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옛날,
하느님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때의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먼저 만드시고,
나무와 풀과 거기서 뛰어 놀 짐승을 만드신 다음
그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여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 어린 모습으로 만물을 만드시고,
그릇된 것이나 빠트린 것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해질 무렵 갑자기 생각난 듯이
잿빛나는 조그만 새를 만드셨습니다.
새가 완성되자 하느님은 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네 이름은 '붉은가슴울새' 다! "
하느님은 새를 하늘로 날리셨습니다.
하느님 손에서 날아오른 새는, 하늘을 한 바퀴 날고 나서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 붉은가슴울새는 자기의 몸이 보고 싶었습니다.
맑은 호수에 비춰진 새의 모습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가슴쪽에 붉은 색 하나도 없는 잿빛뿐이었습니다.
붉은가슴울새는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울새는 슬픈 마음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은 왜 내 이름을 '붉은가슴울새'라고 하셨을까?
어쩌면 하느님께서 깜박 잊으셨는지 몰라.'
이렇게 생각한 새는 하느님께 다시 날아갔습니다.
가까이서 본 하느님은 한없이 자비롭고 인자한 모습이셨습니다.
붉은가슴울새는 존경심과 두려움으로 가슴이 덜덜 떨렸지만
천천히 날아 하느님께 다가가서 마침내 하느님의 손 위에 앉았습니다.
붉은가슴울새를 보신 하느님은 소원이 무엇인지 물으셨습니다.
작은 새는 용기를 내어 소원에 앞서
더 간절히 알고 싶던 것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저는 부리에서 꼬리까지 전부 잿빛입니다. 제 몸엔 붉은 터럭이라곤
한 개도 없는데, 왜 '붉은 가슴'이라는 이름을 주셨습니까?"
작은 새는 제풀에 서러워져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하느님은 붉은가슴울새를 가만히 바라보셨습니다.
작은 새는 호소하듯이 크고 검은 눈동자를 하느님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는 하느님의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 분의 주위에는 붉은 색 깃털에 멋지게 금가루를 바른 꿩,
폭신한 빨간 목도리를 두른 앵무새,
새빨간 깃을 가진 금빛나는 닭들이 있었습니다.
시냇물에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
바람에 향기를 흩뿌리는 장미,
훨훨 나는 나비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멋진 동물과 화려한 꽃을 본 붉은가슴울새가 자기 소원을
하느님께 말한다고 해서 어찌 무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붉은가슴울새'라 정했으니 네 이름은 붉은가슴울새다.
그렇지만 네 마음가짐 하나로 너도 붉은 털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 손을 높이 들어 다시 한 번 그 작은 새를 세상에 날려 보냈습니다. .....계속....
셀마 라게를뢰프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