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대사(震默大師)의 조카(2) / 일타스님
이튿날 조카는 장에 나갔다가 돼지 한 마리를 헐값에 사 왔는데 이 돼지가 며칠 지나지 않아 새끼를 열두 마리나 낳았고 몇 달이 지나자 집안에는 돼지가 가득하게 되었다. 또 돼지들을 팔아 암소를 샀는데 그 소가 송아지 두 마리를 한꺼번에 낳았다.
이렇게 하여 진묵스님의 조카는 3년 동안 아주 부유하게 잘 살았다. 그런데 만 3년째 되는 날 돼지우리에서 불이 나더니 불이 소 외양간으로 옮겨붙고 다시 안채로 옮겨 붙어 모든 재산이 사라지고 말았다. 3년의 복이 다하자 다시 박복하기 그지없는 거지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다소는 전설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는 몇가지 교훈을 새겨볼 수 있다. 첫째는 복을 구하는 사람의 태도이다. 복은 특별한 권능자가 내리는 것이아니다. 부처님도 하느님도 그 어떠한 신도 무조건 복을 줄 수가 없다. 이 복은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다. 복을 담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갖추어져 있고 또 정성을 다하면 저절로 다가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칠성님이 오신다기에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던 진묵스님 조카의 마음은 성심(誠心)이 아니라 '기대심리'였고 상대가 거룩하지 않게 보이자 기대심리가 와르르 무너지면서 기분마져 상해 칠성님들을 쫓는 박복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러한 짓은 진묵스님의 조카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중에서도 이렇게 처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고 기분따라 움직이는 자가 큰 복을 담을 수 있으랴. 또 한 가지, 모든 복에는 정해진 수명이 있다. 복이 다하면 기울기 마련인 것이다. 이를 부처님께서는 '하늘로 쏘아올린 화살'에 비유하셨다. 하늘로 쏘아올린 화살이 올라가고 있을 때는 기세도 좋고 보기도 좋지만 그 힘이 다 하면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을 잘 알아서 우리도 올라가고 있을 때 인연을 소중히 하고 복을 닦아야 한다. 요즈음 우리는 부자로 지내던 사람이 일순간에 파산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실로 안타까운 사연도 많지만 인연법에서 보면 부자로 살 연이 다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재물뿐만이 아니다. 명예도 권력도 수명도 인연이 다하면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이 나라에 찾아왔던 IMF 사태도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인과응보이다. 사치, 낭비, 거품, 정직하지 못한 삶.... 참으로 인연법을 잊은 채 살았기 때문에 도래한 결과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인연법으로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모든 것은 인연이다. 인연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고 인연이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인연이기 때문에 또다시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