 시장에는 사람도 많고
후부레비 가슴에는 수심도 많다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모르는 인생
강낭아 호박넝쿨은 왜 이리 굵노
아리랑고개는 열두 고개
영천읍내 땅 고개는 한 고개라
시어마니 죽으라고 축수를 했더니
보리반실 물 부어놓으니 시어마니 생각
장두표 옹이 부른 영천아리랑은 메나리토리의 엇모리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렴과 후렴의 첫 번 “아리아리”의 뒷부분 시김새가 늘어나면서 두 번째 “아리아리”와 합하여 15박1대박이 형성된다. 이것은 미아리랑과 반대의 장단구조를 갖는다. 장두표 옹이 부른 영천아리랑은 절수가 바뀔 때마다 각 부분의 리듬패턴이나 음정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사설이 대구(對句)를 이루는 부분에서 시김새가 서로 다른 현상은 인위적으로 가사와 음악을 일치시키지 않았고 즉흥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절의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와 2절의 “시장에는 사람도 많고”에서 사설은 각각 10음절과 9음절로 이루어져 1음절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1절에서는 10소박1박으로, 2절에서는 다섯 박이 늘어난 15소박1박으로 장단의 길이가 확장된 것이다.
따라서 장두표 옹이 부른 영천아리랑은 엇모장단의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사설에 따라 리듬의 음가가 늘어나거나 줄어들어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영천아리랑이 통속화되기 이전의 토속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장두표 옹이 부른 토속적인 영천아리랑은 안타깝게도 영천지역에서 유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천 아리랑을 부르는 사람은 장두표 옹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근래에는 <(사)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영천지부 전은석 지부장이 장두표 옹의 영천아리랑을 이어 부르는 정도이다.
대신에 중국 연변지역과 북한에서는 영천아리랑이 많이 불리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일제 때 영천지역 사람들이 대거 북간도 지역으로 이주하였다. 이주한 영천 사람들은 그곳에서 고향에서 부르던 아리랑을 불렀고 자연스럽게 지역에 전파되었다. 실제로 영천아리랑은 만주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독립군에게 군가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영천아리랑은 곡조가 빠르고 경쾌하여 군가로 사용되었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요
광복군 아리랑 불러보세
우리부모님 날 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주소
바다에 두둥실 떠오는 배는
광복군 싣고서 오시는 배래요
아리랑 고개서 북소리 둥 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 날리네
이후 영천아리랑은 북한으로 유입되어 경기민요조로 변형되어 불리어졌는 데 한국전쟁 후 휴전선이 가로막히면서 북한에서만 불리게 되었다. 사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부르는 영천아리랑의 존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일행이 북한을 방문하였을 때 첫 날 만찬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가 바로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천아리랑이었다.
북측에서는 남측에서 오신 귀한 손님을 맞이하면서 영천아리랑을 연주했지만 정작 남쪽 사람들은 처음 듣는 음악이었다. 북한 관계자들은 이 아리랑은 대구 옆에 있는 사과가 많이 나는 그 영천의 영천아리랑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이후 남쪽에서 학자들이 중국 연변지역과 북한에 영천아리랑에 대해 확인해 본 결과 영천아리랑이 남쪽의 진도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처럼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고 부를 줄 알았다.
아래의 악보는 1991년 북한의 문예출판사 『조선민요 선곡집』에 수록된 북한식의 영천아리랑이다. 후렴에서 “아라린가 스라린가 영천인가”에서 경북 영천의 지명이 실려 있다. 이 곡은 엇모리장단의 강원도 자진아라리로 매우 경쾌하며 ‘솔-라-도-레-미’의 경기도민요의 음계적 특성을 지니며 영화아리랑처럼 ‘도’로 끝을 맺는다. 또한 4절을 부를 때는 영화아리랑의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부분과 동일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는 경상도의 영천아리랑을 엇모리장단을 유지한 채 영화아리랑처럼 경기민요조로 변형하여 매우 밝고 경쾌하게 부른다. 이 곡은 북한에서 발간한 『조선민요선곡집』에 실린 북한식 영천아리랑이다.
경북지역의 영천아리랑에 관한 문헌은 1970년 대구출신의 작곡가 겸 음악학자인 김진균(1925~1986)의 논문 「한국 음악민요의 유형적 고찰」이 있다. 그는 논문에서 원형(본조)아리랑의 음역이 8도인데 비하여 “영천아리랑에서는 선율이 장6도의 음역에 머물고 있으며 따라서 멜로디 선이 축소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하며 악보를 채보하여 제시하였다. 음계는 c d e g a c의 장조적 5음계로 소개하고 있으며 박자는 3/4박자의 아리랑이 5/8박자로 바뀌어져 있다고 영천아리랑을 소개하였다.
북한에서는 영천아리랑으로 불리는 또 하나의 영천아리랑이 있다. ‘사랑스럽게, 흥겹게(양산도장단)’라는 나타냄 말을 붙여 세마치장단으로 노래하는 강원도 긴아라리의 흐름을 갖지만 선율은 메나리토리의 강원도 자진아라리를 따른다. 그러므로 이 곡은 강원도 긴아라리와 자진아라리의 음악적 특성을 혼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영천아리랑은 일제 때 주민들이 만주로 집단 이주한 이후 영천지역에서는 거의 소멸되다시피 하여 불리지 않지만 오히려 북한에서는 영천아리랑이 다른 모습으로 편곡되어 매우 인기 있는 아리랑으로 유행되고 있다.
한편 영천지역에서는 근래에 북한에서 ‘양산도장단’이라고 나타냄 말이 제시된 영천아리랑을 부르고 있는데 이는 지역의 메나리토리의 음악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의 영천지방의 토속 아리랑이 아닌 북한식의 영천아리랑을 다시 유입하여 부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11. 대구아리랑
대구는 낙동강과 지류인 금호강과 신천이 교차되는 지점에 비교적 너른 평야지대를 이루는 지역으로 동북쪽에 위치한 팔공산과 남쪽의 비슬산, 서쪽의 와룡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분지형 도시이다. 영남내륙의 중심도시인 대구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경제, 문화, 교육, 그리고 인구가 밀집된 우리나라 제3대 도시이다.
현재 대구광역시에는 인구에 비하여 토속적인 대구아리랑을 알고 있거나 부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 국악음반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음반에서 대구아리랑의 음원을 찾을 수 있었는 데, 몇 년 전 대구광역시에서 이 음반을 입수하여 대구근대역사관에 소장․비치해 두었다. 이 음반은 일제 때인 1936년 밀리온레코드에서 제작한 유성기음반(CM806-A)으로 최계란(崔桂蘭)이 노래한 대구아리랑이 취입되어 있다. 음반 표지에 곡명이 “嶺南雜歌 大邱아라랑”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며 밀리온선양악단이 반주하였다.
▲ 1936년 밀리온레코드사의 대구아라랑 음반자켓
이 음반의 음질이 그리 좋지 않아서 노래를 명확히 알아듣기 힘들지만 최계란의 목소리는 단아하면서 애조 섞인 소리로 대구아리랑을 불렀다. 대구아리랑은 예천아리랑이나 구미아리랑처럼 강원도 자진아리랑류의 엇모리장단을 기본으로 하는데 가창자는 엇모리장단으로 노래하였지만 반주를 맡은 밀레온선양악단은 전주, 간주, 후주에서 자진모리장단으로 연주하였다. 이는 밀레온선양악단이 가야금, 장구의 전통악기에 바이올린 등 서양악기가 함께 연주되면서 원래 이 곡의 엇모리장단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낙동강 기나긴 줄 모르는 님아
정나미 거둘라고 가실라요
(후렴) 아롱아롱 아롱아롱 아라리야
아리랑 고개고개 넘어가네
언제나 오실라요 내 사랑아
봄풀이 푸르거든 오실라요
공산에 우는 두견 너 무슨 일로
임 그려 썩은 간장 다 녹이노
(후렴) 아롱아롱 아롱아롱 아라리야
아리랑 고개고개 넘어가네
관산만리 구름 속에 저 달이 숨어
금호강 여울물에 눈물지네
악보에서는 반주를 생략한 노래부분만 제시하였는 데 악곡의 구성은 다른 지역 아리랑과 달리 아리랑사설의 후렴구와 동일한 음조의 사설로 시작한다. 즉, “낙동강 기나긴줄 모르는 님아”의 시작부분과 후렴의 “아롱아롱 아롱아롱 아라리야”부분이 음악이 동일하다. 이후에 “언제나 오실라요 내 사랑아”에서는 소리를 높여서 질러내는 부분이 이어지는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사설은 두 개의 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설의 내용은 떠나보낸 님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 ‘금호강’, ‘공산(팔공산)’의 대구의 주요 강산 명칭을 사용하여 자연경관이 잘 활용되었다. 후렴에서는 다른 지역 아리랑의 아리랑 사설에서 “아리랑”, 또는 “아리”라고 부르는데 비하여 최계란이 부른 대구아리랑에서는 “아롱”으로 부르고 있는 점이 다른 점이다.
최계란이 부른 대구아리랑 이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자료는 1983년 8월 9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채록한 대구 아리랑이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음원은 대구광역시 동구 불로1동 최양환(남)이 부른 대구아리랑이다. 최양환의 대구아리랑은 최계란의 아리랑과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최계란의 대구아리랑과 동일한 곡이다.
가창자의 노래 소리를 보아 60대 정도로 보이며 경상도 남자의 특유한 호탕함을 볼 수 있다. 1절에서는 “산천에 기물은 멀구다래(머루와 다래)”이지만 “인간의 기물은”에서 자신의 이름을 넣어 표현하였고, 2절에서는 젊은이들이 작은 일에 지친 상황을 재미있게 묘사하였다. 선율의 후렴부분 “아리라요”에서 “요”의 ‘미’음을 그대로 길게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구아리랑에서는 ‘미솔미’의 시김새를 넣어 흥을 돋운다.
최양환이 부른 대구아리랑과 앞의 최계란이 부른 대구아리랑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이유는 두 곡의 음악적 흐름이 같지만 단지 몇몇 부분의 시김새 표현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최계란의 아리랑에서 1절의 후렴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네”의 “고개로”에서 [도도라미]로 하행하는 선율구조를 갖지만 최양환의 아리랑에서는 [도라라도]로 계곡형의 선율구조를 갖는다. 또한 그 부분의 마지막에서도 최계란 아리랑의 “넘어가네”에서 같은 ‘라’음으로 마무리하지만 최양환 아리랑에의 끝부분 “아라리야”는 ‘라’음으로 한 음 내려온 ‘솔’음으로 마친다.
근래에 아리랑을 신민요로 새롭게 창작하는 사례가 대구에서 있었는데 2003년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 <대구아리랑제>를 기점으로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정은하(58세) 회장이 대구아리랑을 직접 작곡하여 노래하였다. 정은하의 대구아리랑은 대구의 지명과 지역정서가 충분히 반영된 사설을 중심으로 세마치장단의 경기도민요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2000년대에 들어와서 창작된 제천의병아리랑, 대전아리랑 등이 있었으나 더 이상 활성화 되지 못하였는데 대구아리랑은 음반 발매와 공연을 통하여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12. 밀양아리랑
밀양아리랑은 대부분 영남지역에 연관된 정선아라리와 다른 음악적 양상을 보인다. 곡의 시작부터 고음에서 질러내는 방식과 후렴의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에서 한 음절씩 도약·반복하는 음형, 즉 [라미 라도 라] 또는 [라도 라도 라]로 동형진행 하는 방식을 하는 점, 경상도지역 메나리토리에서 하행시 경과음으로 사용되는 ‘솔’음을 주요하게 사용하고 있는 점, 악곡에서 전형적인 두도막형식 A(a+b)+B(c+b')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신민요로 창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밀양아리랑의 음악적 기원에 관하여 이보형은 밀양지방의 기층문화로 전승되는 민요에서 밀양아리랑과 같은 음악어법이 없는 것으로 봐서 근래에 밖에서 들어온 아리랑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그는 음악적으로 아리랑소리 가운데 아롱타령이 밀양아리랑과 리듬이 거의 비슷하고 선율도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봐서 아롱타령에서 밀양아리랑이 발생하였다고 간주하였다.
2002년 서정매가 채보한 김수야(여 80세)의 밀양아리랑은 후렴 전반부 “아리아리랑”의 음을 지금처럼 내려부르지 않고 본절과 같은 음높이로 질러내는 방식으로 본절과 전렴(후렴)이 유사한 A(a+b)+A'(a'+b')의 형식을 취한다. 전렴(후렴)의 “어쩔시구”의 음고가 일정하게 [/미미 미미 - /]로 부르는 점도 일반적으로 부르는 것과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경쾌한 세마치장단으로 선법은 경기도토리가 혼합된 메나리토리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1933년 시에론레코드사가 발매한 밀양아리랑은 당대 남성최고의 가야금 병창자로 알려진 한성기가 가야금을 뜯으면서 부른 노래이다. 이 곡은 지금까지 알려진 밀양아리랑과 별 차이가 없으나 곡의 시김새가 적은편이어서 초기에는 선이 굵고 단순하게 불리어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1934년 오케이레코드사 발매한 밀양아리랑은 당시 기존의 밀양아리랑을 변형시켜 ‘신밀양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다. 박부용(여)이 노래한 이 아리랑은 가야금과 장구 그리고 서양악기인 바이올린과 첼로 등 <선양교향악단>의 반주로 녹음된 것이다. 기존의 밀양아리랑에서 몇몇 부분 음정을 바꾸어 불렀는데 본 절 첫 부분의 “날좀보소”에서 기존의 [/라라 솔라 미 /]를 [/라라 솔라 파 /]로 바꾸어 불렀다. “동지섣달”의 [/미미 레도 라도/]에서도 [/파파 레도 라도/]로, 즉 ‘파’음을 ‘미’음으로 바꾸었으며 “후렴의 ”아라리가 났네“에서도 [/라라 솔라 미 /솔 -라 미 /]를 [/라라 솔라 파 /솔 -라 파 /]로 바꾸어 불렀다. 이러한 현상은 경기도지역 일부분에서 나타나는 ‘파’음과 ‘미’음 간의 교차사용으로 보여 진다.
후렴의 “아리아리랑”에서도 계곡형과 산형이 조합된 음형[/라미 라도 라 /]로 이 구성되어 있으나 이 곡에서는 [/라도 라도 라 /]로 산형의 음형을 두 차례 반복하므로 기존의 곡과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신밀양아리랑’이라고 제목이 붙은 이 아리랑은 기존의 밀양아리랑인 메나리토리와 경기도토리의 음악적 특성을 변형시켜 개작한 후속 밀양아리랑으로 당시 그만큼 밀양아리랑이 인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3. 동래아리랑
최근 ‘동래아리랑’이라는 제목이 실린 음반이 발굴되었는데 1937년 오케이레코드사에서 발매한 것이다. 이 아리랑은 서영신(여)이 노래하였고 피리반주가 곁들여졌다. 동래아리랑은 강원도 긴아라리류로 문경의 송영철이 부른 문경새재아리랑과 유사한 음형진행을 보인다. 그러나 선법은 ‘솔-라-도-레-미’의 ‘도’음으로 종지하는 경기도토리를 사용하여 영남지방 메나리토리의 음악적 특성과 다르게 표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설에서는 1절에서 “바다”와 2에서 “동래온천”이 들어가 있어 부산 동래지방의 지역특성이 잘 묘사되어 있다.
14. 결론
본고에서는 영남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아리랑에 대해 기본적인 음악양상을 규명한 것이다. 영남지역의 아리랑은 강원도의 긴아리랑과 자진아리랑이 소백산맥을 넘어 영남의 각 지역에 토착화되거나 그렇지 못한 아리랑, 그리고 통속화된 아리랑까지 음원 입수가 가능한 지역의 아리랑을 대상으로 하였다. 영남지역을 세 곳으로 나누어 북부지역 7곳, 중부지역 9곳, 남부지역 4곳 총 20곳을 선정하여 채보 및 분석하였는데 각 아리랑의 기본적인 음악양상은 다음과 같다.
지역 |
번호 |
아리랑명칭 |
가창자/ 악보출처 |
통/토속 |
아라리형태 |
장단 |
선법 |
구성음 |
종지음 |
북부 |
1 |
문경새재아리랑 |
이덕원 (남 91) |
토속적 |
긴아라리류+ 엮음아라리 |
세마치 |
어사용 |
도레미솔라 |
미 |
2 |
문경새재아리랑 |
송영철 (작고) |
토속적 |
긴아라리류 |
중모리 |
메나리 |
미솔라도레 |
미 | |
3 |
문경새재아리랑 |
송옥자 (여 63) |
통속적 |
긴아라리류 |
중모리 |
어사용 |
도레미솔라 |
도 | |
4 |
예천아리랑 |
이상휴 (남 80) |
토속적 |
자진아라리류 |
엇모리 (자진모리) |
메나리 |
미솔라도레 |
라 | |
5 |
봉화아리랑 |
김수진 (남) |
토속적 |
긴아라리류+ 정자소리 |
중모리 |
어사용 (메나리) |
도미솔라 |
도 | |
6 |
봉화아리랑 |
김분이 (여) |
토속적 |
긴아라리류 |
중모리 |
어사용 |
도미솔라 |
도 | |
7 |
울릉도아리랑 |
김재조 (작고) |
토속적 |
긴아라리류+ 엮음아라리 |
중모리 |
어사용 |
도레미솔라(시) |
도 | |
중부 |
8 |
상주아리랑 |
안경수 (남 78) |
통속적 |
긴아라리류+ 자진아라리류 |
중모리+엇모리(자진모리) |
육자배기 |
미라시도레 |
라 |
9 |
청송아리랑 |
천순조 (여 78) |
토속적 |
정자소리+ 아라리후렴 |
불규칙+ 중모리 |
메나리 |
미라도레 |
라 | |
10 |
구미아리랑 |
백남진 (남 90) |
토속적 |
자진아라리류 |
엇모리 |
메나리 |
미솔라도 |
라 | |
11 |
영천아리랑 |
장두표 (남 82) |
토속적 |
자진아라리류 |
엇모리 |
메나리 |
라도레미 |
라 | |
12 |
영천아리랑(1) |
조선민요선곡집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엇모리 |
경기 |
솔라도레미 |
도 | |
13 |
영천아리랑(2) |
조선민요선곡집 |
통속적 |
긴아라리류 |
중모리 |
메나리 |
미솔라도 |
라 | |
14 |
대구아리랑 |
최계란 (여)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엇모리 |
메나리 |
미라도 |
라 | |
15 |
대구아리랑 |
최양환 (남)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엇모리 |
메나리 |
미라도레 |
라 | |
16 |
대구아리랑 |
정은하 (여 58)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세마치 |
경기 |
도레미솔라 |
솔 | |
남부 |
17 |
밀양아리랑 |
김수야 (여 80)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세마치 |
경기+ 메나리 |
미솔라+ 라도레미 |
라 |
18 |
밀양아리랑 |
한성기 (남)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세마치 |
경기+ 메나리 |
미솔라+ 라도레미 |
라 | |
19 |
신밀양아리랑 |
박부용 (여) |
통속적 |
자진아라리류 |
세마치 |
경기+ 메나리변형 |
파솔라+ 라도레미 |
라 | |
20 |
동래아리랑 |
서영신 (여) |
통속적 |
긴아라리류 |
중모리 |
경기 |
솔라도레미 |
도 |
도표에서처럼 강원도아리랑이 영남의 각 지역에 전파되면서 현지 주민들에 의해 불리어지는 토속적인 것과 지역의 전문소리꾼에 의해 곡이 다듬어지거나 불리어지는 통속적인 것의 비중은 양쪽 모두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아리랑의 시원지인 강원도와 가까운 영남 중북부 산간지방일수록 토속성이 강하며 중남부 평야지역일수록 통속화되는 경향이 있다. 아라리의 형태로는 긴아라리류 6곳, 자진아라리 11곳, 혼합형태 4곳으로 자진아라리류가 훨씬 많다. 장단은 중모리장단 1곳, 엇모리장단 6곳, 세마치장단 5곳, 중모리와 엇모리장단의 혼합형 1곳으로 중모리와 엇모리가 주로 사용되었으며 주로 밀양아리랑이 세마치장단으로 되어 있다. 선법은 메나리토리 8곳, 어사용토리 3곳, 경기토리 4곳, 혼합형 4곳, 정자소리 1곳, 육자배기 1곳으로 동부민요권의 메나리토리와 어사용토리를 합하여 11곳에 나타나며 경기토리와 육자배기토리도 각각 4곳과 1곳에서 사용되었다.
영남지역 아리랑의 음악적 상호 관련성에 기하여 강원도 긴아리리가 영남지역으로 전파되면서 변형된 아리랑은 토속적인 송영철의 아리랑이 다듬어져서 송옥자의 문경새재아리랑이 되었다. 김분이의 봉화아리랑, 김재조의 울릉도아리랑, 정자소리를 포함하고 있는 청송아리랑, 북한에서 양산도장단으로 바꾸어 부른 영천아리랑(2), 그리고 동래아리랑이 같은 강원도 긴아라리에서 파생된 아리랑이다. 엇모리장단의 강원도 자진아라리가 영남지역에서 변형된 아리랑은 이상휴의 예천아리랑, 구미아리랑, 장두표의 영천아리랑, 북한의 엇모리장단에 의한 영천아리랑(1) 그리고 최양환과 최계란의 대구아리랑이 같은 자진아라리 계열이다. 이들 간에도 선법과 선율진행 등에서 조금씩 다르게 변형되어 나름대로 변별성을 갖고 있지만 대구의 최양환과 최계란의 대구아리랑에서는 선율진행이 동일하다.
강원도 긴아라리와 자진아라리와 다른 양상으로 변화된 아리랑은 이덕원의 문경새재아리랑으로 이 아리랑은 강원도 긴아라리의 중모리장단을 중중모리장단으로 바꾸어 빠르게 부르고 첫 부분의 선율진행 등 몇몇 부분에서 강원도아라리와 다르게 독창적으로 시작한다. 김수진의 봉화아리랑은 이 지역 정자소리가 기본 틀이며 선율적 흐름이 긴아라리적인 경향을 띤다. 이 지역에서 가장 특이한 현상은 김동숙의 상주아리랑을 들 수 있는데 상주아리랑은 선율과 선율의 진행 등 음악적 흐름이 남도민요 풍이다. 또 다른 종류로 최근 창작된 정은하의 대구아리랑은 세마치장단의 경기제이다.
이들 중 가장 구형(舊形)에 해당되는 아리랑은 김수진, 김분이가 부른 봉화아리랑, 천순조가 부른 청송아리랑이다. 반대로 가장 음악적으로 세련된 통속아리랑 계열에는 송옥자의 문경새재아리랑, 북한의 영천아리랑(1), (2), 안경수의 상주아리랑, 비록 유행은 되지 않았지만 최양환과 최계란이 부른 대구아리랑, 정은하의 대구아리랑, 한성기의 밀양아리랑이 이 범주에 속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강원도아라리가 영남지방에 전파되면서 같은 동부권 민요의 음악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토속적이거나 통속적이든 대부분 지역에서 나름대로 음악이 변형되어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변형의 요인은 선율뿐 아니라 장단, 선법, 음악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모든 요소가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아리랑이 근원지인 강원지역에서 영남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원래의 곡조를 그대로 부르지 않고 그것을 재구성하여 새롭게 부르는 음악적 역량은 어느 지역보다 이 지역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요 채보자인 헐버트는 아리랑을 채보하면서 “조선인들은 즉흥의 명수”라고 소개 하였다. 그만큼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여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우리민족의 음악적 탁월성이자 아리랑의 우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통속화된 3대 주요 아리랑 중 영남지역의 밀양아리랑이 있으나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영남지역의 여러 아리랑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령 영천아리랑의 경우 영천지방보다 오히려 중국 연변지역과 북한에서는 매우 인기 있다. 일제 때 간도지방으로 이주하였던 영천지방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었던 영천아리랑은 밀양아리랑과 함께 만주지역에서 광복군과 독립군의 군가로도 사용되었다. 2000년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의 만찬장에서 뜻밖에 영천아리랑이 연주되었고 당시 환영 나온 북한 주민들이 영천아리랑을 부르기도 하여 남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이 곡 역시 영남지역의 영천아리랑이 북한에서 북한식의 음악양식으로 탈바꿈 하여 그곳에 뿌리를 내린 대표적인 아리랑이다. 이뿐 아니라 영남지역에는 아직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아리랑이 곳곳에 존재한다. 영천아리랑을 비롯하여 대구아리랑, 문경아리랑, 예천아리랑, 울릉도아리랑, 상주아리랑, 동래아리랑 등 지역에 따라 변화하여 음악적으로 독자성을 지닌 아리랑들이 산재해 있다. 따라서 영남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이들 아리랑을 개발하여 지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고 확산시켜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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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회 |
주제: |
도덕경 읽기 (26강) (도덕경 44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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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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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은 여름휴가로 쉬고, 다음 강의는 9월부터 도덕경 강의 5주 연강이 시작됩니다. 235회(2014.9.3) : 도덕경 44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236회(2014.9.10) : 도덕경 45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237회(2014.9.17) : 도덕경 46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238회(2014.9.24) : 도덕경 47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239회(2014.10.1) : 도덕경 48장, 이태호(통청아카데미 원장/철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