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있어야 할 꿩이 오죽 다급하면 시골집 부엌으로 날아들었다. 당장 급한 것만 생각하지 사람이 무서운 줄은 깜빡한 것이다. 순박한 어머니는 짐승도 쫓기면 해코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동안 기다려 안정이 되었지 싶으면 바깥 하늘을 바라보면서 저쪽으로 독수리가 사라져 이제는 괜찮다고 꿩을 날려 보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다시 고요가 찾아들었다. 쫓는 자는 누구이고, 쫓기는 자는 누구이며, 숨겨주어 위기를 무난히 넘기게 하는 자는 누구이며, 일련의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는 자는 누구인가. 한순간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세상사 사나우며 그래도 괜찮은 인정이 넘친다. 그런가 하면 꿩은 미끈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겁이 아주 많다. 다급한데 숨을 만한 곳이 없으면 바닥에 머리를 힘껏 처박고 엉덩이를 번쩍 쳐든다. 숨은 것이 아니라 더 노출된 것이다. 그러나 꿩은 나 자신이 머리를 처박아 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누구는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 두 귀를 막고 듣지를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시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단지 자기만 듣지를 못하는 것일 뿐이다.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받는다. 우산을 받았다고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잠시나마 비를 맞지 않도록 피해갈 수는 있을망정 비가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 눈 감고 귀 막는다고 하던 일이 멈추거나 없어지지 않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소극적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며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나무가 마구 흔들린다. 나무는 바람이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음을 안다. 어느 방향에서 불어오는지 안다. 굳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오랜 습관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이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속하는 하나의 개체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잔잔하던 물이 출렁거리면 바람을 의식하게 된다. 냇가에서 갑자기 요동을 친다. 바람보다는 큰 물고기가 행패를 부리거나 외부 침입자가 있지 싶다. 시간이 흐르면서 잠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