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구리시는 지난해 하반기 전국에서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지난해 9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10월 한 달 간 7.5%(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 올랐다. 11월엔 12.7%나 뛰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9월 이후 넉 달 간 무려 27.3% 가량 치솟았다.
지난해 8월 말 ㎡당 평균 225만원이던 구리지역 아파트값은 12월 말 ㎡당 29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하철 8호선이 구리 지역까지 연장되는 데다 수택ㆍ인창동 일대의 뉴타운 사업으로 주거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세를 탄 것이다.
오른 가격에 실제 거래도 됐다.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이란 판단한 매수세가 늘면서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던 것이다.
"가격 많이 떨어져 이제는 오를 법도 한데…"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거래가 뚝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아파트 시세도 지난 연말과 비교해 100㎡ 기준으로 3000만~5000만원 가량 빠졌다. 토평동 개미공인(031-568-2323) 김미숙 사장은 “매수세가 줄면서 가격도 하락세 내지 약세를 보이는 등 냉기류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구리지역 아파트 매매시장 침체는 올 초부터 지속하고 있다. 가격이 약세인 데도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매매 거래도 끊겼다. 교문동 비전공인(031-558-6400) 김정화 사장은 “6월 들어 급매물 위주로 가끔 거래가 이뤄졌으나 8월 이후 또다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토평동 삼성래미안 168㎡(51평형)은 지난해 11월 9억5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8억2000만원까지 빠졌고, 로열층도 최고 9억2500만원을 넘지 못한다. 수택동 금호어울림 105㎡(32평형)은 연초 시세인 3억5000만~3억8000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수택동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집값 많이 떨어져 이제는 오를 법도 한데, 아직까지 상승 기미조차 없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이 집값 회복 발목 잡아
구리지역 아파트값이 지난해 말 수준에서 회복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지금과 같은 약세 장세는 매수세 실종에서 찾을 수 있겠다. 아파트값이 지난해 하반기 단기 급등한 게 매매시장을 위축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호평동 D공인 관계자는 “대기 수요자들이 단기 급등한 집값에 크게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집주인이 호가를 후려치지 않고서는 웬만한 급매물도 팔리기 힘들다”고 전했다.
주택 담보 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9월 시행도 집값 약세에 한몫한다. 토평동 신세계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데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수요자들이 늘면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집 주인들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영광’을 다시 한번 누리고 싶어하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교문동 비전공인 김 사장은 “이곳은 지난해 단기 급등에 따라 매도ㆍ매수 희망가 차이가 여느 지역보다 큰 편”이라며 “일단 이 가격이 좁혀져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 시장 조정 국면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창동 K공인 관계자도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가격이 어느 정도 더 오를 수도 있지만 현재도 이미 거품이 많이 낀 상태여서 당분간 추격 매수세가 형성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