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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파'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대형 전시..."일상이 작품이 되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첫 개관 전시...사진·영상·사진책 등 595점 전시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서울시립미술관이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인 마틴 파(Martin Parr) 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마틴 파의 회고전은 마틴 파가 작고한 이후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대형 전시이자,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사진미술관의 첫 번째 작가 조명전이다.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마틴 파 회고전 '위 아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인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전 전시는 남북한 관련 사진을 비롯해 일상과 소비문화, 관광, 계급 풍경 등을 담은 대표작들로 오는 16일(목)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인 마틴 파(Martin Parr) 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15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마틴 파 회고전 '마틴 파: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 전시 개막을 앞두고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날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틴 파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라며 “그의 삶과 작업 세계를 기리고, 한국에 소개하는 귀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에 이어 손현정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일상, 관광, 소비를 주제로 한 마틴의 56년 작업을 통해 다큐멘터리 사진의 본질을 조망하는 기록전으로 사진집 편집자 등 확장된 작가의 면모와 한국 관련 시리즈를 대규모로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는 단순히 작가의 연대기적 회보를 넘어, 일상과 소비문화를 아이러니와 유머로 포착한 그의 시선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이미지 소비 방식을 엿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실을 직접 기록하는 마틴 파의 방식을 통해 AI 시대에 사진 매체의 본질과 현장성을 재조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사진: 마틴 파 재단 스튜디오의 마틴 파, 브리스톨, 2025 © Martin Parr Foundation
한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첫 사진작가 조명전인 이번 마틴 파 회고전 '위 아 마틴 파' 전시는 작가가 생전부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진행해 온 협의를 바탕으로, 그가 속했던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와 마틴 파 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 졌다.
한정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마틴 파와 2024년부터 전시 논의를 했다”면서 마틴 파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사진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독보적 거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어서 이번에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첫 사진작가 조명전 전시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으로서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마틴 파, 〈클라이네 샤이덱, 스위스〉, 1994 © Martin Parr/Magnum Photos
마틴 파가 속했던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도 전시에 감사를 표했다.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 포토스 글로벌 컬처 디렉터는 “1980년대 후반 마틴 파가 매그넘의 회원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단체 역사상 가장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강렬한 컬러 사진과 아이러니가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도전했기 때문”이라면서 “입회 이후 그는 매그넘의 가치를 바꾼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이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를 넓혔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안드레아 홀스헤르는 “마틴 파는 역사가 전쟁이나 정치적 사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인지를 규정하는 일상의 미래 속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사진: 마틴 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테마의 그리션스 무도회, 크라이스트 호스피털 스쿨, 웨스트서식스, 영국〉, 2010© Martin Parr/Magnum Photos
전시장에는 우리가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기이하고도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전시는 1970년대 초기 흑백 사진부터 최근작까지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사진 500여 점과 사진책 90권으로 알차게 꾸며졌다. 마틴 파는 관광지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 화려한 색감의 불량식품, SNS용 셀카를 찍느라 정신없는 이들의 모습을 플래시를 터뜨려 날것 그대로 포착해 왔다. 그의 카메라는 관찰자를 넘어 매서운 사회 비판가로 작동한다.
사진; 마틴 파, 〈뉴브라이턴, 영국〉, 1983-85 © Martin Parr/Magnum Photos
2층 전시실에 걸린 '마지막 휴양지'나 '작은 세계'는 여가와 관광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현대인의 탐욕과 쓸쓸함을 작가만의 색깔로 유머러스하게 폭로한다. 3층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담은 ‘북한’ 연작이 최대 규모로 공개된다. ‘북한’은 마틴이 1997년 관광 패키지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으로, 김일성 동상 앞에서 참배하는 시민들처럼 이데올로기적 작품도 있지만 아이나 시장 풍경을 담은 작품도 있다. 특히 분단국가라는 무거운 현실마저 일상과 관광이라는 필터로 재치 있게 해석한 마틴의 독창적인 시선이 돋보인다.
사진: 마틴 파, 〈평양〉, 1997 © Martin Parr/Magnum Photos
사진: 평양, 1997마틴 파Pyongyang, 1997 ⓒ Martin Parr / Magnum Photos
남한 사진은 마틴이 1998~2007년 한국을 방문해 여러 장소와 대상을 담은 연작들이 전시된다. 남대문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의 식료품, 에버랜드 등이 사진으로 보여진다.
사진: 서울, 대한민국 , 2004마틴 파Seoul, South Korea, 2004 ⓒ Martin Parr / Magnum Photos
마지막 전시는 '자화상' 시리즈다. 마틴은 세계 곳곳의 촌스러운 사진관에서 어색하게 포즈를 취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감상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틴 파의 사진책과 다양한 출판 형식의 작업도 대거 출품된다. 그의 사진집 150권 중 89권에 이번 전시 도록을 더해 만든 총 90권의 사진책은 사진가를 넘어 편집자이자 출판인, 컬렉터였던 마틴 파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전시는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마틴 파, 〈보수당 파티 '한여름 밤의 광란', 영국〉, 1988, © Martin Parr/Magnum Photos
마틴 파(Martin Parr, 1952–2025): “지루한 것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마틴 파)
마틴 파는 1952년 영국 엡섬(Epsom)에서 태어나 1973년 맨체스터 폴리테크닉(Manchester Polytechnic)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사진가였던 할아버지 조지 파(George Parr)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으며, 1970년대 영국 북부의 종교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기록한 흑백 작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영국인의 일상과 문화를 꾸준히 관찰하며 소비사회와 관광문화, 계층과 정체성에 대한 자신만의 사진 언어를 구축해 나갔다.
사진: 모두의 마틴 파, 2026,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1980년대 컬러사진으로 전환한 그는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플래시를 활용한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소비문화와 여가, 관광, 음식, 스포츠 등 일상의 풍경을 특유의 유머와 아이러니로 포착하며, 동시대 사회와 시각문화를 읽는 중요한 시각적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작업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표현 방식을 확장하며 현대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 마틴 파, 〈취리히, 스위스〉, 1997 © Martin Parr/Magnum Photos
1994년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정회원으로 선출된 그는 사진가에 머무르지 않고 편집자이자 출판인, 컬렉터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사진책을 하나의 독립적인 창작 매체로 이해하고 발행과 수집, 큐레이션을 통해 사진가의 활동 영역과 실천 방식을 확장했으며, 2014년에는 마틴 파 재단(Martin Parr Foundation)을 설립해 영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보존과 연구, 신진 작가 지원에 기여했다. 2025년 12월 타계한 이후에도 그의 작업은 오늘날 사진과 시각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