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부자 앞에서 허리를 굽혔는데 유독 가난한 선비만은 언제나 그를 모르는 체했다. '아니, 가난한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는 거야?' 부자는 몹시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 어느 날, 부자와 가난한 선비가 길에서 마주쳤다. 그날 역시 가난한 선비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지나갔다. 보다 못한 부자가 선비를 붙잡고 물었다. "이것 보시오. 나는 세상이 다 부러워하는 부자요. 그런데 어째서 나를 보고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 거요?" "당신이 돈이 많은 부자지만 그 돈을 내게 준 것도 아닌데 내가 무엇 때문에 머리를 숙이겠소." "좋소, 그럼 내가 당신에게 내 재산의 십분의 일을 주면 고개를 숙이겠소?" "그만한 일로 머리를 숙이지는 않지요." "그럼 내 재산의 반을 주지요. 그러면 고개를 숙이겠소?" "그렇다면 당신과 나는 같은 처지가 되는데, 내가 왜 고개를 숙이겠소?" 부자는 약이 올랐다. "좋소, 그러면 내 재산 전부를 주겠소. 이제 고개를 숙이시오." 그러자 가난한 선비는 갑자기 위엄을 차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부자였다가 가난뱅이가 된 양반아, 그러면 내가 부자인데 당신한테 왜 머리를 숙이겠나!" 부자는 속이 끓어서 미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누구에게나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 욕구가 충족되기는커녕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자기 자신의 삶의 깊이가 결정된다. 존경의 정도는 자기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존경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배려심 있고 친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은 남이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며 올바르게 살고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런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건강한 자존심이 생기는 것이지 남들의 평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들의 평가에서 얻어진 자존심이라면 남들에 의해서 무너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첫댓글 감사합니다...초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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