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윤철이가 학교일로 한번 오란다.
술을 곁들인 중국여행 후 쉬고도 싶은데 점심 해단식을 조급하게 마치고
얼른 집에 와 씻고 옷만 갈아입고 운전해 땅끝으로 간다.
3시 배를 아슬아슬 타고 30여분 지나 노화 산양항에 내리니 윤철이가 차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익히 아는 최 신 성 세 교장도 숙소인 예송리 블랙스톤 팬션에 막 도착한다.
난 짐을 넣어 두고 옷을 얼른 갈아입고 혼자 나선다.
영대가 예송리에서 보옥리까지 길이 똟렸다고 알려온지라 가는데까지 가보자고 걷는다.
윤철이가 5시 반까지 돌아오라고 해 결국 40분 동안 가고 40분 동안 오기로 한다.
검은 자갈돌 해안을 걸어 방파제를 돌아가니 너른 바닷가는 암반이다.
국립공원이라서 안내판이 잘 서 있다.
데크 계단을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소사나무며 동백에 또 녹나무 종류에 나무 터널이다.
동백이 드문드문 피어 있고 몇은 바닥에 있다.
지그재그 왼쪽으로 바다를 보며 걷는 맛이 좋다.
전망데크를 지나 동백숲으로 들어간다. 몇년 전 혼자 가거도에 갔다가 풍랑으로
사흘을 갇혀 독실산을 떠돌며 만난 구실잣밤나무숲이 생각난다.
이런 숲길을 가까이 두고 살 수 있을까? 나의 생각은 얼마나 피상적이고 짧은가?
예송리에서 1.3km를 걸었다. 40분이 다되어 간다. 아마 검은자갈 해수욕장의 길은 제외된 모양이다.
멧돼지가 흙을 파헤쳐 놓은 바위 위에서 바다를 보고는 돌아온다.
마을 안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오니 딱 5시 반이 된다.
청별항에 나가 돼지고기를 꿔 먹으며 저녁을 먹는다.
여교장들은 술을 안 마시고 나와 윤철이만 마신다.
윤철이가 따로 안주를 주문해 숙소로 가져와 둘이서 더 마신다.
자주 만나서인지 정이 가 그에게 훈계하는 말이 섞여 나온다. 어리석다.
그는 가고 난 넓고 멋진 방에서 혼자 잘 잔다.