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 러-우 전쟁, 우크라이나
2023.06.26541
목차I. 연구배경
II. 주요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현황
III.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IV. 종전 시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V. 결론 및 시사점
VI. 부록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도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 EU, 영국 등 주요국의 대러시아 제재 건수는 러-우 전쟁 이전 2,613건에서 최근('23.6.1.) 기준 15,958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고, 금융제재와 수출통제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대러시아 수출 통제 대상 품목을 기존의 57개에서 798개로 대폭 확대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응하여 러시아도 수출통제, 천연가스 공급 중단, 흑해 곡물협정 중단 위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복성 대응을 시행해왔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가스관 중 하나인 노르트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EU에 에너지 공급난이 발생한 바 있다.
러-우 전쟁이 앞으로도 장기화된다면 러시아가 추가적인 보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전례에 비추어보았을 때 5가지의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①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별도 보복성 대응 자제, ②러시아의 글로벌 생산비중이 높은 에너지 원자재(원유, 천연가스, 석탄) 공급 통제, ③흑해 곡물협정 연장 거부, ④러시아에 진출한 해외기업에 대한 불이익 강화, 그리고 ⑤특정 품목의 대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경우이다.
①러시아의 대응이 없을 경우, 우리나라가 지난 4월에 시행한 대러시아 수출통제 대상 품목(57개→798개) 확대로 우리 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9%에 불과해 그 영향의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② 러시아가 에너지 원자재 공급을 통제하는 경우, 천연가스와 원유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석탄 공급에는 차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2022년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입의존도가 석탄(20.1%), 천연가스(3.0%), 원유(2.2%) 순으로 높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이전과 비교해도 EU, 대만, 일본 등 주요국은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2021년 평균 수준 대비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리스크 요인이 확대되었다. ③흑해 곡물협정이 파기될 경우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농산품 수출이 막히게 되어 식량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대우크라이나 수입의존도는 옥수수가 34.6%, 해바라기씨유가 27.4%로 높은 편이고, 직접적인 공급 차질 외에도 농산품 가격 상승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도 존재한다. 작물과 식료품 가격 10% 상승 시 전 산업 평균 생산비용은 0.10% 상승하고, 그에 따른 기업 채산성 악화, 국내 물가 상승 등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④러시아가 자국 내 해외기업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할 경우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러시아 내 자산 매각 시 시장가치의 5~10% 기부 의무화 조항이 신설되면서 러시아 시장에서의 철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 시장이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판매·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은 다행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 중 러시아 비중은 5.8%, 삼성과 LG전자의 글로벌 매출 중 러시아 비중은 각각 4.4%, 1.7%에 불과했다. 또한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은 약 167개사로, 전체 해외진출 기업 10,396개사 대비 비중이 1.6%로 제한적이었다. 마지막으로 ⑤특정 품목의 대한국 수출을 통제하는 경우 공급망 리스크가 우려되지만, 2022년 대러시아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총 23개로 전체 품목 개수(10,957개) 대비 비중이 0.2%로 매우 낮았다. 러시아가 한국을 특정한 보복성 조치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공급망 관점에서의 리스크는 작다는 뜻이다.
한편 러-우 종전 시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은 크게 2가지 영역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방위산업 수출이다. 지난해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군사·무기 지원으로 생긴 공백을 한국 방산 업체들이 대체하면서 대형 계약을 다수 체결하였는데, 조기 종전 시 방산 수출 증가세가 기존 추세 대비 다소 둔화되긴 하겠으나 군사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주요국의 국방 예산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수요는 당분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규모는 7,5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며, 그 중 주거지역 복구(2,500억 달러), 물류망 재구축(1,600억), 에너지 공급 및 그린전환(1,300억) 등이 주요한 사업 영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이후로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재건사업을 통한 반등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과거 이라크전(2003), 아프가니스탄 내전(2010) 등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