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 BC주수상 "싸움 원치 않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여행·일상 소비도 "캐나다 우선" 시민 참여 독려
美관세 맞서 캐나다산 우선 구매 행정명령 발표
데이비드 이비 BC주수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BC주는 즉각적인 대응으로 주(州) 직영 주류판매점(BC 리쿼스토어)에서 모든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지지 주) 주류 제품을 철수시키고 추가 주문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기관, 공기업, 보건당국을 포함한 모든 공공부문은 캐나다산 제품을 최우선으로 구매하고, 그다음으로는 미국산이 아닌 제품을 선택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비 수상은 4일 빅토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BC주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가져온 싸움을 원하지 않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번 무역 분쟁은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촉발됐으며, BC주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BC주의 대응 조치는 다각도로 이루어진다. 우선 모든 정부 기관과 공기업, 보건당국은 캐나다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특히 BC주 제품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평소에는 무역 협정상 불가능한 조치지만, 현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단행됐다.
BC주 정부는 미국 관세로 타격을 입는 지역 산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도 마련 중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영향을 받는 기업들의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및 국내 시장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주정부는 이번 보복 조치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파스타, 주택, 자동차부터 전기요금, 가스비에 이르기까지 생활 필수품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제조업체들은 관세 없이 캐나다 원자재를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을 크게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BC주가 미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상당수 미국 일자리가 BC주민과 캐나다인의 구매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대응의 전략적 기반이 됐다. 실제로 BC주는 이미 1월부터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18개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BC주정부가 시민들의 일상 소비 패턴 변화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정부는 BC주민들에게 식료품점에서 BC주산과 캐나다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여행지 선택 시 미국보다 캐나다나 다른 국가를 선택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캠페인은 이미 효과를 보이고 있어, 윈셋 팜스 같은 대형 온실 농장은 BC주민들의 국산품 우선 구매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온타리오주도 BC주의 조치에 동참해 화요일 아침 온타리오주 주류통제위원회(LCBO)에 미국 주류 판매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수상은 LCBO가 연간 약 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비 수상은 지난주부터 "주와 준주가 무역에 있어 하나의 국가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기조를 강조해왔다. 연방정부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다른 주들과 직접 "의지 있는 연합"을 구성해 무역과 전문직 자격에 대한 상호 인정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캐나다 내부 무역 장벽을 낮춰 대미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발표된 BC주 연례 예산안은 이러한 변화된 무역 환경을 반영해 불확실성 속에서도 BC주민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 내용으로 구성됐다. BC주정부는 모든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단합해 이 난관을 극복해나갈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