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재산업화’ 경쟁…세계 경제 침체 및 기후위기 탈출 위한 ‘원동력’ 될 수도 (앤디 홀데인 FT 칼럼니스트)
O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부흥의 열풍이 불면서 지금까지 보아 왔던 일반적인 추세들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
-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산업화를 위한 군비 경쟁이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지속되어 오던 추세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음. 이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탈탄소화, 탈세계화, 탈군사화는 글로벌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
- 많은 선진국에서 제조업은 장기적으로 쇠퇴해 왔음. 영국은 제조업 전성기에는 제조업이 생산 및 고용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10% 미만으로 떨어짐. 미국은 제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50년대 28%였으나 현재 10% 미만임. 유럽의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경우도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25%에서 2022년 19%로 떨어졌음.
-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제조업 생산 중심지가 서구권에서 동구권으로 이전하고, 그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재구성되었기 때문임. 이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정점을 찍은 무역 자유화에 의해 가능했음.
- 이와 같은 제조업의 공급망 패턴의 변화는 글로벌 거시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서구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인플레이션, 성장률, 생산성, 이자율 하락에 기여함. 동구에서 제작된 저가 상품이 서구의 물가 수준을 떨어뜨리면서 미국과 EU의 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 이하로 떨어졌고, 단기 금리도 그 뒤를 따랐음.
- 제조업은 서비스 부문보다 R&D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고, 생산성 비율도 높게 측정됨. 결과적으로 제조업의 쇠퇴는 서구 국가의 투자, 생산성, 경제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음. 이로 인한 투자 감소는 글로벌 저축과 투자 간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글로벌 장기 금리를 3~4%포인트 낮췄음.
-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서구에서는 글로벌 제조업이 부흥하면서 새로운 산업 시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를 촉진한 것은 다음 세 가지 글로벌 군비 경쟁임.
- 첫째는 친환경 기술 및 산업에서의 탈탄소화 경쟁임. 중국은 태양광 및 배터리 제조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했고,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대규모의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시작했으며, EU도 자체적인 노력을 확대하고 있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2~3%를 친환경 기술에 추가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이 경쟁은 아직 갈 길이 먼 싸움임.
- 이 이니셔티브들은 보조금 경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지만, 탈탄소화 경쟁을 위한 보조금은 기후 위기와 투자 가뭄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
- 둘째는 전 세계적인 재군비화 경쟁임. 세계 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증폭되는 상황 속에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음. 전 세계 국방 지출은 작년 2조 달러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올해에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 이런 군비 경쟁이 긍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동서양 모두에서 제조업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음.
- 셋째는 제조업의 계속되는 리쇼어링 및 온쇼어링 경쟁임.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회복탄력성 강화와 일자리 재창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미국 반도체과학법(U.S. Chips and Science Act)처럼 그동안 주로 아시아에서 시행되던 적극적인 산업 정책이 채택되고 있음.
- 군비 경쟁은 글로벌 정책과 세계 경제의 윤곽을 바꾸기 시작했음. 많은 국가가 첨단 제조업을 성장 전략의 목표로 삼고, 첨단 기술 및 기업 유치를 위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음. 서구권에 고무적인 사실은 이 새로운 산업 허브들이 신시내티, 세인트루이스, 영국 셰필드, 맨체스터 등 토지 및 노동력이 저렴하고 성장이 필요한 도시들에 있다는 점임.
- 새로운 산업 시대는 지금까지의 거시적 추세가 역전되고 있음. 공급망의 분열로 글로벌 물가가 상승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초과 달성되고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음. 공공 및 민간 자금이 제조업 프로젝트에 유입되면서 투자 가뭄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활력을 찾고 있음. 높은 투자 계획도 글로벌 저축 과잉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글로벌 실질 금리는 1% 포인트 이상 상승했음.
- 일반적으로 군비 경쟁을 통한 혜택의 수혜자는 일부에 국한됨.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재산업화 경쟁은 다른 이야기이며, 세계가 경제 침체 및 기후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음.
출처: 파이낸셜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