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용수·공업용수·생활용수 요금체계 전면 개편해야
물값 올리면 표 떨어진다는 정치 논리 이제는 버려야
경제대국 한국, 국가경쟁력은 27위, 물 값은 최하위
우리나라의 물값 체계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오랫동안 물가안정 정책과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 온 수도요금은 이제 상수도 시설 노후화와 지방상수도 재정 악화, 기후변화 대응 투자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환경부와 OECD는 우리나라의 물요금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를 위해서는 적정한 요금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 그러나 정치권과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물값을 올리면 유권자의 표를 잃는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물요금 현실화를 사실상 외면해 왔다.
그 결과 수도사업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으로 적자 운영이 계속되고 있으며, 지역별 수도요금 격차도 매우 큰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특히 정수 생산비에서 원수 구입비와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설투자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이제 댐용수와 광역상수도, 공업용수, 생활용수에 이르는 물요금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단지와 대규모 산업단지에는 지하수 활용시설과 빗물이용시설 설치는 물론 사용한 물을 재처리하는 고도 재이용시설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일수록 물 절약과 재이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요금체계 역시 연계되어야 한다.
OECD 자료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생활용수 요금은 덴마크의 약 8분의 1 수준이며, 공업용수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물요금 체계의 비현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24년 기준 특·광역시의 원수 구입비를 살펴보면 인천이 544억 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531억 원, 광주 191억 원 순이며 대전은 26억 원으로 가장 적다. 톤당 원수 구입비 역시 인천이 137원으로 가장 높고 울산 114원, 광주 105원, 대구 95원, 서울 47원, 부산 45원, 대전 11원으로 지역 간 격차가 매우 크다.
댐용수 의존율도 지역별 차이가 뚜렷하다. 부산과 대전은 100%를 댐용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서울은 93%, 대구 74%, 광주 58%, 울산 51%, 인천은 45% 수준이다. 여기에 댐에서 정수장까지의 광역상수도 운송비 역시 충청권은 톤당 142.7원으로 가장 높고 인천은 133.1원, 영남권은 122.7~137.7원, 경기도는 112.7~122.7원, 호남권은 112.7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 7개 특·광역시 상수도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상수도연구기관협의회(회장 윤희천 서울물연구원장)는 최근 물 생산원가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협의회는 전국적으로 불균등한 물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댐용수와 광역상수도 요금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 한 광역상수도 요금 가운데 영업비용은 지자체 댐용수 평균 영업비용을 기준으로 하되 사용량과 공급거리 등을 반영해 차등 적용하고, 시설투자비 회수 목적이 중복되는 기본요금은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요금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낮은 물값은 단기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노후 상수도시설 교체와 기후변화 대응, 수질 고도화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단계적인 물요금 현실화와 함께 취약계층 보호, 노후시설 투자 확대, 절수형 요금제 도입, 산업단지 물 재이용률과 연계한 차등요금제 등 미래형 물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박사는 "용인·평택 반도체단지는 물이용 계획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조성될 호남권 반도체 생산기지는 물 확보부터 재이용, 빗물,지하수 활용, 물값 설계까지 모두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과불화화합물(PFAS) 등 새로운 오염물질 처리기술이 확대되면 정수 처리비와 운영비는 현재보다 약 1.5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요금체계로는 미래 물관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수장과 노후관로 개선을 더 늦추면 결국 더 큰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돗물 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해서 국민의 투표 성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표를 의식한 물값 동결'이라는 정치적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국가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물요금 비교(OECD경제조사 및 수도요금 자료 종합)
| 순위 | 국가 | 생활용수(US$/㎥) | 공업용수(US$/㎥) | 특징 |
| 1 | 덴마크 | 6.0~9.0 | 4.0~6.0 | 세계 최고 수준 |
| 2 | 독일 | 4.0~6.0 | 2.5~4.5 | 환경비용 반영 |
| 3 | 프랑스 | 3.5~5.5 | 2.5~4.0 | 민관 혼합 운영 |
| 4 | 영국 | 3.0~4.5 | 2.0~3.5 | 민영화 운영 |
| 5 | 미국 | 2.5~5.0 | 1.5~3.0 | 도시별 편차 큼 |
| 6 | 호주 | 2.5~5.0 | 2.0~3.5 | 가뭄 대비 요금제 |
| 7 | 싱가포르 | 2.5~4.5 | 2.5~4.5 | 물 절약 정책강력 |
| 8 | 일본 | 2.0~3.5 | 1.5~2.5 | 지역별 차이 큼 |
| 9 | 캐나다 | 1.5~3.0 | 1.0~2.5 | 지역별 차이 |
| 10 | 한국 | 0.7~0.9 | 0.4~0.7 | OECD 최저 수준 |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장계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