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오늘의 시사만평--(2014年 9月 4日 木曜日)

[까치(최명원)]

9월4일 한겨레 그림판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4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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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박건웅의 칸과 칸 사이

[김수박의 민들레] 좁은 길

[박범신의 논산일기]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변한 우리네 풍경

너무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소설 같다" 하거나,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면 "소설 쓰냐" "소설 쓰고 있네!" 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혹시 기억하시는가.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적 이야기보다 앞서가던 시대의 풍경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은 이제 전설에 편입돼가고 있는 중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독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과거의 작가들은 현실의 이야기에 독을 조금 타서 더 극적으로 그려냈다면 오늘의 작가들은 독한 현실의 이야기에 물을 타 중화시켜 쓰지 않으면 안되는 형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 쓰면 당신은 틀림없이 이렇게 작가를 비난할 것이다. "에이, 아무리 소설이지만 그런 뻥이 어디 있어!"

예컨대 근래 일어난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시의원 살인교사사건" "유병언 변사사건" "병영 내 집단폭행에 따른 사망사건" "세월호유가족에 대한 무차별적 인격모독" 등이 그러하다. 만약 이런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면 그 작가를 신뢰하겠는가. 일찍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반인륜적 일들이 자고나면 벌어지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깊이를 알 수 없는 싱크홀 위를 걸어가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반세기 넘게 야수적인 헌신으로 일궈낸 우리의 번영이라는 것이 지상 위엔 번쩍거리는 황금의 빌딩들을 다투어 세우면서, 그러나 바로 그 발밑엔 아수라의 거대 싱크홀을 만들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불안하고 두렵다. 지금 내 발밑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싱크홀만 해도 무서운데, 지도층이나 우리 개개인들이 여전히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짐짓 모른 체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무섭다. 가령 '세월호 정국'을 겨냥해 "이대로 가면 우리는 저성장에 주저앉고 말 것이다"라는 식으로 공공연히 단언하는 고위관료의 국민에 대한 불호령이 그렇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명백한 협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불안해져서 세월호유가족을 왕따 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저성장만 극복하면 모두 행복해지는가. 위에 열거한 반윤리적 사건들이 '가난'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수많은 '독한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을 약육강식의 글로벌경제체제에 굴복시켜 줄 세우기 위한 지도층의 애국적 가짜모드는 정말 넌덜머리가 난다. 우리는 오랫동안 '반공'과 '생산성 제고'에 의해 오로지 협박받아왔으며 그로 인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길 포기, 삶의 질을 송두리째 희생해온 전력을 갖고 있다. 당신들이 가리키는 물질주의를 좇아 살다가 본성과 달리 우리 스스로 부모형제, 이웃을 버리고, 나아가 다른 지역 다른 정파 다른 계급을 오직 적으로 치부하는 못된 습관에 소속되고 만 것이 현재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이런 식의 자학적 욕망을 계속 따라가는 길 끝에 과연 행복한 미래, 품위 있는 삶이 있기는 있느냐고 묻고 싶다.

교황께서 먼 동방의 나라로 와 우리 모두에게 충고한 한마디가 오늘도 가슴에 사무친다. "물질주의를 벗어나라!" 그 말이 사무치게 들리는 것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책무를 앞장서서 지고가기로 자원한 지도층은 물론 그들에게 붙어 과실 한 접시라도 얻고자 한 우리 모두를 겨냥한 말이라는 걸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교황에게 몰려든 백만 인파에게서 들린 것은 '신음'과 '비명'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비'에게 일러바치러 가는 수많은 아이들 같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이는 본래 우리의 '아비'가 아니다. 이 땅의 아비들이 제 자식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이 땅의 아비들이 제 후손들에게 행복해지는 길을 일러주지 않기 때문에 먼 곳에서 날아온 다른 아비에게 달려가 우리는 무릎 꿇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그이에게 바란 게 '세월호사건'이나 기타 갖가지 현안의 '해결'이었겠는가. 단지 더 부자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겠는가.

우리가 진실로 바라는 것은 따뜻한 '격려'와 '위로'였을 것이다. 높은 제단에서 스스로 내려온 이가 진실로 상처받은 우리들의 손을 잡는 따뜻한 제의. 모든 존재는 스스로 자신을 빛나게 할 윤리적 책무와 함께 제 자신을 갱신시킬 본원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전제조건은 격려와 위로이다. 이미 약육강식의 글로벌경제체제에 너무 깊숙이 이입됐으므로, 그리하여 우리들 자신은 행복으로 가기 위해 삶의 방향을 담대히 수정할 여지를 거의 빼앗겼으므로, 더 넓고 깊은 품을 가진 '아비'의 가슴에 기대어 위로받고 그 위로와 격려를 통해 용기를 내고 싶은 것이 지금 우리들 삶의 현주소다. '경제' 어쩌고, 한사코 우기면서 짐짓 '남의 다리'를 긁는 전술은 질린다. 진정으로 우리를 위로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아비'를 만난다면 우리는 언제든 아침햇빛을 만난 어린 송아지처럼 다시 일터를 향해 뛰어갈 수 있다. '신명'이라는 에스컬레이터가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발성이 없다면 모든 정책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민의 3분의 2가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을 믿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48%가 10억원을 얻는다면 기꺼이 감옥에 가도 좋다고 대답하는 나라에서 정부주도의 성장정책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동안에도 세계 유례없이 열심히 살아온 우리들이다. 진실한 위로와 신뢰와 나눔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해 계속 성장하자는 말인가.

가을이다. 한가위도 오고 있다. '만월'이란 말은 틀린 말이다. 사랑하는 이 앞에 서서 상대편을 만월이라고 우러르는 건 옳지만 더 많은 걸 가진 이들이 '이것이야말로 만월'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옳지 않다. 보이는 반면이 꽉 차 있을 때도 달의 절반인 그 이면은 춥고 어둡기 때문이다. 그늘을 먼저 보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고 책임이다.

<박범신 | 작가·상명대 석좌교수>

[사설] 방탄국회, 욕 먹어도 싸다

[민중의소리] 3일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223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여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의 큰 표 차이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 표결에 새누리당 122명, 새정치민주연합 96명, 정의당 5명의 의원이 참여했다고 알려졌으니, 새누리당이 ‘송광호 방탄’을 자처한 것은 물론이고 일부 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한 것이 확인된다. 볼썽사나운 것을 넘어서 참담한 지경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비리 의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도록 하겠다. 방탄국회나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빈말임이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지난 달 2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떠한 방탄국회도 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랬던 그가 어제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에 “의원 각자가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말을 바꿨다. 철면피하다. 공당의 대표가 말과 행동이 다르면서도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다니 후안무치하기 그지없다. 무책임하다.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에 자유투표로 임하라고 결정한 것이 다름 아닌 새누리당 지도부인데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긴단 말인가.

지난달 19일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소속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것을 두고 방탄 국회라고 앞장서 비난했던 장본인이 새누리당이었다. 그러나 정작 자기 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보란 듯이 부결시켜버렸다.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송광호 의원은 철도 부품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11차례나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철피아’ 연루자이다. 새누리당의 송광호 감싸기는 박근혜 정권이 부르짖는 ‘관피아’ 척결이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복하는 격이다.

1년 전의 일을 떠올리면 이 나라 집권세력의 행태가 얼마나 파렴치한 짓인지 한층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년 9월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처리가 있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153명 중 모친상을 당한 정의화 의원과 뇌물 비리로 수감된 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151명 전원이 표결에 참석했고, 제1야당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조차 체포동의안 찬성 당론으로 표결에 임하였다. 289명 의원이 참석하여 찬성 258명, 반대 14명, 기권 11명, 무효 6명 등 압도적으로 가결 처리됐고, 당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에게 감사를 표시할 정도였다.

작년 이석기 의원에게 들씌워진 혐의는 ‘내란음모’였다.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이래 33년만의 일이었다. 새누리당의 서슬 푸른 공세는 모골을 송연케 하였다. 당시 새누리당의 보도자료 중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이석기 의원은 RO 조직원들에게 “결정적 시기가 되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국적 총파업과 동시에 무장봉기를 해야 한다.”, “방송·공공시설 등을 장악하고 통신·유류시설을 무력화해야 한다.”,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확보해 무장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실체가 존재하지도 않은 ‘RO’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도 않은 발언을 마치 사실인양 새누리당이 허위사실을 마구 날조하여 퍼뜨리고 황색언론이 대문짝만하게 받아쓰기를 하여 대대적인 마녀사냥이 진행됐던 것이다. ‘RO’는 없고 ‘내란음모’는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지금 돌아보면 실로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는 소동이었다.

1년 전 통합진보당에 ‘종북’의 굴레를 씌우고 이석기 의원을 죽이기 위하여 ‘RO’와 ‘내란음모’를 조작하고 야당을 겁박하여 국회를 거수기로 전락시켜 체포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는 짓을 서슴없이 자행했던 세력이 누구였던가. 박근혜 정권의 남재준 국정원과 새누리당 집단이었다. 그랬던 자들이 오늘은 송광호 감싸기 방탄 국회를 열어 비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국회의 권능을 추락시키고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헌법 4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기능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불체포특권은 권력의 부당한 정치탄압, 곧 독재권력의 야당탄압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이지 집권여당의 비리 의원 보호 수단이 아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불체포특권을 집권여당 비리 의원 방탄용으로 변질시켰고, 거꾸로 불체포특권 제한을 진보당 탄압에 악용하였다.

내란음모가 무죄이니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원인무효이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억울하게 내란음모의 누명을 쓰고 체포 구속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석방결의안을 처리해도 시원찮을 판에, 그러기는커녕 비리 국회의원 감싸기나 하고 앉아있으니 ‘쓰레기 국회’라는 욕을 먹는 것 아니겠는가. 직업군 중 국회의원의 사회적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조사결과도 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사설] 낯 두꺼운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탓

[민중의소리] 새누리당이 난데없이 국회선진화법을 탓하고 나섰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아무런 법안도 처리할 수 없는 ‘식물국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2일 주호영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회무력화법’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법을 두고 스스로 위헌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자기부정이자 ‘유체이탈 화법’이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5월 개정된 국회법이다. 날치기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이나 전시, 사변이나 국가비상사태 등으로 제한했다. 또한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안건 처리의 시한을 두는 ‘안건 신속처리제도’를 두되, 이를 적용하려면 해당 상임위원이나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도록 했다.

18대 국회가 ‘MB악법’, ‘미디어법’, ‘4대강사업 예산’ 등을 두고 집권여당의 날치기와 야당의 몸싸움이나 농성 등이 얼룩지자, ‘국회를 선진화’하겠다며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주도해 만들었다. 실제로 이 제도가 적용된 뒤부터 날치기와 몸싸움은 사라졌다. 과거처럼 의석수를 앞세운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헌법소원을 검토한 배경으로,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를 비롯한 각종 공약과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국회선진화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최근에도 이완구 원내대표가 취임한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참으로 못났다.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이나 국민이 요구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자청해서 만든 제도다. 자신들이 주장할 때는 합헌이고, 지금은 위헌이라니 한심할 따름이다.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지만, 그 원인은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를 한사코 가로막은 데 있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요구와 480만 명의 국민의 뜻을 외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국회 파행을 불러온 것이지, 국회선진화법 때문이 아니다. 소수의 문제제기를 숫자의 힘으로 누르려 하지 말고 하나라도 ‘양보’해야 다수당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다. 결국 새누리당의 의도는 '단 하나도 양보 못하니 오직 힘으로 밀어붙이게 날치기를 허용해 달라'는 것일 뿐이다.

새누리당이 헌법소원을 내더라도 위헌 판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회 자율권에 속하는 국회법의 경우, 헌법소원은 소송 여건 결여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인식이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15대, 16대 국회 당시도 법안만큼은 집권여당이 책임지고 통과시켰는데, 이렇게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집권여당이 책임지고 통과’시킨 대표적 입법 사례가, 96년 성탄절 밤에 여당 의원들을 전세버스로 싣고 와서 군사작전처럼 감행한 안기부법과 노동법 날치기이다. 두 법안의 날치기 처리가 결국 민주노총 총파업과 전국민적 저항의 기폭제가 됐고, 결국 다음 해 대선에서 신한국당의 패배를 불러왔다. 여당이 마음껏 날치기하는 시대로 되돌아가겠다는 새누리당이 꼭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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