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뉴시스】김기준 기자 = 추위에 떨던 노숙자,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방앗간을 운영하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50대 여 목사가 있어 화제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대천리 '창대방앗간'에는 7~8명의 종업원이 정성스레 가래떡과 절편, 인절미, 시루떡, 영양떡을 만들고 있다.
이 방앗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역에서 노숙을 하거나 갈 곳이 없던 장애인들이다.
이들을 돌보며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민수경(53·여)씨. 같은 마을에 있는 창대교회 목사다.
민 목사는 2001년 창대교회를 설립한 뒤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과 노숙자 등 소외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는 바람에 2004년부터는 아예 이들과 함께 교회에서 숙식을 같이 하며 살고 있다.
처녀시절 서울의 한 인형공장에서 경리 일을 보던 민 목사는 서른 살 때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 수술을 해도 생존 가능성이 5%도 안 된다는 의사의 진단은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듯 했다.
그녀는 이 순간 희미하게 목사가 된다면 살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도의 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4개월 만에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그녀는 "더 살게 된다면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던 기도를 하나님이 들어줬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이후 옥천교회 집사였던 그녀는 서울의 한 신학교에 편입해 대학원까지 마치며 목사의 길을 걷게 된다.
'창대방앗간'은 지난해 서울 오륜교회에서 자활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돌보며 살고 있는 민 목사에게 방앗간 기계를 사줘 창업 할 수 있었다. 처음 3~4명으로 시작 했지만 오갈 곳 없는 식구가 늘면서 현재는 7~8명이 시간제로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민 목사는 이 방앗간에서 이들과 함께 일 하고 수익금도 똑같이 나눠 갖는다. 한 사람이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받는 수익금은 월 40만~60만원. 명절이라도 있어 떡 수요가 많은 달에는 70만원도 가져간 적이 있다.
민 목사가 운영하는 이 방앗간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우수마을기업'에 선정돼 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생활이 어려운 군내 150여 가정에 떡과 반찬 등을 배달하며 또 다른 '나눔과 사랑'을 실천해 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요즘 민 목사의 고민이 깊다. 군내 일부 학교와 급식소, 요양병원에 떡을 공급해 수익금을 챙기고는 있지만 정상적으로 방앗간을 운영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 목사는 군내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 3곳에 우선 판로를 개척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떡 공급이 이뤄져야 함께 살고 있는 소외계층들이 생활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중순 행안부 관계자들이 방앗간을 찾아 왔을 때 민 목사는 충북도와 군이 주최하는 행사에 이 방앗간의 떡을 납품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충북도와 군이 협조를 약속해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민 목사는 "떡을 많이 팔지는 못하지만 찾아오는 장애인과 노숙자들을 외면 할 수 없어 방앗간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소외계층이 자활능력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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