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지금보다 더 사랑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가볍지 않은 질문들을 던졌다. 아메리칸 펫 프로덕츠 연맹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량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른다. 1988년 통계는 56%였으니 10%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미국인 전체가 반려동물에 쏟아부은 돈은 2022년 1368억 달러로 그 전 해 1236억 달러보다 132억 달러가 늘어났다.
유럽 가정과 비교해보자. 9100만 가구가 적어도 한 마리 이상 반려동물을 길러 10년 동안 2000만 가구가 늘었다. 인도의 반려인 수는 2021년 3100만명이었는데 2011년 1000만명에서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반려동물들은 갈수록 우리와 닮아가고 있다. 적어도 그것이 우리의 목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맞춤형 영양소 계획을 세우고 룩색(knapsack) 캐리어에다 반려견 전용 수치료(hydrotherapy)를 받게 하거나 부티크 반려견 호텔에 잠재우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시애틀에 있는 첨단 반려동물 체인점에서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반려묘와 반려견 인형인데 "줄곧 혼자 누워 있어 심심해 하는" 녀석들에게 장난을 걸어 행복감을 안기려 만들어졌다고 이 체인점의 애니 맥콜 마케팅 국장은 말했다.
현재 몇몇 동물복지 윤리학자와 수의과 과학자들은 반려동물을 인간처럼 대하려는 우리 노력이 너무 지나치게 나아갔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할수록 우리가 반려동물의 삶에 매달리게 되며,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동 문제가 갈수록 늘게 된다고 지적한다.
제임스 서펠 펜실베이니아대학 수의학과 석좌교수는 "우리는 지금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동등하게 보고 있다"면서 “진짜 문제는 반려묘와 반려견은 어린이가 아니며 주인들이 점점 더 보호와 통제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개들과 고양이들은 어쩌면 자유롭게 자신의 본성을 표출할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물론 건강 위험은 양육하며 자연스레 시작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반려견 종의 하나인 프렌치 불독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동물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바꿔놓고 있다. 조류에 먹힐 염려는 덜었지만 많은 고양이들이 일생을 실내에서만 지낸다. 1970년대 말만 해도 도시 고양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뒷마당이나 주변 풀섶에서 보냈다. 콜로라도주의 생물윤리학자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연구하는 제시카 피어스는 이제 “줄에 묶여 있지 않은 견공은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 이른바 동물 반경을 제한하는 장비 부문인데 예를 들어 실내 담장, 머리 하네스(harness), 전자 칼라(collar) 등이다. “개들이 직면한 통제 수준은 심오해졌다.” 수십년 전만 해도 개들은 곧잘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곤 했는데 이런 위험은 그만큼 개들이 자유를 경험하며 마음껏 돌아다녔음을 방증한다.
현재는 서펠이 들려준 역설(패러독스)이 되고 있다. “주인들은 개처럼 구는 개를 원하지 않는다.”
개들은 점점 더 인공적인 공간들, 레스토랑이나 사무실, 점포, 호텔, 개들이 뛰어놀 수 있게 설계된 공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독립성이 더 커졌다고 말할 수도 없다. 반경이 제한되고 고립감도 커져 동물들의 분리 공포와 공격성을 늘린다고 서펠 교수는 말했다.
현재 반려묘와 반려견의 대략 60%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현재 동물병원 치료비와 위탁 돌봄 비용 등이 부담스러워 유기하거나 동물 피난처에 맡기는 일이 많아 안락사 처리되는 비중도 늘었다. 동물보호단체인 셸터 애니멀스 카운트(Shelter Animals Count)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5만 9000마리 이상의 개들이 피신처에서 안락사돼 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어스는 “반려동물에 집착하는 이상한 순간에 처해 있다. 녀석들이 너무 많고 우리는 그들에게 집착하듯 달라붙고 있다. 우리에게도 좋지 않고 그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을 길들이는 일은 항상 그들의 본성과 우리 본성 사이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나드 칼리지에서 개 인지 연구를 하는 알렉산드라 호로위츠는 ”인위적으로 집안에서 길러지고 그렇게 오래 인간에 의해 선택된 개의 자유를 규정하는 일은 정말 흥미로운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유를 누리는 견공(free-ranging dog)이 세계적으로 9억 마리로 추정되는 견공 가운데 대부분이 속한다고 지적했다. 자유롭게 떠도는 개들은 수명이 단축된다. 먹거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호로위츠는 “우리가 견공의 삶을 더 많은 선택으로 풍성하게 만들면서 우리(인간) 변덕에 발목잡히지 않게 하고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에 흥미로운 모델"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 사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질병에 특히 취약한 견종, 예를 들어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을 비롯한 대형 견종의 사육을 금지시키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는 일정 시간을 넘겨 집에 반려동물만 있게 하는 일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집에서 동물을 수송이나 포장용 나무상자에 가두는 일도 불법이다.
그러나 이들 동물보호 정책들이 현대의 반려동물에 대한 근본적인 역설을 화해시키는지 아니면 강화할 따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웨스턴 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과의 해롤드 헤르초크 석좌교수는 지적했다. “우리가 개와 고양이를 자율적인 생명체로 보면 볼수록, 우리는 반려동물을 소유한 주인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게 된다."
몇년 전 헤르초크는 토바고 섬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는데 길잃은 개들이 해변을 거니는 모습을 보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속으로 자문했어요. ‘맨해튼에서 개와 노닥거리는 게 나을까, 차라리 여기 토바고에서 견공이 돼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나을까?’ 라고요." 그의 결론은 “차라리 토바고의 견공이 되고 싶다”였다.
물론 대다수에게 실용적인 선택도 아니며 토바고를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대신 현대의 반려동물 주인들에게 서펠 교수는 이런 조언을 건넸다. "어쨌든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을 즐겨라. 하지만 개들은 사람이 아니다. 녀석들에게 당신을 닮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동물의 시각에서 알아갔으면 한다. 그래야 당신은 다른 존재의 삶을 대신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