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사 숫자-농기계 수리실적 조작…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572건
중앙부처 이어 지자체 보조금 조사
행안부, 회계부정 등 15억 적발
“내년 지방보조사업 전면 재검토”
국수본 “국고보조금 비리 특별단속”
지방의 한 비영리 단체는 전통 막걸리 복원을 추진하겠다며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 명목으로 보조금 5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중 140만 원을 항아리 등 소모품 구입비와 출장비 등으로 지출한 사실이 최근 적발됐다. 사업계획서에 없는 항목이었다.
행정안전부는 19일 전국 비영리 민간단체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부정 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의 일환으로 국무조정실에서 이달 초 29개 중앙부처 보조금 부정 사례를 발표한 데 이어 지자체 보조금 부정 사례를 공개한 것이다. 행안부에서 각 지자체에 자체 조사를 요청한 결과 집계된 지방보조금 부정 사례는 572건, 총 15억 원에 달한다.
● 농기계 수리 실적 부풀리고, 돌봄교사 수 조작도
행안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부 비영리 민간단체들은 실적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농업용 기기 수리사업을 보조하는 A연합회는 같은 장소에서 일괄 수리 및 수거가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해 거짓 수리 대장을 작성하는 수법으로 보조금 256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 돌보는 어린이와 근무하는 돌봄교사 수를 허위로 조작해 90만 원을 추가 수령해 적발된 야간돌봄센터도 있었다.
회계처리를 적법하게 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였다. 도시녹화 주민사업을 보조하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단체는 지방보조금 1400만 원을 일괄 인출한 뒤 임의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행안부 관계자는 “보조금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 단체는 수기로 사용비를 기입해 사실상 어디에 보조금을 썼는지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적발 사례들을 정밀 분석해 내년도 지방보조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문제가 발견된 단체들은 앞으로 지방보조사업에서 배제하고, 부정 수급액은 지방보조금법에 따라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최병관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유사 중복, 부정수급 사업 폐지 등 지방보조사업 관리 강화를 통해 앞으로 지방보조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찰도 보조금 부정수급과의 전쟁
국조실과 행안부뿐 아니라 경찰도 보조금 부정 수급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B 씨와 50대 남성 C 씨 등 브로커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정부가 비대면 사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을 악용해 약 19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부터 연말까지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비리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수사국장 주재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전국 시도경찰청 등과 전담 수사팀을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보조금 허위신청 등 편취·횡령 △보조금 지원 사업 관련 특혜 제공 △담당 공무원 유착 비리 △용도 외 사용을 ‘부정수급 4대 비리’로 지정하고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최대 1억 원의 신고보상금제도 실시한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전국 시도경찰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보조금 관련 비리는 국민 혈세에 대한 사기행위이며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범죄”라며 “이번 특별단속에서 범죄수익 환수 공로에 대해 포상을 적극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정 기자, 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