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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연하남, 그 녀석
27
“왜 그래?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어?”
“아니, 기분 나쁜 일은 무슨. 근데 무슨 일이야?”
“이거 마시고 자래.”
평소 같으면 둘이서 오붓하게 밥 먹고 디저트까지 해결한 다음에 기분 좋게 이야기 하다가 정태웅 녀석의 차를 타고 강변 드라이브하고는
녀석이 집까지 딱, 바래다주었을 텐데. 오늘은 혼자 나와서 버스 타기도 너무 귀찮아 그냥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는 혼자서 강변 드라이브를
하고는 집에 도착했다. 기분이 우울해 택시를 타고는 드라이브를 시도했지만, 내릴 때 지불한 택시비에 순간 후회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단 우울한 기분이 먼저라 드라이브를 하고도 풀리지 않은 기분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엎어졌다.
침대에 엎어진 채로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는데도 녀석에겐 단 한통의 문자도, 전화도 없다. 나쁜 녀석.
우선 피곤하단 생각에 씻어야 될 듯싶어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클렌징 티슈를 꺼내어 화장대 앞에 앉아 얼굴을 닦아내는데,
똑똑-하는 노크소리와 함께 오빠가 들어온다.
“뭔데?”
언뜻 봐도 한약이다. 하지만 한약 냄새를 정말 싫어하는 나로썬 먹기가 정말 싫었기 때문에 뭐냐고 되물었다.
“그냥 냄새만 맡아도 한약이잖아. 어머니가 너 때문에 지어오신 거래. 윤 원장님 병원에서.”
“나 한약 싫어하는 거 알면서, 엄마는 참...”
“얼른 먹어. 어머니가 갖고 들어오려는 거 내가 갖고 들어온 거야.”
“나 약 안 먹어도 되는데, 갑자기 무슨 한약을...”
엄마가 아닌 오빠 앞에 있는 게 다행이다. 투정을 부리면서라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투정을 부리다가 결국 오빠 들고 있는 그릇을 들고
한숨에 들이키고는 옆에 놓인 사탕을 입에 쏙 넣었다. 숨을 쉼과 동시에 밀려오는 한약 냄새에 절로 인상이 써진다.
“이은호 이럴 때보면 아직 애 같다니까.”
“세상에 이만한 애가 어딨냐?”
인상을 쓰는 내 모습을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오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느끼한 말을 내 뱉는다.
“내 눈엔 애야, 애. 평생-
아, 내일 나 새벽에 차 끌고 나가도 되지?“
“응? 응- 근데 내일 휴일인데 새벽부터 어디 가?”
“세미나 때문에 부산 내려갔다 와야 해서.”
오빠는 자신의 차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 차 쓸 일이 생기면 저렇게 나에게 먼저 묻는다. 물어서 만약 내가 쓸 일이 있다고 하면
자신의 다른 방법을 찾아 해결하곤 한다. 분명 자기 차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차를 사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오빤 괜찮다며 마음껏 쓰라고 말한다. 마침 이번 주 주말은 차를 써야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오빠가 나가고 핸드폰을 한참이나 바라봤는데도 녀석은 연락이 없다. 진짜 못 됐다. 잘 들어는 왔냐고 문자 한 통은 보내줘야 되는 거 아니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가버린 게 마음에 걸리지도 않는지 유하늘과 얼마나 재밌게 노는지 정말 치사하다, 치사해.
더 이상 유치해지기 싫은 나는 핸드폰을 화장대 위에 올려놓고는 화장실에 가 잘 준비를 모두 마치고 방으로 다시 돌아와 스킨 뚜껑을
열면서도 계속 핸드폰을 보는데, 정말 연락이 없다.
“아, 진짜.”
정말 유치해지는 거 같아서 그냥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결국 나는 스탠드 불을 켜고는 옆에 두었던 책을 꺼내어 펼치고는
함께 옆에 놓여있던 펜을 들어 뚜껑을 열고는 밑줄을 쳐가며 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이은호 왜 그러니.”
그러나 얼마 못가 다시 흐트러지는 집중력에 한계를 느낀 나는 책을 도로 덮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자자, 자자’를 끊임없이 외쳤지만 결국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약 먹어야 하나...”
가끔 불면증을 앓고 있던 나는 오늘같이 정말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수면제를 소량 복용하면 쉽게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러나 수면제를 먹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잠이 드는 게 차라리 속 편한데 잠이 오질 않는 상황이
너무 괴로워 수면제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다. 내가 잠 못 들고 뒤척인 게 벌써 3시간째라는 소리다.
정말 약을 먹어야 하나 싶어서 일어나 부엌에 가 우선 컵에 물을 떠 놓고 서랍을 열려고 하는데 콘솔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마구 진동하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놀라서 얼른 핸드폰을 들고는 발신자를 확인하니, 지금까지 내가 잠을 못 들게 만드는 이유. 정태웅이다.
“여보세요.”
- 어? 안 자네?
내가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지 목소리 톤을 하나 높여서 안 자네? 라고 말하는 정태웅. 딱 보니 술 마셨다. 술에 유난히 약한 나와는 달리
술에 강한 녀석인데, 얼마나 마신 건지 좀 취한 듯싶다. 혀가 꼬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말이다.
“술 마셨어?”
- 응응, 조금.
“그럼 대리운전 부르거나 매니저 불러서 얼른 들어가. 음주운전 하지 말고.”
- 이은호가 오면 안 되나?
“뭐?”
- 이은호 보고 싶은데. 이은호가 오면 안 돼?
제대로 취했다. 혀가 마구 꼬꾸라지는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말이다. 자꾸만 오라고 하는 녀석에게 기운이 빠진 나는
마침 잠도 안 오고했으니 알겠다고 말하며 옷장을 열어 가디건 하나를 꺼냈다.
“어딘데?”
- 여기? 여기... 압구정 T바!
“알았어, 기다려.”
이 시간이면 이미 대중교통은 다 끊겼고, 택시도 잘 잡히지 않을 시간이다. 그래서 난 오빠 방에 조용히 들어가 차키를 들고 나왔다.
오빠가 새벽에 나간다고 했으니 정태웅만 얼른 숙소에 대려다 주고 오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는 차키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막상 나오니
아까완 달리 새벽 공기가 많이 차다. 차키를 열고 들어가 히터를 틀고는 급하게 운전대를 잡고 녀석이 있을 그 곳으로 향했다.
녀석과 자주 온 것은 아니지만, 늘 여기서 회사 회식을 하는 정태웅 때문에 이 근처를 몇 번 온 적이 있던 터라 찾아오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시간엔 차를 견인해 갈 공무원들도 없으니 길가에 차를 대충 세워두고는 지하에 위치한 그 바에 들어섰다.
“저기... 혹시 여기 정태웅... 왔나요?”
“아, 정태웅씨요? 제일 안 쪽 자리에 앉아 계세요.”
아무리 급해도 장사하는 가게 안을 마구 휘젓고 다닐 수가 없어서 나는 지나가는 종업원을 잡고는 정태웅의 자리를 물었다.
친절하게 손가락으로 가르쳐 주는 종업원 덕분에 나는 쉽게 정태웅이 있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정태웅을 발견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상황은 가관이다.
테이블에 엎어져 자고 있는 녀석과 그런 녀석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술을 마셔대는 일행들. 일행을 쭉- 훑어보니 아까 무대 인사 때 본 배우들과 유하늘
그리고 잘 모르지만 TV에서 몇 번 본 적한 듯한 연예인들뿐이다.
“아, 죄송하지만 태웅이 데리러 왔는데...”
정태웅이 엎드려 자고 있는 그 자리에 어떻게 끼어들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우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정태웅의 옆으로 갔다.
녀석을 살짝 일으켜 세우자 녀석은 깊히 잠든 것이 아닌지 벌떡 고개를 든다.
“어? 진짜 왔네, 이은호-”
“으, 술 냄새. 얼마나 마신 거야?”
“이은호야-”
갑자기 내게 풀썩 안기는 녀석. 나는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여 녀석을 급히 떼려고 했으나 술 먹은 다 큰 남자 녀석이 힘 빼고 기대는 것을
밀어내기는 힘들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하하, 얘가 원래 어려서부터 저한테 잘 기댔거든요.’ 하면서 묻지도 않는 말에 대답하였다.
“태웅이랑 무슨 관계...”
정태웅이 내 품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한 남자가 나에게 물어왔다. 일행 중에 가장 멀쩡해 보였다. 얼굴색도 하나 변화 없고.
TV에서 익숙하게 보던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금 그 사람이 누군지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나는 그 남자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 후에 그냥 웃으며 말했다.
“친한 누나에요. 하하.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살았거든요. 집 안끼리 잘 알아요. 거의 뭐 의남매 맺은 사이죠, 뭐. 하하.”
이게 지금 상황에 제일 들어 먹힐 것 같았다. 나는 굉장히 친한 것처럼 사람들에게 말했고, 사람들은 지금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더 이상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물론 단 한사람 유하늘만 빼고 말이다. 유하늘이 신경에 들어온 나는 이제야 주위를 휘휘 둘러보지만
이 모임에 여자는 유하늘 하나다. 게다가 술에 별로 취하지 않은 듯 얼굴이 별로 빨개지지도 않았다. 술이 꽤 센 것 같다.
“언니, 태웅오빠랑 많이 친해요?”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표정을 가지고는 날 빤히 바라보다 묻는 유하늘. 유하늘의 질문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의남매 사이라니까요.’라고 대답하고는 내게 기대 축- 늘어진 녀석을 다시 한 번 일으켜 어깨에 기대도록 했다.
“이 녀석 많이 취해서 먼저 가 볼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무거운 녀석을 일으켜 부축했고,
그런 나를 바라보던 그 무리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밖에 까지만 같이 가주겠다며 내 힘으로 부족한 녀석을 함께 부축해주었다.
“의남매가 아니라, 여자친구죠?”
“네?”
부축해주겠다는 호의에 그저 고마웠던 나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는 그 남자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그냥 녀석을 끌고 나오기에 바빴는데,
녀석을 뒷좌석에 눕히고는 문을 탁-하고 닫고 나니 함께 나온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아... 누구였더라... 아 정말 난 사람 이름 외우는 데
도가 텄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번 외우는 게 힘들다. 아, 누구지... 고맙단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게 먼저 말거는 그 남자.
“저한테까지 비밀로 하실 거 없어요. 저 태웅이랑 연습생 시절부터 알아서 조금 많이 친한 사이거든요-”
아! 생각났다! 요즘 잘 나간다는 모델 출신 배우! 이름이... 남... 남... 남현준! 아 이제야 기억났다.
“그런 의심스런 눈빛으로 보지 마세요. 진짜에요- 저 녀석이 저한테 자랑하면서 지난번에 찍은 스티커 사진까지 보여줬어요!”
안심하기에는 뭔가 불안한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친하다는 남현준의 말을 듣고도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런 내 눈빛을 읽었는지
안심하라며 스티커 사진 얘기를 꺼내는 남현준. 아, 도대체 얼마나 또 호들갑 떨면서 스티커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건지 참...
“정말 친하니까요. 저 녀석 술 깨면 한 번 물어보세요-”
“아...”
“실물이 더 예쁘시네요.”
“네?”
“스티커 사진보다요, 실물이 훨씬 나으시다구요.”
그 때 스티커 사진을 찍을 때 녀석이 지 멋대로 사진 고르는 바람에 내가 이상하게 나온 것도 막 골라지고 했었지... 그 사진을 봤다면
정말 내 실물이 낫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정말 사진을 본 건가 싶어, 친하다는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정 못 믿으시겠으면 대답 안하셔도 되요. 뭐 녀석에게 나중에 물어나 보시고 대답해주세요.”
“아, 아무튼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저 지경 되도록 마시게 만든 사람이 저 인데요 뭘.”
“네?”
“제가 좀 장난쳐서 먹였거든요. 죄송해요.”
“아, 죄송할 것까지야...”
뭐 친한 사이라는데 서로 술 먹이고 한 게 나한테까지 죄송할 일은 아니니까...
“얼른 들어가 보세요. 늦었는데. 나중에 봬요.”
“아,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얼른 들어가 보라는 남현준의 말에 나는 얼른 운전석으로 가 문을 열고 타고는 시동을 걸었다. 시동을 걸며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보니
아무 것도 모른 채 늘어져 자고 있는 녀석. 팔자 한 번 좋다. 나한테 연락 안 한 게 고작 술이나 마시느라 못한 거라니. 진짜 서운하다.
내 남자가 저 정도밖에 안되는 매너를 가지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나는 그래서 녀석의 숙소로 가는 내내 급정거를 몇 번씩 하며 녀석이
시트에 쿵쿵- 머리 박도록 하였다. 너무 얄미워서.
“와, 술 냄새. 얼마나 마신 거에요?”
“나도 잘 모르겠어. 전화해서 가보니까 아예 쓰러져 있더라고.”
“누나랑 마신 거 아니에요? 그럼 누구랑 이 지경 되도록 마셨대요?”
숙소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환이에게 연락을 하니 마침 매니저가 집에 가서 없다며 그냥 오라고 했다. 숙소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나니
환이와 지완이가 나와 녀석을 부축해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겨우 녀석을 침대에 눕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녀석의 양말과 점퍼를 벗기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친한 연예인이랑 마셨나봐. 나도 얼굴은 잘 못 봐서... 아, 남현준인가? 그 사람도 있던데.”
“현준이형이랑 같이 마셨어요? 그래서 저 지경이 됐구나...”
“그 사람이랑 친해? 태웅이랑?”
“연습생 시절부터 둘이 좀 각별했는데, 각자 따로 데뷔하면서
자주 만나진 못해서 연락이 좀 뜸해진 형이에요. 우리랑도 같이 연습했었거든요.”
“아...”
정말 친하긴 친한 가 보네. 난 정태웅의 주변 사람들을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는걸 보니
내가 생각보다 정태웅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 늦었는데 자고 가요. 저기 끝 방 안 쓰는 방이거든요.
저기서 가끔 코디 누나들 자고 갈 때도 있으니까 쓸만할 거에요.”
“아, 괜찮아. 들어가 봐야 해서.”
“매니저 형도 낼 오후나 되어야 올 텐데 웬만하면 자고 가요. 새벽에 차 몰다 사고내지 말구요.”
지금 심신이 피곤하여 불면증은 없어진 지 오래고, 침대에 눕기만 하면 바로 뻗어버릴 것만큼 힘들지만 새벽에 세미나를 가야한다던
오빠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바로 내 손목을 잡는 녀석들 때문에 도로 쇼파에 주저앉았다.
“누나 지금 엄청 피곤해보여요. 위험해서 안 돼요!”
“그래요, 정 그러면 몇 시간이라도 눈 붙이고 일찍 가세요.
다른 녀석들 보통 기상 시간이 12시나 다 되어야 시작하니까.”
“아... 가야하는데...”
결국은 나를 방에 밀어 넣으며 간단한 세면도구를 손에 쥐어주는 환이와 지완이 때문에 결국 방에 들어왔다. 화장실은 바로 옆이니
눈치 보지 말고 쓰라는 녀석들의 말에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옷이 불편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갑자기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지완이.
“이거 태웅이 옷인데, 커도 그냥 입으세요-”
나에게 옷을 건네주고는 편히 자라며 미소를 짓고는 나가는 지완이. 지완이에게 받아든 옷을 펼쳐보니 진짜 크다.
마른 편이라 옷도 작은 것만 입을 것 같은 녀석이지만 의외로 기본 뼈대가 굵고 커서 사이즈는 큰 옷을 입는다. 그런 녀석의 것을 가져다주니
내게 한 없이 크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 다른 방도가 없던 나는 그 옷을 그냥 대충 입었다. 지완이는 분명히 나에게 7부 츄리닝 바지를 가져다
준 것 같은데, 나에게는 제대로 10부 트레이닝 바지이다. 나는 허리춤의 끈을 묶고는 옆에 보이는 머리 끈으로 대충 머리를 질끈 묶고는
씻고 나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
“어? 이은호!”
금방 잠이 들었지만 바뀐 불편한 잠자리에서 깊게 잠이 들지 못한 나는 새벽에 일찍 깨었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지만
지금 집으로 돌아가 오빠에게 차를 넘겨주기에는 늦은 시간인 것 같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오빠에게 전활 걸어 말을 했더니,
늘 자상한 우리 오빠는 괜찮다며, 기차를 타고가면 된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물론 외박을 갑자기 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꾸중을 했지만.
정태웅의 숙소에 잠시 왔다는 소리에 이내 곧 알겠다며 부모님께는 잘 말씀드려 주겠다고 일찍 들어오란 말만 하고는 끊었다.
오빠와의 통화로 일단 급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어제 술에 찌든 정태웅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해장국이라도 끓여야 하나 싶어서
부엌으로 내려와 냉장고를 살펴보니 대충 아침을 차릴만한 재료들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앞치마를 메고는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어
물에 씻고, 도마 위에서 썰고, 후라이팬에 볶고, 냄비에 끓이고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속이 쓰려 일찍 깼는지 부엌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서던 정태웅이 날 보고는 깜짝 놀라 달려온다.
“너가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 옷차림은 그게 뭐... 너 여기서 잤어?”
“기억 하나도 안 나지, 정태웅?”
“뭐야... 나 어제 분명 현준이형이랑 하늘이랑 술...”
“얼마나 마셨으면 나한테 전화한 것까지도 기억을 못하냐.”
“전화? 내가?”
“그래.”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 뚝배기 뚜껑을 열고는 다시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래서 어제 나 데리러 온 거야?”
“너가 징징대서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또 얼마나 졸랐다고 징징댔다고 그러냐? 그래서 여기서 잔 거야?”
“환이랑 지완이가 새벽에 졸음운전 위험하다고 자고 가라고 해서. 2층 끝 방에서 잤어.”
“옷은?”
“지완이가 너꺼 라면서 갖다 주던데.”
“응, 내 껀데... 너한테 왜 이렇게 크냐?”
“응?”
“이은호 살 좀 쪄야겠네-”
어제 나를 고생시킨 것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 말을 듣고는 미안했는지,
녀석이 은근 슬쩍 내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안고는 어깨 너머에 자신의 턱을 툭- 기대고는 음식 냄새를 맡는다.
“그래서 이 서방님을 위해 아침까지 차려주는 거야, 마누라?”
“서방님 좋아하시네. 너 때문에 외박해서 나 일찍 가봐야 해. 다른 애들 일어나면 같이 먹어.”
대충 준비가 다 된 듯싶어 나는 식탁에 음식들을 차려놓고는 덮개로 다 덮어놓았다.
국은 살짝 데워 먹을 수 있도록 덜 익힌 채로 놔두고는 허리춤에 여전히 있는 녀석의 손을 풀고는 앞치마도 벗어 개어 제자리에 놓았다.
“그냥 가게? 아침 먹고 가.”
“나 외박한 거 엄마가 알면 나 죽는 거 알지? 얼른 들어가 봐야해.”
“이왕 외박한 건데 그냥 밥이라도 먹고 가라. 너 그냥 가면 내가 마음이 좋겠냐.”
부엌을 나와 2층 계단으로 오르려 하는 내 손목을 붙잡고는 먹고 가라는 녀석. 정태웅의 지금 표정을 봐서는 그러고 싶지만 어쨌든 어제 외박한 건
잘한 일이 아니니까 집에 일찍 들어 가봐야 한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녀석이 한 짓을 잊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웃으면서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다. 집에 가봐야 한다는 건 그러기 위한 좋은 핑계이다.
“신경 쓰지 말고 애들깨면 밥 먹어. 나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나올께.”
“내가 데려다 줄께.”
옷을 다 입고 자고 일어난 방을 대충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오니 점퍼에 모자를 꾹- 눌러쓴 녀석이 쇼파에 앉아 있다 내려오는 내 모습을 보고는 일어선다.
“됐어. 나 데려다 주면 너 뭐타고 오려고.”
“너 데려다 주고 가서 차 다시 끌고 오면 돼.”
“피곤하잖아. 그냥 가서 차나 찾아와.”
“그냥 하자는 대로 좀 하자.”
내 손에 들려있던 차 키를 자기 멋대로 쑥 빼가더니 현관을 나서는 녀석. 그런 녀석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신발을 신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니 이미 차에 타서 시동까지 걸고 앉아있는 정태웅.
뭐가 기분이 안 좋아서 저렇게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기분이 안 좋아야 하는 건 나인데.
“표정이 왜 그래?”
평소 같았으면 녀석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 무슨 일이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건들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내 기분이 먼저인지라 녀석의 저런 표정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뭐가?”
“아까 부엌에서 나와서부터 계속 인상 쓰고 있잖아.”
“내가 언제?”
“지금도.”
“인상 쓴 적 없어.”
내 말을 교묘하게 돌려가며 대답하더니 핸들을 잡고는 운전하는 녀석. 나도 어제부터 썩 기분이 좋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창 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다음부턴 내가 전화해도 그렇게 새벽에 오고 그러지 마.”
“뭐?”
“내가 술 먹고 전화해도 그냥 달래서 끊어. 어제처럼 그렇게 오지 말고.”
어이가 없다. 어제 보고 싶다고 계속 말하는 녀석 때문에 한 밤중에 그렇게 갔는데 미안하다는 소리 하나 없이
그냥 다음부턴 오지 말라니. 그것도 저렇게 뚱한 표정과 무뚝뚝한 목소리로...
“됐어, 아예 전화를 하지 마.”
“뭐?”
이번엔 내 말에 정태웅이 기분이 상한 듯싶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남의 기분 따질 때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일은 정태웅이 잘못한거니까.
“술 먹고 전화해서 그런 소리하면 신경 쓰여. 그러니까 아예 전화를 하지 마.”
“이은호.”
“너 술 마시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쓸 테니까, 신경 안 쓰이게 술 마실 땐 핸드폰 꺼 놓고 마시던... 야!”
갑자기 차를 갓길에 세우면서 급정거를 해버리는 녀석 때문에 앞으로 몸이 쏠리고 뒤에서 따라오던 차가
빵빵- 하고 클락션을 울리는 덕분에 제대로 놀랐다. 한산한 아침이니 다행이지 차가 많았음 정말 사고라도 날 뻔 했다.
“너 어제 하늘이 때문에 그러지?”
“뭐?”
“유하늘 때문에 기분 상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상하긴 뭘 상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곡을 콕 찌르는 듯한 녀석의 말에 순간 움찔했지만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냥 아는 동생인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
“누가 예민하게 굴었다고 그래.”
“예민하게 굴잖아. 너가.”
“그런 적 없어. 얼른 운전이나 해. 사고내지 말고.”
“이은호.”
“더 이상 길게 말하지 말자.”
녀석의 말에 내가 정말 예민하게 구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냥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정태웅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더 이상 말하지 말자고 했다. 난 정말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거다. 우선 지금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하던
다 핑계로 들려서 감정이 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태웅은
다시 운전할 생각을 안 하고 아예 시동을 꺼버린다.
“어젠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 풀어.”
“화난 거 아니라니까. 너 운전하기 싫으면 여기서 택시타고 들어가. 내가 운전하고 갈테니까.”
화나고 기분 상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정말 지금은 무슨 말도 듣기 싫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 행동이 너무나 유치하고 어리게만 느껴져서
내 자신에게 가장 기분이 나쁘다. 우선 나 스스로가 마음을 정리한 다음에 녀석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풀며 내가 운전하겠다고 하자
나를 빤히 바라보던 녀석이 알겠다며 다시 안전벨트를 매어주고는 시동을 걸어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집으로 향하는 20분 동안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았다.
“어제 데이트 제대로 못했으니까, 내일 제대로 데이트하자.”
“내일 학교 가야해.”
“언제는 학교 안 갔나? 내일 학교 근처로 데리러 갈께-”
“됐어. 내일부터 할 일 많아서 일찍 퇴근 못해.”
사실 다 거짓말이다. 아이들 기말고사도 끝났고, 성적처리도 모두 끝나 요즘 한가하다. 방학도 며칠 안 남아서 수업시간엔 수업을 한다기보다는
아이들이 빌려온 영화를 보거나 자습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 반 아이들의 생활기록부를 정리하는 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도 미리 해두었던 터라 확인하는 일만 하면 된다. 고로 이번 주부터 학교에서 수업 끝나면 일찍 퇴근해서 정태웅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심리가 극도로 유치해진 상황에서 나는 그냥 바쁘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생각하기도 전에 입에서 나왔다.
내가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머리보다 더 빠른 입이 하는 대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방학도 얼마 안 남았잖아- 너 방학하기 전에 제일 한가하면서.”
“이번에 방학 때 연수 있어서 그거 때문에 바빠.”
“아, 몰라. 아무튼 난 내일 너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학교 앞으로 갈꺼야.”
“학교 앞에 오지 말랬지.”
“몰라, 나도 내 멋대로 할꺼야! 오늘은 들어가서 쉬어. 이따 사무실 회의 끝나고 연락할께-”
차에서 내려 차키를 나에게 건네고는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정태웅. 녀석의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한 채 그냥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녀석을 보면 기분이 상해서 보고 싶지 않았다. 어제 일만 생각하면 괜히 불쾌해지고 신경질만 난다. 남들이 보면
질투하는 거라 말하겠지만, 그것과는 좀 달랐다. 그냥 화가 난다.
“정말 왜 이러니, 이은호... 애도 아니고...”
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어제의 일들은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내일 웃으며 정태웅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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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라 여유가 조금 생기네요~ 학교 다니는 주중에는 정신이 없어서 글 쓸 생각도 못하는데 ^^;;
전처럼 자주 올리지 못하는 대신에 한 편당 내용을 길게길게 쓰고 있으니까, 자주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쁘게 봐주세요~~
오늘은 우선 전초전 정도??? 두 사람 사이가 평화를 찾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인물 등장에 다시 삐그덕 거릴지도??
아니면 많은 분들이 바라시는대로 은호와 태웅이의 애정행각??
어떻게 될지는 다음 편에서 확인해주세요~ 많이 부족한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26편에 댓글 달아주신,
Trust0님, 핑크공주♥님, 짱구액션가면님, 구짓말님, 졸라멋쪄님, 나무그늘님님, 니가곰탱이냐님, 돌똘이님, 공갱님, 꼴통머리소녀님,
떼루에요♡님, 하늘을날다♡님, 하호하하님, 피키랑영이랑님, 졸려ㅠ_ㅜ님, 날개를달고님, Jenny-_-님, 두시삼분님, story가 좋아님,
조우박님, 시나클s님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첫댓글 재밌어요 ㅋㅋㅋ 근데 둘이 싸우면 안되는데ㅠㅠㅠ
얼른 둘의 러브모드를 보고싶어요~~~~ㅜㅜ
재밋어요!ㅠㅠㅠ 아태웅이너무좋아요!
재미있어요!! 하늘리정말!! 그래도 은호랑태웅이랑이겟죠!? 둘이러브러브모드보여주세요!! 앙앙>.< <나름애교를! 하핫 다음편기대할께요!
제목에 편수가 잘못 됐어요..27편인데.. 26으로 되어 있네요...
아, 제가 실수했네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호 질투가 너무 귀여운데요? 서로 애타게 하지마시고 러브모드로!ㅋㅋㅋ 히히히- 감사합니다~ 작가님~
오랜만에 몰아서 보니깐 입이 귀에 걸려요.........ㅋㅋ 은호 열라 귀여버여 ㅋㅋ 개도훈 간지 얼마나 됬다고...우리 자비로우신 작가님은.......개하늘을 ㅠㅠ 하늘이 그냥 지져버립시다........<응? 근데 저도 해피가 좋았는데...요즘엔 슬슬~ 고생하는게 더 좋아요,끝이 좋으면 다 좋다자나요?엔딩만 해피로 내고 괴럽히세혀ㅋㅋ 개하늘을 등장시키신 작가님이 존경스러워요 ♥
아, 정말 한숨만 나오는거있죠? 아글쎄요 ㅡ 뭔가 찝찝한기분. 막 그런거 있잖아요. 특히 유하늘.너 말이야. 너 서도훈보다 더 안좋은거 알아? 아 군디 은호네 오빠 같은 오빠 있었으면 좋겠어요ㅠㅠ 이름이 안나왔는데, 어쨌든 친절자상자상친절. 내가 원하는 오빠 딱 그런오빠. 저는여동생있걸랑요ㅠㅠ 아 저도 스위트 키위님 말씀에 동감! 그냥 러브모드도 좋은데 그래도 굴곡없는 사랑. 또 어딨겠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굴곡도 있고 왈랑왈랑 해야 그렇죠. 아 태웅이가 왜 화난걸까요? 네네? 눈치없는저로써는 알슈가없시용 작가님감사함지다. 항상재밌게 보고있는거 아시죵? 아셔야 되요!
정말 감사드리고요~ 다음편도 빨리! 아니,. 저는 재촉하지 않겠어요. 보통사람들 다 이맘때 모두 바쁘고 여기저기서 재촉하는데 여기서까지-막 위안을 얻으려고 보는 댓글에서 까지 재촉재촉! 하면 짜증나고 막 그러잖아요? 그러니! 참을 인 자를 새기고 작가님의 다음편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닝안닝 작가님 화이팅! 수이팅! 목이팅!작가님감샤합니다 제 마음아시죵??ㅋㅋ
키키키 작가님 제 이름 써주셔서 감사해요~ㅎㅎ 이 글이 너무 재밌어서요ㅎㅎ 작가님 자주자주 올려주세요~ㅎㅎ 유하늘이라는 애가 얼른 떨어져 나가야할텐데~ 그래야 은호랑 태웅이가 잘 되지ㅋㅋ 작가님 아자!!
아~~ 은호가 드디어 질투를 하는구나... 태웅이의 마음을 알겠지~? 서로 얼른 잘 풀려서 애정행각을 하는게 더 좋아요~ㅋㅋㅋ
가끔씩 트러블도 좋지만 그래도 너무 많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ㅋㅋ 둘이 잘 풀려서 애정행각을 보면 더 좋을꺼 같아요,,.ㅋㅋ
ㅜ.ㅜ너무재밋어요!!!!!!!!!!!!!!!!!!11오늘1편부터다봣쩌용으항항 근데하늘인가뭔가정말거슬리네요!!!!!흥
ㅋㅋ 질투하는 은호 ㅋㅋㅋ 잼나요 ㅎ
♡
남현준............팝핍현준이름아닌가?
남현준님이라는 님도 거슬릴것같아요 은호매력에 빠지면 어떡하죠..?
앗.ㅠㅠ 이런이런..얼른 화해했으면 좋겠어요~
잘봤습니당, 으앗, 다시 싸운면 안되는데 걱정이네요, ㅠㅠ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