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문제(文帝) 때 사랑을 듬뿍 받은 총신 중에 등통(鄧通)이란 자가 있었다. 그는 황제의 배를 모는 자리에 있었는데 누런 모자를 썼기 때문에 ‘황두랑’으로도 불렸다. 하루는 문제가 하늘을 오르려고 용을 쓰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문제가 하늘을 바로 눈앞에 두고 아무리 용을 써도 오를 수 없어 끙끙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황두랑이 나타나 등을 밀어주어 하늘로 오를 수 있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문제가 뒤를
돌아다보니 황두랑의 허리띠를 맨 자리의 옷솔기가 터져 있었다.
꿈에서 깬 문제가 황두랑 등통을 불러 확인해보니 정확하게 꿈에서 본 그 자리의 옷솔기가 터져 있었다. 이 일로 문제는 등통을 아주 총애하기 시작했고 등통도 문제의 비위를 한껏 맞추었다. 휴가도 반납한 채 황제를 정성껏 모셨고, 심지어 황제의 등에 난 종기까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빨 정도로 극진히 황제를 모셨다. 문제는 이런 등통에게 온갖 특혜를 베풀었는데, 말년에 등통이 굶어죽을 팔자라는 관상쟁이의 말을 듣고는 등통에게 화폐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엄청난 특권까지 주었다. 천하에 등통전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하루는 등통이 문제의 종기를 빨고 있는데 태자(훗날 경제)가 문병을 왔다. 문제는 태자의 효성을 확인할 겸 태자에게 자신의 종기를 빨게 했다. 경제는 마지못해 아버지의 종기를 빨긴 했지만 등통에게 한을 품게 되었다. 문제가 죽고 경제가 즉위하자 등통은 지레 겁을 먹고 낙향했지만 경제는 등통을 그냥 두지 않고 재산을 모조리 몰수해버렸다. 등통은 거의 굶어죽을 뻔했다. 제3의 눈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권력자의 총애에만 목을 맨 등통의 씁쓸한 최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